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강릉영동대의 교직원들이 모은 장학기금을 횡령한 책임을 물어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측 가족들에게 수억원을 배상하라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1부(재판장 김용상)는 학교법인 '정수학원' 대표이사 장모씨가 강릉영동대 전 총장 김모씨 등 정 전 회장의 가족 등 3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항소심에서 "피고들은 각자 원고에게 2억6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 김씨는 정 회장이 사용한 장학기금을 반환하기 위해 자신이 보관 중인 양도성예금증서(CD)를 은행 담보로 제공함으로써 횡령했고, 남편인 피고 정씨는 아무런 권한 없이 CD를 은행에서 인출해 원고의 사무소에 옮기도록 요청해 관리에 위험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또 "당시 이사장 직무대행을 맡은 또 다른 피고 김씨는 피고 정씨의 요청에 따라 CD를 인출하고 피고 김씨가 CD를 담보로 대출받는 행위를 용이하게 했으므로 피고들은 원고에 대해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진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 김씨 등이 CD를 담보로 대출받은 금액 2억4000만원 중 2억원을 강릉영동대의 전신인 영동전문대 장학회 계좌에 입금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 계좌는 영동전문대장학회의 소유로서 강릉영동대학의 소유가 아니고 원고의 회계와는 전혀 관계가 없어 손해가 전혀 회복되었다고도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김씨 등이 나머지 4000만원에 대해서는 원고 측 계좌에 입금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 금액은 손해배상 금액에서 공제한다"고 밝혔다.
정 전 회장은 자신이 설립한 정수학원이 운영하는 강릉영동대 교직원들이 모은 장학기금 1억8000만원을 대여방식으로 횡령했다가 2007년 교육인적자원부 감사에 적발됐다.
이에 이 학교 전 이사장으로 근무했던 정 전 회장의 셋째 아들인 정씨가 당시 이사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던 김씨에게 강릉영동대가 보유하고 있던 2억3600만원 상당의 CD를 인출하도록 요청했고, 당시 부학장으로 있던 정씨의 아내 김씨는 본인 명의로 이 CD를 담보로 2억4000만원을 대출했다. 이사장 직무대행 김씨는 정씨의 아내 김씨의 사촌형부였다.
이후 김씨 등 정 전 회장 측 가족들은 '강릉영동대' 소유의 CD를 담보로, 불법대출을 받아 교비를 횡령해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했다. 1심 재판부는 "CD를 담보 대출한 금액 중 2억원은 강릉영동대의 전신인 영동전문대장학회로 편입됨으로써 원고 측의 손해가 회복됐다"며 "대출금액의 일부인 3900만원만 배상하라"고 판시했고, 이에 강릉영동대가 항소했다.
한편, 강릉영동대학을 운영하고 있는 정수학원은 정 전 회장이 지난 1980년대 초반 설립한 학교법인으로, 그동안 운영권을 놓고 설립자 측과 이사장 진영 간 내부 마찰을 빚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