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계철, 이하 방통위)가 12일까지 KBS와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의 이사 후보를 공모 중인 가운데 공영방송 이사 선임 절차를 개선하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행 방송법, 방송문화진흥법, 한국교육공사법(이하 공사법)이 규정하고 있는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은 정부여당에 치우치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이를 타개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나오는 이 같은 요구는 올 초 MBC·KBS 노조가 ‘불공정 방송’의 원인으로 낙하산 사장 문제를 지목한 게 계기가 됐다.
이들은 방송법 개정안을 제시하는 한편, 직접 이사추천위원회를 만드는 방식으로 공영방송 거버넌스 개선 움직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BS의 경우 노조, 시민단체, 학계, 현업인 중심으로 이사추천위원회를 구성, 자체 심사를 거쳐 선정된 후보 11인을 10일 방통위에 접수했다.
‘KBS 이사추천위원회’가 선정한 이사 후보는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조항제 부산대 교수(학계),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장·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시민사회), 최성민 방송독립포럼 공동대표(언론), 양경규 전 공공운수노조연맹위원장(노동·경제), 권혁남 전북대 교수·박진도 충남대 교수(지역), 이규환 전 KBS 정책기획센터장·전영일 전 KBS 노조위원장·변원일 전 KBS 감사(KBS 현업) 등이다.
이들은 “현행 방송법이 11명의 KBS 이사를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해 방통위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사의 구성이 여야 배분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공영방송의 주인인 시청자보다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더 많이 관철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언론, 시민·사회, 학계, 노동계, 법조 등 각 분야에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인사로 이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KBS의 공적책무를 실현할 적임자라고 판단되는 인물”을 KBS 이사 후보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EBS 노조(언론노조 EBS지부)는 공사법 개정 전에 EBS 사장을 포함한 이사 선임 절차를 밟게 되면 방송의 독립성을 해치는 기존문제를 답습할 수 있다며 방통위가 EBS 임원 선임 일정을 늦출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EBS 노조를 비롯해 언론시민단체는 EBS의 임원 선임 규정을 담고 있는 공사법이 EBS 사장과 부사장, 감사는 물론 이사 9명 전체를 방통위가 임명토록 한 것은 물론 방통위원장이 EBS 사장을 해임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하고 있어 같은 공영방송인 KBS, MBC에 견줘 후진적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노조·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주장하는 공영방송 거버넌스 개선의 요체는 이사회를 여야 동수로 구성해 정부여당의 입김에 좌우되는 상황을 막고, 공영방송 사장의 자격 요건을 엄격히 해 정치권에 줄 닿은 낙하산 인사의 선임을 금하자는 내용이다.
특히 정치권 일각에서 이 같은 주장에 조응하고 있어 법 개정이 가시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주통합당은 지난 6일 KBS, MBC, EBS 이사회를 여야 동수로 추천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지상파방송 지배구조 개선 관련 법률개정안'을 제시(배재정 의원 대표발의)했다.
새누리당은 남경필 의원이 지난 달 '방송사 낙하산 방지법'을 발의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KBS 이사회 인원을 12명으로 늘리고 정부·여당이 4인, 야당이 4인, 방통위가 4인을 추천하는 내용이다.
방문진 역시 정부·여당이 3인, 야당이 3인, 방통위가 3인을 추천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법안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공영방송 이사회 구조를 바꿔 정치권 입김을 배제하자는 목소리는 새로운 주장이 아닌 데다 제도 개선만 강조하면 공영방송 현 임원의 책임을 묵과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오는 8, 9, 10월 MBC, KBS, EBS 이사회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새 이사진 구성을 위한 방통위의 선임 절차가 시작된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한발 늦은 목소리일 수 있다.
이계철 방통위원장은 지난 9일 공영방송 거버넌스 개선을 요구하는 언론노조 등의 면담 요청에 대해 “KBS, MBC 이사 선임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거절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10일 “법 개정은 입법기관에서 해야 할 일이고 거버넌스 개선 요구를 반영하는 것은 위원회가 정할 문제”라며 “방통위는 정해진 절차와 원칙에 따라 이사회를 뽑는 일을 할 수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