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투자관리실 관계자 "성과급 조성·사용 최태원 개입 없었다"

"'소버린'사태 이후 최대위기..구성원 결속 차원서 성과급 확대" 진술

입력 : 2012-06-15 오후 1:09:41
[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수백억원의 SK(003600)그룹 계열사 자금을 유용, 사적인 투자를 한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에 대한 공판에서 성과급(IB) 조성부분을 두고 검찰과 변호인측이 격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이원범)의 심리로 지난 14일 열린 최 회장 등에 대한 공판에서 최 회장이 SK 고위 임원들에게 IB를 과다 지급함으로써 개인 비자금을 조성했는지 여부와 IB의 운용목적 등이 핵심쟁점으로 다뤄졌다.
 
변호인측 증인들의 신문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날 공판에서, 당시 SK(주) 투자관리실장을 맡았던 박모씨와 투자관리실 인사(HR)담당자인 김모씨가 증인으로 참석했다.
 
이날 검찰은 "SK측이 그룹 고위 임직원들에게 지급되는 일반 IB외에 '추가 IB'란 명목으로 별도의 IB를 지급하는 것처럼 해놓고 이를 다시 회수하는 방법으로 최 회장이 수백억원대의 개인 비자금으로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 지시 없이 IB 단독 조성"
 
그러나 증인으로 참석한 두 사람은 모두 SK가 고위 임원들을 대상으로 성과급 명목으로 IB 자금을 형성하고 지급한 것에 대해서는 시인했지만, IB자금이 최 회장의 개인 자금으로 사용된 것이 아니라고 진술했다.
 
박씨는 "2003년 구조조정본부(OCMP)가 해체되면서 최 회장의 지시로 SK그룹차원에서 투자회사관리실을 조직했다"며 "운영과정에서 IB가 필요하다고 스스로 판단, 최 회장에 보고 없이 단독으로 IB를 조성했다"고 답변했다.
 
SK측에서 재판부에 제출한 증거자료에 따르면, SK의 IB 자금은 2005년 10억원이었으나 2006년에는 그 두배가 넘는 26억원으로 올랐다. 이후 2007년 28억원, 2008년에는 64억5000만원 까지 늘었다. 2009년에는 이보다 줄어든 35억원, 2010년에는 28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2007년 지주회사 전환 때 조성금액 확대"
 
이에 대해 검찰은 2007년에서 1년새 갑자기 두배 넘게 늘어난 이유에 대해 집중 추궁했으나 박씨는 "'소버린 사태' 후 SK 경영권에 최대 위기를 맞았기 때문에 내부 구성원을 결속하고 대외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지난 2005년 IB를 처음 조성한 것으로, 2007년 7월 지주회사로 전환할 당시 추가 IB 필요하다고 판단해 IB 조성금액을 확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의 이 부분에 대한 추궁은 박씨에 이어 증언한 김씨에 대해서도 이어졌다. 김씨는 검찰이 같은 내용을 강하게 추궁하자 "임원들이 소소한 비용에 관한 것까지 대표에게 일일이 보고하지는 않는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변호인측이 김씨를 자제시키기도 했다.
 
검찰이 'IB지급과 관련해 최 회장의 지시나 보고가 없었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는 질문에도 박씨는 "최 회장이 IB 조성과 관련해 전적으로 자신을 신뢰했고 권한을 위임했다. 임원들의 IB 지급과 관련해 각 계열사 대표들에게 보고했을 뿐, 최 회장에게 따로 보고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
 
◇"SK현금 경비 필요해 추가 IB 회수"
 
박씨는 이어 "통상적인 IB와는 별도로, 추가 지급되는 IB의 경우 회사측에서 이에 해당하는 세금을 모두 납부했고, 회계처리를 모두 마쳤기 때문에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며 "다시 회수한 추가 IB는 그룹에 현금경비가 필요해 그룹 운영을 위한 자금으로 쓰였다"고 밝혔다.
 
박씨는 또 "2007년 7월 지주회사 출범 이후 최 회장이 지주회사 체제 정립을 주문했지만 당시 예산은 턱없이 부족해 각종 경조사비, 격려금조차 지급이 어려울 정도였다"며 "내 스스로 IB를 통한 자금조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박씨와 김씨는 IB자금의 사용처에 대해서도 계열사 임직원들의 경조사비나 회식비 격려금 등으로 사용됐다고 진술했다.
 
◇재판부, "'T명폴더' 증거채택 추후 결정"
 
한편 재판부는 이날 공판에서는 검찰측이 앞서 증거물로 제시한 외장하드 내 SK내부 보고서인 이른바 'T명 폴더'의 증거 채택 여부를 두고도 다툼이 있었다.
 
'T명 폴더'는 검찰이 지난해 11월 SK그룹 재무팀 소속 손모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컴퓨터 외장하드 파일에서 나온 것으로, SK의 차입금 현황 및 향후 방안과 과다 IB 지급 검토안, 운영자금 확보방안 등이 들어있다.
 
SK변호인측은 "이 폴더 안의 내용들은 대부분 실제로 실행에 옮기지 않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검찰측에서 증거자료로 제시했다"며 "특히, 압수수색영장에 적시된 범위를 넘어선 내용들을 증거자료로 채택한 것은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변호인측의 주장을 수긍하면서 다만, 검찰이 외장하드를 증거로 채택할 수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 하라고 검찰에 주문했다.
 
최 회장 형제 등에 대한 다음 공판은 21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417호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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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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