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국 반년 넘긴 종편, 장및빛 전망은 어디로?

종편도 '생존 어렵다' 방통위에 볼멘소리.."종편 출범 강행한 쪽에서 출구전략 내놔야"

입력 : 2012-06-21 오전 9:30:24
[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미디어 빅뱅’을 예고했던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 기대 이하 성적을 내면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책임론이 거론되고 있다.
 
종편의 성공여부는 좀 더 두고 봐야 알 것이라는 시각이 없지 않지만, 현실은 방통위가 애초 공언했던 장미빛 전망과 점점 멀어지는 형국이다.
 
개국 6개월을 넘긴 종편은 이미 이도저도 못하는 딜레마에 처해 있다.
 
적자를 면하기 위해 프로그램 제작비를 최대한 아껴야 하는 반면, 광고매출을 올리려면 킬러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내 ‘괜찮은 시청률’을 광고주에게 증빙자료로 보여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시청률이 받쳐주지 않다보니 양쪽 다 모험을 하기가 여의치 않다는 사실이다.
 
종편은 개국 초기 거금의 제작비를 쏟아 붓고도 시청자의 눈길을 붙드는 데 실패한 일이 있다.
 
최근엔 개국 초에 비해 평균 시청률이 다소 올라 0.5% 안팎의 수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시장 안착은 아직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시청률전문조사업체 TNmS 관계자는 “0,5%라는 시청률은 보기에 따라 평가가 상대적일 수 있지만 의미를 부여하기에 이르지 않는가 한다”고 밝혔다.
 
광고 실적도 기대치를 크게 밑돈다.
 
종편을 포함한 업계 이야기를 종합하면, 개국 이전 지상파방송사의 75% 수준이던 광고비가 현재는 25% 선까지 떨어졌다.
 
주철환 JTBC 콘텐츠 본부장은 지난 달 25일 한국미디어경영학회가 주최한 학술대회에 발표자로 참석해 “광고가 예측한 것에도 턱없이 모자랄 만큼 안 들어오는 게 사실”이라며 “지상파방송사에서는 돈 때문에 걱정한 적 없었는데 종편에서는 제작비를 고민할 수밖에 없고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저조한 시청률은 종편의 편성 전략을 바꿔 놨다.
 
MBN의 경우 오전 4시50분 <굿모닝 MBN>을 필두로 12시간 가까이 뉴스프로그램만 방영해 ‘종합 편성’ 채널이 맞는지 헷갈린다는 이야기가 나올 지경이다.
 
MBN 관계자는 “여타 종편의 경우 재방은 물론 3방, 4방까지 틀어대고 있지만 우리는 그 시간대 생방송 뉴스를 내보내는 것”이라며 “선거 국면과 맞물려 시청자 알권리도 충족하고 실제 낮시간대 뉴스를 집중편성한 뒤 매달 시청률이 0.1%씩 올라가는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E.R>, <프렌즈> 같은 십수년 전 외화를 한낮이나 새벽방송시간대 줄줄이 편성하는 타 종편 보다는 사정이 낫지 않느냐는 설명이다.
 
종편이 현재 재방송 하거나 혹은 그 이상으로 프로그램을 ‘재활용’하는 비율은 전체 편성비의 절반에 육박한다.
 
업계는 올 하반기 종편 4사 모두 제작비가 저렴한 보도프로그램에 ‘올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초 ‘종편이 방송 콘텐츠 경쟁력을 제고’할 것이라던 방통위의 호언은 현재로서 허언이 돼 가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 2010년 말 ‘글로벌 미디어 육성’을 내걸고 거대신문사에 방송 사업권을 내줬지만 종편은 개국 초기 조악한 방송사고를 연발하며 종편 출범을 강행한 쪽과 반대한 쪽 모두에게 뜻밖의 반전을 안긴 바 있다.
 
여론 다양성 확대, 일자리 창출 등의 약속도 현재로선 요원해 보인다.
 
종편 출범은 신규인력에게 기회가 제공하기보다 기존인력 재편으로 인력시장의 연쇄이동을 불렀을 뿐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상파방송사의 독점적 지위를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은, 지난 3월 독립제작사협회가 성명을 내 ‘종편의 지상파 보다 더 악랄한 불공정 거래 행위’를 고발하며 거짓으로 판명 났다.
 
종편은 이처럼 ‘구태’를 보여주며 언론계 달갑지 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방통위는 종편 출범으로 방송광고 시장의 파이 자체를 키울 수 있다고 선전했지만, 시민사회와 학계는 종편에 한시기간 광고 직거래를 허용한 데 대해 신문을 등에 업은 ‘분탕질’을 우려하는 처지다.
 
국내 방송광고시장은 규모를 키우기에 한계가 명백한 상황인데 종편이란 새 매체가 4개나 등장하면서 그만큼 치열한 경쟁을 예고한다는 이유에서다.
 
학계와 시민사회는 종편이 존재감을 보이기에 현재는 언론매체가 너무 많고, 스마트미디어가 속속 등장하는 상황에서 종편이 지닌 입지와 속성 자체가 미디어 진화의 속도와 방향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이는 종편 출범 이전부터 숱한 경고로 이어진 바 있다.
 
이제 화살은 방통위에 돌아가고 있다.
 
주철환 JTBC 콘텐츠 본부장은 “종편의 생존경쟁은 상상을 불허할 정도”라고 어려움을 토로하며 “정부가 애초 두개 사 정도만 승인하면 좋았을 것”고 볼멘소리를 했다.
 
방송환경을 무시하고 사업권을 내준 결과 종편에도 커다란 부담을 주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안 좋다 보니 일각에서는 종편 출범을 강행한 쪽에서 출구전략이라도 내놔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지난 4월 한 신문기고에서 종편 퇴출구조를 제안하며 종편 개국 뒤 3년간 주주 변경을 불가능하게 해놓은 규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방통위의 책임을 강하게 지적하는 한편 종편채널 사업자 허가를 지지했던 관련 단체나 전문가 집단도 보수적 신문논조 재생산, 방송의 공공성·공정성 훼손, 약탈적 광고영업, 미디어 시장에서의 반경쟁적 행위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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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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