최병호 원장 "고령화는 예측 가능한 현실..세계경제 낙관"

(박동석의 이슈&피플)"인류는 페스트도 극복..유럽 재정위기도 답 찾을 것"
"경제·복지 같이 가야..건강보험 재정 안정화 핵심은 과잉진료 통제"
"정신적 은퇴 준비 중요..노후 재테크는 국민연금이 답"

입력 : 2012-06-15 오후 12:58:32
[뉴스토마토 박승원기자] "고령화는 예측 가능한 현실로 방법 찾아낼 것이다. 세계경제도 낙관한다."
 
최병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 원장은 15일 '박동석의 이슈&피플'에 출연해 "인류는 페스트, 기아 등 여러 가지 위기를 극복해왔다"며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답도 찾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 원장은 "경제가 어려울수록 사회안전망 확충에 투자하는 등 경제와 복지는 같이 가야 한다"며 "복지 확대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부실화를 막기 위해선 과잉진료를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11대 원장에 취임한 그는 "보사연이 우리나라를 건강한 복지사회로 만드는데 씨앗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대담 = 박동석 뉴스토마토 대표
 
- 취임 소감은?
 
▲국책연구원으로서 생활한지 거의 30년만에 보사연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수장을 맡았다. 보사연은 건강한 복지사회를 구현하는 기관이다. 보사연이 우리나라 국민들의 건강한 복지사회 구현을 위한 씨앗이 될 수 있도록 훌륭한 연구를 하고, 그 씨앗이 열매를 맺고 큰 나무가 되고 나아가 국민들이 큰 그늘 밑에서 안식처를 찾게 된다면 국책연구원장으로서 큰 보람으로 생각한다.
 
◇"재패니피케이션 현실화 가능성 적어"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지면서 세계적으로 이른바 재패니피케이션(일본형 장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은데.
 
▲고령화는 틀림없는 예측 가능한 현실이다. 예측 가능하면 사람들이 두려워하지 않지만, 고령화 문제에 대해서는 위기감을 많이 느낀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고령화의 후발주자다. 일본이나 유럽 등 우리나라보다 고령화가 앞선 나라들이 상당히 고전하고 있다. 해당 국가들이 어떻게 대처하느냐를 유의깊게 살펴보고 있다.
 
고령화 문제에 대해서는 비교적 낙관적으로 생각한다. 이들 국가들이 고령화에 대한 방법을 찾아낼 것으로 본다. 좋은 방안을 찾아내면 우리는 그것을 배우고, 우리 나름대로 연구를 할 것이다.
 
 
-미국·유럽 재정위기 탈출 가능한가?
 
▲그렇다. 지금까지 인류는 전염병, 기아 등 여러 가지 위기를 많이 극복하고 살아왔다. 고령화 위기도 답이 찾아진다. 지금 걱정하고 있는 것 중 상당 부분은 기우일 수 있다. 열심히 고민하고 노력하면 답은 찾아진다고 생각한다.
 
-포퓰리즘 홍수 어떻게 봐야하나?
 
▲경제가 어려워질 때 사회안전망이 받쳐주지 않으면 다시 원상태로 복원하는데 어렵다. 경제가 어려울 때는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서 원상태로 복원할 수 있는 투자를 해야 한다. 경제가 좋아지면 자연스럽게 복지에 대한 돈이 줄어들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경제와 복지가 같이 가야한다.
 
고령화 문제에 관심이 많은데 저출산에서 비롯된 보육재정에 투자가 많이 되는 반면, 고령화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적다. 은퇴 후의 노인에 대한 투자가는 안되고 정책적 관심도 줄어들고 있다. 이 두 부분을 조화시키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노인복지비용 대폭 늘려야"
 
-노후빈곤 얼마나 심각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는 노인자살율 1위, 노인 병원입원율 1위다. 굉장히 수치스러운 수치지만, 사람들은 이런 부분에 둔감하게 반응한다. 이런 문제를 깊게 조명·연구하고 정책과제의 테이블상에 올려 해결하는 것이 보사연의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건강보험재정 장기적 안정화 방안은?
 
▲복지재정 안에는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있다. 복지재정은 건강보험이라는 제도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다만, 건강보험 재정의 증가 속도가 굉장히 빠르기 때문에 우려감을 가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 문제를 두 가지로 나눠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조사에서 은퇴 노인들의 생활상의 가장 애로상항 1위가 의료비, 2위가 경조사비로 나타났다. 경조사비는 제도적으로 해결할 수 없지만, 은퇴 후의 의료비는 사회적인 합의를 하고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국민연금 외에 은퇴후 노인들에게는 소득이 없다. 일자리도 마땅치 않다. 그렇다면 의료문제라도 해결을 해줘야 한다.
 
의료와 은퇴 후의 소득 모두 보장하면 좋겠지만, 소득 보장은 제도적으로 세팅이 되어 있어 더 늘리기 어렵다. 결국, 의료는 정부가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의료를 정부가 해결하려면 건강보험 재정이 증가할 수 밖에 없다. 현 시점에선 건강보험 재정이 굉장히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이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수가를 통제해야 한다.
 
하지만, 병원이나 의사들은 불필요한 검사, 장기입원, 의료장비 도입 등 공급량을 늘리고 있다. 이러한 공급량 증가는 결국 건강보험 재정을 늘어나게 하는 요인이다. 따라서 빠르게 증가하는 의료 공급의 양을 정부가 적절하게 통제하면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늘리면서 국민들의 의료비도 줄어들 수 있다.
 
◇"공적 노후소득보장체계 취약..개인 준비 중요"
 
-우리나라 노후소득 보장 체계의 현주소는?
 
▲은퇴한 뒤 수령하는 국민연금의 수준이 평균적으로 30만~40만원 밖에 안된다. 가장 많이 수령하는 사람이 100만원정도다. 국민들의 은퇴 준비가 계층마다 다 틀리다. 교직원, 공무원들은 연금이 좋아 금전적인 면에서 크게 불안하지 않다.
 
나머지 국민연금 세대들이 문제다. 그나마 국민연금조차도 수령하지 못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다. 그래서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것이 공적으로 제공하는 대책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그나마 연금을 수령하지 못하는 노인 가운데 70%는 기초노령연금으로 해서 한달에 10만원 미만으로 받는다.
 
노후 소득보장을 정부가 추가적으로 제도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고, 기초노령연금제도도 장기화되면 정부 재정에 부담이 많이 간다. 그래서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것이 공적으로는 별 대안이 없다. 지금 은퇴를 준비하는 단계에 있는 직장인이나 노동시장에 있는 분들이 앞으로 어떻게 준비할 것이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국민연금 노후대비에 굉장히 중요..수익률 높아"
 
-은퇴설계를 어떻게 짜야하나?
 
▲은퇴설계는 표준화된 정답이 없다. 은퇴하는 사람들의 연령, 등급도 다 다르다. 여건에 맞게 은퇴설계를 계획해야 한다. 다만, 은퇴를 앞두고 문화적인 측면과 정서적인 측면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미리 20~30년 준비하지 않는 한 은퇴후의 소득은 어떻게 할 수 없다. 지금 베이비부머는 당장 소득이 없다. 노인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방안 외에는 소득에 대한 대책은 없다.
 
다만, 은퇴하고 이혼이나 별거하는 부부들이 늘고 있다. 이는 부부간의 정서적인 문제, 문화적인 문제가 크다고 본다. 돈 외에 부부가 같이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취미생활 등 정신적인 은퇴 준비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개인적 은퇴준비는?
 
▲별다른 것은 없다. 다만, 아내가 직장을 안 다닐 때도 국민연금에 꾸준히 가입해왔다. 국민연금은 노후대비에 굉장히 중요하다. 개인연금보다 수익성이 좋다.
 
사실 노후 준비라는 것이 쉽지 않다. 다만, 많은 돈을 자녀들한테 줄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은퇴를 언제 할 모르지만, 은퇴 후의 생활을 그리면서 돈 외에 다른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남편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욕심을 줄이고 소박하게 봉사도 하는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한다. 마음을 다스리는 데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최병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주요 약력
 
▲미국 조지아대 경제학 박사 ▲보건복지부 장관자문관 ▲건강보험심의조정위원회 부위원장 ▲건강보험재정운영위원회 위원장 ▲기획예산처 중앙성과관리자문단 위원 ▲한국보건경제학회 회장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 위원 ▲장기요양실행위원회 위원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장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위원(현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현재) ▲사회보장심의위원회 위원(현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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