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츠카 코헤이와의 '뜨거운 만남'

츠카 코헤이 작, 고선웅 연출 <뜨거운 바다>

입력 : 2012-08-07 오전 8:00:00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연극 <뜨거운 바다>는 '일본 연극을 바꾼 남자'라는 평가를 받는 재일교포 츠카 코헤이(김봉웅)의 타계 2주기를 맞아 기획된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아타미 살인사건(원제)>이라는 제목으로 이미 여러차례 소개됐으나, 1985년 츠카 코헤이 내한 당시와 같은 제목으로 같은 무대에 올려지는 것은 27년만에 처음이다. 
 
이번 공연의 관전 포인트는 츠카 코헤이를 추억하는 한국 연극인들의 마음, 그리고 츠카 코헤이와 고선웅 연출과의 궁합 여부 정도가 되겠다. 궁합은 대체로 잘 맞는 편이다. 움직임과 음악을 적극 활용해 희극적인 느낌을 잘 살리는 고선웅 연출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만화적 상상력을 자랑하는 작가 츠카 코헤이의 만남은 유쾌한 화학작용을 빚어낸다.
 
극 중 배경은 도쿄경시청 기무라 덴베 부장형사의 취조실이다. 아타미 해변에서 매춘부 아이코의 시체가 발견되고 용의자인 오야마가 세 명의 형사로부터 취조를 받는다. 그런데 막상 무대에서는 취조와는 별 관계 없어 보이는 이야기가 오고간다. 부장형사와 여형사 미즈노의 이상야릇한 관계, 지방 출신인 구마다 형사의 과거 이야기가 한참동안 펼쳐지는 가운데 답답해진 범인은 자신도 모르게 사건의 전말을 털어놓게 된다.
 
조명과 상징적인 소품이 자칫 비약으로 비칠 수 있는 이야기의 간극을 채운다. 가령 부장형사 기무라는 액자 프레임처럼 바닥에 선명하게 드리워진 조명을 폴짝폴짝 뛰어넘는데, 이 모습은 한 남자 혹은 개인으로서의 삶에 '한 발 더 내딛지 못하고' 자신의 삶과 남의 삶을 넘나드는 형사의 숙명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하얀 마네킹을 부둥켜 안고 춤을 추는 부장형사의 첫 등장장면도 캐릭터를 이해하는 중요한 실마리다.
 
장면의 전환에서 서로 다른 결의 음악을 사용한 점도 눈에 띈다. 통통 튀는 이야기와 닮은 꼴이다.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 1악장'과 에디뜨 피아프의 '후회하지 않아' 외에 블루스 음악, 춤곡 등이 차례로 사용되며 부조화 속에 묘한 조화를 이룬다. 형사들의 이야기가 점차 산으로 가는 와중에 무대에는 급기야 마이크가 등장하고 노래방 분위기까지 연출된다.
 
다만 시간이 흐를수록 관객은 지친다. 매춘부와 한 남자, 그리고 부장형사와 여형사간 사랑이야기라는 다소 신파적인 줄거리 속에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대사와 과장된 행동은 두 시간동안 쉴새 없이 지속되면서 피로감을 누적시킨다. 단촐한 무대장치와 4명의 배우들만으로도 대극장 무대를 꽉 채운 것은 놀랍지만 시간이 갈수록 배우들이 악을 쓰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작 츠카 코헤이(김봉웅), 연출 고선웅, 출연 이명행, 김동원, 마광현, 이경미, 무대 김충신, 조명 최형오, 음악 김태규, 음향 도명호, 안무 김재리, 8월19일까지 한팩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티켓가격은 3만~7만원. 고등학생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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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볏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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