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정부가 기름값을 낮추기 위한 정책 중 가장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건 알뜰주유소 정책에 대한 불신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알뜰주유소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서울지역 알뜰주유소 1호점이 불과 6개월여 만에 문을 닫으면서 알뜰주유소 폐업 도미노 현상에 대한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무엇이 영업 6개월만에 폐업으로 몰았나?
13일 지식경제부와 주유소업계에 따르면 전국에서는 두 번째이고 서울에서는 최초로 알뜰주유소로 전환했던 금천구 시흥동 형제주유소가 지난달 말 폐업하고 매각을 추진 중이다.
형제주유소는 15년 전 개점해 정유사 브랜드를 밝히지 않는 무폴주유소로 운영하다가 지난 2월10일 알뜰주유소로 전환했다.
고유가로 몸살을 앓던 대한민국은 서울에 처음으로 알뜰주유소가 문을 열자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그러나 지난달 말, 형제주유소는 6개월여 만에 문을 닫았다.
형제주유소 반경 2㎞ 안에 20여개의 주유소가 밀집해 있다. 그렇지 않아도 경쟁이 치열한 지역에 시중 주유소보다 저렴하다고 알려진 알뜰주유소가 들어서자 이 일대 휘발유 판매 가격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일반 주유소 휘발유보다 리터(ℓ) 당 100원 정도 저렴할 것이라고 알려진 것과 달리 형제주유소의 휘발유 판매 가격과 인근 주유소와 거의 비슷하거나 리터당 약 10원 싼 수준에 불과했다.
일반 주유소가 제공하는 포인트 적립과 카드할인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가격 차이가 거의 없는 셈이다.
지경부는 "석유공사 알뜰주유소 공급가는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며 "서울 알뜰주유소와 일반 주유소의 가격 차이는 휘발유와 경유가 ℓ당 각각 101원·126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알뜰주유소 사업자들은 정유사의 공급 가격이 싸지 않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알뜰주유소로 전환한 한 주유소 사장은 "알뜰주유소가 폴 주유소에 비해 포인트나 시스템이 좋지 않아 가격으로 승부해야 하는데 공급가격이 오히려 폴주유소보다 비싸다"며 "석유공사 통보가격이 일반 업체에게 받는 것보다 더 비쌀 때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현상은 구조적인 문제가 원인이라는 평가다. 현재 한국석유공사는 중부권에는 현대오일뱅크로부터, 호남·영남권에는 GS칼텍스로부터 정유를 대량 구매하고 있다.
그러나 정유사들이 알뜰주유소에 기름을 싸게 공급하면 폴 주유소가 반발하기 때문에 정유사들이 알뜰주유소에만 낮은 가격으로 휘발유를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 "알뜰주유소 문제없다..지속 추진할 것"
에너지 주무부처인 지경부는 형제주유소 휴업은 알뜰주유소 전체의 구조적인 문제가 아닌 개별 주유소의 자금 사정에 기인한 것이어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알뜰주유소 사업자를 선정할 때 사업자의 재무 상황을 면밀히 검증하지 못했다는 비판은 면할 수 없게 됐다.
동시에 알뜰주유소 사업자들은 각종 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정부 약속에 빚을 내 알뜰주유소에 뛰어 든 사업주에 대한 실질적인 자금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알뜰주유소 관계자는 "정부가 매입·임차비용·외상거래 지원 등을 해준다고 들었는데 이것을 실제로 받으려면 절차와 조건이 까다롭다"면서 "또 지금 거리에 나앉게 생겼는데 이 혜택을 당장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동안 지경부는 서울에 알뜰주유소를 늘리는데 전력했다.
올해 알뜰주유소 운전자금 보증과 외상거래 자금, 시설개선 자금 지원 등을 위해 79억원의 예산을 배정했으며, 지금까지 57억원을 집행했다. 현재 전국에는 총 721개의 알뜰주유소가 있다.
앞으로 지경부는 알뜰주유소에 대한 점검과 평가 등 사후 관리를 강화하고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방식으로 공급가를 인하할 방침이다. 더불어 알뜰주유소 폴을 내릴 경우 시설 개선 지원금을 회수하는 안도 추진한다.
한 알뜰주유소 사장은 "형제주유소가 자금난 때문에 폐업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남의 일 같지 않았다"면서 "정부가 알뜰주유소를 확대하는 것에만 주안점을 두지 말고 제공하겠다고 한 혜택을 우선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