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도 안먹히는 유통업계, 잇단 악재에 패닉

입력 : 2012-07-18 오후 5:22:19
[뉴스토마토 정헌철기자] 유통업계가 잇단 악재로 패닉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경기불황으로 제품이 팔리지 않아 각종 행사와 이벤트를 벌이지만 이마저도 신통치 않은 결과를 보이고 있는 중에 자영업자들의 불매운동과 공정거래위원회의 발표로 패닉상태에 빠졌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올 여름 정기 세일인 '챌린지 세일'의 중간 집계 결과 지난해 때보다 2.2% 줄었고 현대백화점(069960)도 같은 기간 매출이 3.0% 줄었다.
 
다만  신세계(004170)백화점의 매출은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1.2%에 불과하다. 경기불황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인해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집중적인 폭우가 주말에 내려 효과를 보지 못한 건 사실이지만 전반적으로 소비 침체로 인해 소비자들의 집객도 줄어든 것이 영향이 큰 것 같다"며 "세일기간이 지난해 보다 길어 매출 잔여기간이 지나면 지난해보다 매출이 늘 것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하지만 200만 자영업자들로 구성된 골목상권살리기소비지자연맹과 유권자시민운동이 롯데, 현대,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9개 대형 유통사에 대해서도 불매운동에 나서며 엎친데 덮친격이 됐다.
 
롯데그룹을 메인 타깃으로 했지만 전반적인 소비 위축을 불러올 수밖에 없어 업계 전반의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들 단체는 기존 회원업체 외에 외식업 분야를 비롯한 100여개 소상공인단체와 250여개 직능단체, 100여개 시민단체에 불매 협조 공문도 발송하는 등 불매운동을 강화하고 있다.
 
이 와중에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 불난 집에 기름을 들이 부었다. 공정위는 지난 17일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대형유통업체들이 납품업체들과 계약하면서 판매수수료 수준이나 판촉행사 내용 등 핵심적인 내용을 누락한 '꼼수계약서'를 써왔다고 발표했다.
 
핵심내용의 누락은 대형유통업체들이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계약내용을 손쉽게 수정할 수 있는 환경을 사전에 조성했다는 것. 공정위는 관련법 위반사실을 확인하고, 조만간 처벌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A백화점은 중소납품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상품대금 지급조건, 판매수수료율, 판촉사원수, 매장의 위치와 면적, 계약기간 등 주요사항을 공란으로 비워 둔 채 계약서에 사인했다.
 
또 B마트는 장려금률 지급조건, 판촉사원 파견합의서, 판촉비용 합의서, 반품합의서 등 핵심 부속합의서를 아예 납품업체의 명함이나 인감이 찍힌채로 수십여장을 여유있게 받아두고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때그때 대형업체의 입맛에 맞게 사후적으로 공란을 채워가면서 계약을 변경했다는 것이다.
 
특히 백화점 등 대형유통업체들의 꼼수계약서가 해외브랜드업체에는 적용되지 않고, 국내업체들에게만 적용됐다는 발표해 국민들의 공분을 자아냈다.
 
대형유통업체들은 여론에 밀려 눈치를 보며 침묵하고 있다. 하지만 속내는 끓고 있다. 판매 부진과 여론의 질타가 맞물려 소비 촉진이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우리나라 경제에 마이너스가 될 것이란 주장도 펼친다.
 
A 백화점 관계자는 "연간 계약서는 정확히 기재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유통 특성상 비정기적으로 자주하는 행사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 놓은 가계약서를 '백지 계약서, 노예 계약서'로 부각해 홍보했다"면서 "유통 특성을 이해 못했거나 보여주기식으로 한건을 터트려 백화점을 공공의 적으로 만들었다"고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B마트 관계자는 "공정위의 최근 행보는 보여주기식에 불과하다"며 "결국 소비 촉진이 일어나지않으면 결국 한국 경제에 마이너스 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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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헌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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