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경제 위기 여전한데 금융 시장만 '호황'

입력 : 2012-09-18 오후 9:05:58
[뉴스토마토 명정선 기자] 앵커:금융시장 먼저 살펴보죠. 코스피지수가 올해 들어 최고 수준인데 앞으로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크죠?동향 짚어주시죠.
 
기자:네 금융시장은 랠리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껏 부풀어있는데요. 지난 7월 25일 연중최저인 1769선이었던 코스피지수는 18일 현재 2000선 위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한 달 반 만에 200포인트 이상 급등한 것인데요. 본격적인 상승은 지난주였죠.
 
미국이 양적완화를 발표한 지난 14일 2%대 후반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일일 4조~5조원에 불과하던 거래대금도 지난 2월 2일 8조7759억원보다 많은 9조원을 넘어서며 연중 최고를 기록했구요
 
무엇보다 지수 상승을 견인한 주체는 외국인이었습니다. 하루에만 1조2811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이는 저력을 보여줬구요. 115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도 하루에만 11원 넘게 빠지면서 현재 1116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만큼 원화가치가 올랐다는 얘기죠.
 
앵커:주가 상승을 이끌만한 좋은 소식이 많이 나왔었죠. 미국의양적완화외에 우리나라 신용등급 상승소식도 잇었는데요. 덕분에 금융조달 비용이 크게 줄었다구요?
 
기자: 네 맞습니다. 우리나라국가 신용등급도 때 아닌 호강을 누리고 있습니다. 무디스와 피치 스탠더드앤푸어스 등 국제신용평가사 3곳이 일제히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한단계 전격적으로 올린 건데요. 우리나라의양호한 재정건전성과 위기관리능력 등을 인정받은 결과라며 정부는 한껏 고무돼 있습니다.
 
신용등급 상승 효과는 국제 금융시장에 바로 반영되고 있습니다. 실제로우리나라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왑 즉 CDS프리미엄은 신용등급 상승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면서현재는 68.7bp(1bp=0.01%포인트)까지 내려왓습니다. 이 수치는 2008년 9월이후 가장 낮은 것이구요. 올해 1월 171bp에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인데요.
 
경제대국으로 불리는 중국과 일본보다도 낮습니다. 그 만큼우리나라의 신용도가 높아지면서 해외 자금을 차입할 때 드는 비용이 줄었다는 얘기입니다. 이에 따라 국내금융기관들이 해외차입에 드는 조달비용도 2008년 수준으로 크게 낮아졌습니다.
 
앵커:금융시장은 한마디로 '호황'이네요. 그런데이게 경제가 좋아져서 그런건가요? 실물경기를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인데요. 어떻습니까?
 
기자:네 말씀하신대로 금융은 호황인데 실물경제는 정 반대로 '불황'그 자체입니다. 무역수지는수출과 수입 모두 감소하는 가운데 수입 감소 폭이 더 커 흑자로 기록되는 '불황형 흑자'가 6개월째 이어지고 있죠.
 
지난달에도수출은 전년 대비 6.2% 감소한 430억달러, 수입은 9.7% 줄어든 410억달러를기록했습니다. 수출보다 수입이더 많이 줄면서 무역수지는 20억달러의 불황형 흑자를 나타냈으며 그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는 셈이죠.
 
물가도 하락하고는 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결코 좋은 게 아닙니다.지난 7월 수입물가는 전달보다 0.8% 하락했는데요. 전월 대비 수입물가 등락률은 4월-1.0%, 5월 -1.9%, 6월 -3.6% 등넉 달째 내림세입니다. 그런데 이는 국제 원자재 가격 등 외부요인보다는 수요부진 영향이 크다는 게 한국은행의분석입니다.
 
경기침체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아 가격이 하락하는'불황형 저물가'라는 얘기죠. 그러나 이 역시태풍피해 등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어서 물가안정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고융불안과 물가불안에 서민경제가점점 힘겨워지고 있죠.
 
앵커:금융과 실물이 따로 논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정 반대의 상황이군요. 이러한 현상은 아무래도 유동성 때문이겠죠?
 
기자:네 그렇습니다. 사실증시가 먼저 튀어오르고 넘치는 돈이 기업에 유입되면 실물경제 회복에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현 상황은돈이 실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금융시장 안에서만 돈잔치를 하는 랠리가 나타나는 건데요. 특히 우리나라는금융개방도가 높아 유동성이 집중되기 딱 좋은 여건입니다. 최근의 주가 상승도 돈의 힘으로 밀어부친 결과죠.
 
금융시장의 유동성 랠리기대감은 좀 더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달초 유럽중앙은행이 무제한 국채 매입을 재개한데다 미국은 기간제한 없이 매월 400억달러 규모로 모기지담보증권(MBS)을 3차 양적완화(QE3)에나섰기때문입니다. 게다가 국가신용등급 상승으로 외국자본이 들어올 계기를 만들어줬기 때문에 랠리는 이어질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인데요. 하지만 이 돈이 침체된 우리경제를 살릴 수 있을 지 여부는확신하기 어렵습니다.
 
앵커:실물경기 회복이 뒷받침 되지 않은 금융시장 호황은너무 위험한 거 아닌가요?
 
기자:네 그렇습니다. 주가가먼저 튀어오른 뒤 넘치는 돈이 기업에 투자되면서 실물경제가 후행으로 좋아질 수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실체 없는 랠리는 결국 가격 거품과 붕괴라는 악순환을 초래하기 마련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가는 글로벌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 시기가 몇 차례 있었지만 결국 실물이 받혀주지 못하면서 외국인 자본이탈과 함께 자산가치 급락이라는 악순환을 경험했지않습니까.
 
양적완화가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는 없으면서 인플레 우려만 키운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특히, 급격한 자본 유출입은 멀쩡하게 돌아가는 경제를 한번에 날려버릴수 있는 위험요인입니다. 따라서 정부가 유동성 조절과 함께 무엇보다 실물경제 회복에 중점을 두고 정책을펼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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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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