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드냐고요? 프린지 축제만의 매력이 있어요"

오성화 서울프린지페스티벌 대표

입력 : 2012-08-14 오후 7:09:07
[뉴스토마토 김희주인턴기자] 예술가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지는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이 오는 15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서울 홍대 앞 일대에서 개최된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포럼이나 워크숍 등의 기획프로그램을 제외하면 100% 자유참가한 공연과 전시로 구성되는 민간단위의 축제다.
 
축제는 홍대 앞 포스트극장, 산울림소극장, CY씨어터 등 20개의 실내공간과 그 밖에 야외공간에서 펼쳐진다. 실내공연예술제라는 이름 아래 총 51개 팀이, 야외거리예술제에는 29개 팀이 참여해 연극, 무용,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15년 전 시작한 독립예술제의 맥을 이어 10년째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을 이끌어오고 있는 오성화 축제감독(사진)을 14일 홍대 부근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만났다.
 
 
 
 
 
 
 
 
 
 
 
 
 
 
 
 
 
 
 
 
 
- 프린지페스티벌이 올해로 벌써 15주년을 맞는다. 최근 여러 예술축제들이 생겨나고 있는 가운데 프린지가 명맥을 이어가는 비결은 무엇일까?
 
▲ 수많은 축제 중에 프린지만의 특색이 있다. 흔들리는 욕망이 존재하는 현실 속에서 살다가 프린지 축제 속으로 들어오면 그러한 자본주의 시스템으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났다는 느낌을 받는다. 현실에는 나를 끊임없이 긴장시키는 잣대들과 경쟁에서 뒤쳐지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존재하는데, 프린지 안에서는 잠시나마 그것들을 잊게 해준다는 게 매력이다. 원래 사회 구성원 각자가 떨어져 있을 때는 그러한 현실에 부딪혀 쉽게 좌절하고, 절망도 더욱 크게 느끼게 된다. 하지만 프린지 안에서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대화하고 즐기다 보면 그래도 다시 살 수 있을 것 같고, 괜찮다고 위안을 받는 기분이다. 아마 프린지를 찾는 사람들은 그런 프린지만의 매력을 알고 있는 것 아닐까.
 
- 예년에 비해 공연을 선보일 극장 수가 줄었다. 이전보다 더욱 홍대 앞에 집중한 이유는 무엇인가?
 
▲ 성미산마을극장과는 3년간 함께 해왔었는데 이번에 제외됐다. 개인적으로도 무척 아쉽다. 하지만 양보다 질을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공연이 열리는 장소는 줄었지만, 대신 장소에 투자할 수 있는 부분을 프로그램 자체에 투자했다. 예를 들어, 산울림소극장에서 평소에 볼 수 있는 공연과 프린지 축제기간 동안 볼 수 있는 공연에는 차별점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내용적인 면에서 조금 더 밀도가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 작품 수가 줄어든 것 같다. 이유가 있나?
 
▲ 올해에 변수가 몇 개 있다. 우선 길거리공연을 거의 없앴다. 그 동안은 버스킹(돈을 얻기 위해 길거리에서 공연하는 행위)의 느낌이 나는 길거리공연이 굉장히 많았었는데, 이번엔 그것을 줄이고자 했다. 프린지는 대중과 독립예술 간의 접점을 마련하기 위한 축제인데 그 안에서 일반적인 홍대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상업적인 버스킹 또는 말장난으로 진행되는 길거리 공연이 중심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길거리공연의 거점을 4개에서 1개로 줄이는 대신 조명탑을 세워 야외공연장을 따로 만들었다.
 
또 하나는 올해부터 야외공연 예술가들에게 참가비를 받게 됐다. 실내공연은 지난해부터 받았는데, 이번에 야외공연팀들에게 참가비를 받으면서 참가율이 50% 정도 감소했다. 하지만 이것은 축제 수익의 극대화라기보다는 아티스트들의 자신의 공연에 대한 책임감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 동안 무료로 운영할 때는 작품이 불성실하게 나오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 공연 보러오는 관객을 위해서 작품 질을 높일 필요가 있다. 참가비가 있다고 해서 무대에 서지 않는다면 그만큼 절실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 그 동안 프린지가 홍대 지역사회나 지역상권과 쌓아온 네트워크도 상당한 수준일 것 같다. 구체적으로 어떤 연대를 맺고 있나?
 
▲ 야외에서 공연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변 상인들과 친해진다. 축제기간 동안에는 거리가 많이 더러워지고 소음도 발생하기 때문에 우리를 민원의 대상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예술활동을 하면서 이 거리에 애정을 쏟고, 그들은 상행위를 하면서 거리에 애정을 쏟는다. 한마디로 우리와 주변상인들은 애증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상인연합회 회장님이 쓴 소리를 해주셨다. 단지 시끄럽다는 불평이 아니라 그 동안 우리 축제사무국의 태도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콕 짚어내시며 우리의 축제를 제대로 평가해주셨다. 그들이 생각보다 우리를 잘 알고 있고, 깊은 안목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그때 깨달았다. 그 이후로 조금 더 진지하게 이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작업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거리예찬’이라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매년 축제기간을 제외한 10개월 동안 상인들과 예술과의 접점을 만들기 위해 판을 만들었다. 탈놀음도 하고, 점집을 차려 점도 봐드리고 그 밖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현재 매주마다 진행 중인데 10개월이 다 지난 뒤에는 그들과 예술적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싶다.
 
- 힘들지는 않나?
 
▲ 프린지는 재밌다. 요즘 체력적으로는 많이 달리는 것을 느끼지만, 이 축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항상 무언가가 발생한다. 내가 깨어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어떤 자극이 일어난다. 나는 그 발생을 즐긴다. 축제를 기획하는 일도 내 기질상 잘 맞는다. 판 벌이는 것을 워낙 좋아해서 쉽게 지치지 않을 것 같다.
 
- 프린지 축제를 통해 꼭 이루고 싶은 점이 있다면?
 
▲ 지난 15년간 프린지를 지나쳐갔던 수많은 사람들을 다시 이끌어내 다시 판을 만들어내고 싶다. 기획자든 예술가든 자원봉사자든 그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다시 모인다면 어마어마한 인적자원일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이 독립예술의 기반이 아닐까? 동시에 지난 15년의 역사를 대중들이 알아주고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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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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