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금융사고에 대한 은행의 책임을 강화한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준약관개정에 대해 금융감독당국은 부작용 우려 등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개정안 내용이 현실성이 떨어질뿐 아니라 은행의 보상을 노리는 등의 방법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평가다.
27일 정부와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26일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은행이 스스로 면책사유를 입증하지 못한다면 책임을 피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전자금융거래기본약관 개정 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은행들이 전자금융사고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접근매체의 위·변조에 따른 사고나 처리·전송 과정에서 일어난 사고에 대해 은행의 책임이 없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금융감독원 내부에서는 개정안의 현실화 가능성이 낮고,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전자금융사기 수법은 더욱 정교해지고 있지만 전자금융거래에서 본인확인 절차를 강화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소비자의 과실로 발생한 사고여도 은행의 책임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은행의 책임을 강화하면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나올 것"이라며 "보이스피싱을 당한 것처럼 꾸며 은행의 보상을 노리는 등 부작용도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이다.
은행권도 공정위의 개정안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공정위가 개정한 표준약관은 개별 은행 차원에서 이미 반영하고 있는 내용"이라며 "새로운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공정위의 권고사항과 관련해 은행차원의 세부내용을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며 "조만간 세부내용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