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은혜기자]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어렵게 국내 증시에 입성했던 기업들이 자진해서 시장을 떠나고 있다.
상장 후 얻는 이득이 적어 오히려 비상장 상태에서의 경영 유지가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자진 상장폐지는 해당 기업이 자본 조달에 대한 필요가 없다는 자신감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7일 코스닥 상장사인
넥스콘테크(038990)는 최대주주 지분양도와 공개매수 후 상장폐지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바뀌는 최대주주는 유니슨캐피털의 특수목적회사(SPC)인 넥스홀딩스로 내달 20일까지 공개매수 형태로 넥스콘테크 주식을 매입한다.
즉, 새로운 최대주주의 자본력이 충분한 상황에서 상장 상태를 유지할 필요성이 없다는 것이 자진 상폐의 이유다.
이에 앞서 지난 7일
웨스테이트(016140)디벨롭먼트가 상장에 따른 실익이 없다며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했고, 한국개발금융 역시 지난 3월30일 자진 상장폐지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한 이들 3개 기업들의 주가는 공개매수 첫날 모두 급등세를 기록했다.
넥스콘테크는 주당 1만6500원에 공개매수를 실시한다는 소식에 12.68% 급등했다.
웨스테이트는 소액주주들이 보유 중인 30만3650주(지분율 6.07%)를 전 거래일 종가(5000원)보다 10% 높은 5500원에 공개매수한다고 밝혀 8%대 올랐고, 한국개발금융 역시 상한가까지 치솟았다.
넥스콘테크 관계자는 "지난 2009년부터 기업의 외형성장은 이뤘지만 시설 투자를 많이하면서 부채비율이 400%를 넘어가게 됐다"며 "중국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계속해서 이뤄져야하기 때문에 예전부터 큰 기관을 찾아왔다"고 최대주주 변경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이어 "상장 지위를 유지할 경우 자금 조달이라는 장점이 있을 수 있겠지만, 기업에 대한 모든 내용이 공개돼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비상장사 형태를 유지하며 기술보완 등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간 웨스테이트는 유상증자 등 상장사의 지위를 이용한 자금조달 실적이 없다. 넥스콘테크 역시 최대주주 지분이 40%에 달해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이 힘들었다는 설명이다.
최현재
동양증권(003470) 연구원은 "넥스콘테크의 경우 주당 1만6500원에 공개매수가 이뤄져 현 주가 1만5750원 대비 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공매매수 당일 주가가 급등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상장폐지를 당하는 것과 자진 상장폐지는 모두 결과는 같지만, 그 과정과 기업에 대한 이미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상장폐지를 당하는 경우는 보통 영업적자를 기록했거나, 횡령 등 문제가 발생한 기업들이 많은 반면, 자진 상폐는 기업 스스로 비상장의 지위로 기업 경영을 자체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전략적 방법의 하나로 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전문가는 "많은 기업들이 '국내 상장사'라는 타이틀로 신뢰감있는 대내외적 이미지를 얻기 위해 시장에 발을 들여 놓지만 결국 이는 영업할 때 필요한 요소일뿐"이라며 "상장폐지를 시켜놓으면 투자자들의 간섭 없이 기업 스스로 운용하기 손쉽기 때문에 자진상폐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