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이제 믿을 건 박근혜 뿐이다.”
재계의 눈이 일제히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하고 있다. 10일 대선 출마선언문에 담길 경제민주화 수위에 따라 기업지배구조 등 현안에 대한 대책이 본질적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그도 그럴 것이 박 전 비대위원장은 사실상 보수진영의 유일한 카드로 자리매김했다. 정몽준·이재오 등 비박 핵심주자들이 9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당내 경선 자체가 무의미해졌다. 당에 대한 장악력은 과거 이회창 시절을 추월했다는 평가다.
때문에 그가 내놓을 경제민주화가 곧 여권의 경제정책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박 전 비대위원장이 내놓는 대선 공약 하나하나가 여권의 정책이 되는 것이다.
문재인·손학규·김두관 등 이른바 야권 빅3는 이미 강도 높은 ‘재벌개혁’을 예고했다. 장외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교수 역시 과거 강자 독식구조인 우리 경제 현실을 '삼성 동물원'에 빗대는 등 현 경제구도를 극히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10대 그룹의 한 임원은 “여야 구분 없이 경제민주화를 말하고 있다. 거부하기 어렵게 됐다”면서 “다만 반(反)대기업 정서로 흐르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의 수위가 대응 기준선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그룹 고위 관계자는 “김종인 (박근혜 캠프) 선대위원장의 입김이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할지가 관건 아니겠느냐”며 “보수정당인 만큼 무조건식 기업 때리기는 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복수의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주요 그룹들은 4·11 총선을 전후해 일제히 대관팀을 풀가동하기 시작했다. 정무위·기재위·지경위·국토위·환노위 등 경제관련 주무 상임위 현황은 물론 유력 대선주자들의 캠프 구성과 정책 관련 정보수집에 열성이라고 한다.
주요그룹들은 박 전 위원장의 경제민주화 공약이 ‘공정한 시장경제’를 넘어서진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순환출자 금지, 금산분리 강화,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등 지배구조와 관계되는 핵심 사안에 대해선 “여전히 보수적 접근이 유효하다”고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선 기업 총수 및 오너 일가들에 대한 무분별한 사면이 원천 금지되는 등 엄정한 법 집행이 대선공약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그럼에도 정책적 유연성 등에 있어선 야권 주자들보다 기대할 측면이 크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일단 현재로선 재계 바람이 투영될 가능성이 크다. 박 전 위원장 측은 “기업의 순기능적 역할을 부정하진 않을 것”이라며 “지배구조 개선 등 기업 내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공정한 경쟁과 상생이 이뤄지도록 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