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삼성과 구글의 만남..전략적 제휴 재확인

입력 : 2012-09-27 오후 5:51:57
[뉴스토마토 김기성·곽보연기자] 삼성과 구글이 만났다. 구글이 한국을 찾은 터라 '손님맞이'라는 의례적 표현이 뒤따를 수 있지만 응축된 함의는 그 이상이었다. 
 
삼성이 애플과의 일대 혈전을 치르는 미묘한 시기에 절대 우군으로 남아있던 구글의 수장이 삼성전자(005930) 본사를 찾았다. 안드로이드 진영을 대표하는 양사가 손을 맞잡으며, 전략적 제휴 관계를 대내외에 공식 확인한 것이다.
 
이는 서로의 절박함과 필요성이 동인(動因)이 됐다는 게 설득력 있는 분석이다. 구글로선 안드로이드를 세계 시장에 전파한 삼성의 제조력이, 삼성으로선 애플에 맞서줄 미국 IT 큰 손의 지지가 필요했다.
 
서로의 힘을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관계를 끊고 적으로 돌리기보다 전략적 연대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향후 전개될 상황 모색에 있어서도 훨씬 현명한 선택이라는 얘기다. 
 
다만 이는 필요 이상으로 애플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사는 논의 내용을 철저히 비밀리에 부쳤다. 한국을 찾고, 삼성을 방문하고, 수장들이 만나는 일련의 정황만으로도 양사의 의지는 충분히 알렸다는 전략적 판단도 내재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나서는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과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전세계 IT 시장의 이목이 쏠린 양사 간 만남은 27일 이뤄졌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를 찾았다. 앤디 루빈 부사장도 동행했다.
 
이들은 곧장 로비를 지나 회동 장소로 이동했다.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신종균 무선사업부(IM) 사장이 삼성을 대표해 구글을 맞았다. 삼성전자를 총괄하며 애플과의 협상에 나섰던 최 실장과 스마트폰 사업을 현 위치로 끌어올린 신 사장이었다.
 
약 1시간20분에 걸친 회동 끝에 이들이 다시 로비에 모습을 드러냈다. 격의 없이 웃음과 함께 가벼운 대화들이 오갔다.
 
국내외 취재진들을 마주한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쏟아지는 질문에 미소로 답하며 사옥을 빠져 나갔다. 손님이 편하게 떠날 수 있도록 예우 차원에서 최 실장이 대신 나섰다.
 
최 실장은 기자들에게 "구글과 우리는 굿 파트너가 아니냐"며 "파트너끼리는 서로 별 이야기를 다 한다"고 말했다. 손님이 안전하게 떠난 것을 확인한 최 실장이 등을 돌리자, 신 사장이 취재진을 향해 "휴대폰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고 짧게 말했다.
 
"굿 파트너끼리 휴대폰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안드로이드 진영을 대표하는 양측이 향후 스마트폰 사업에 대한 전략적 연대를 재확인했음을 충분히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이는 결국 애플에 대한 대응책으로 논의가 발전했음을 시사한다.
 
스마트폰 운영체제(OS)를 놓고 동서 냉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안드로이드 진영의 결속력이 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 또한 어렵지 않게 예측됐다. 다만 이 과정에서 애플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리하느냐는 여러 선택지 중에 하나로 보인다.
 
구글은 그간 애써 중립자 위치임을 강조하며 애플과의 전면전만은 피하려 했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때문에 구글이 특허전을 벌이고 있는 삼성과 애플 간 중재자로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돼 왔다.  
 
◇27일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과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과의 회의를 마치고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나오고 있다.(왼쪽부터 최지성 실장, 에릭 슈미트 회장, 신종균 사장, 앤디 루빈 부사장)
 
한편 이날 이건희 회장과 에릭 슈미트 회장 간 만남은 불발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날 두 수장 간 만남이 있을 것으로 전했지만 현실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분분한 해석이 나도는 가운데 삼성은 애초 만남 자체가 계획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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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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