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불안감 고조..부품관리 체계 '구멍'

수백만개 부품 중 일부 핵심부품만 사전검사
전문가 "사전검사 강화·높은 가동률도 낮춰야"

입력 : 2012-10-04 오후 3:33:40
[뉴스토마토 오세호기자] 원자력발전소 2기가 같은 날 잇달아 가동을 중단하면서 원전 부품관리 체제에 구멍이 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대부분 원전 가동중단 원인이 부속부품 고장에 의한 것이지만 부속부품에 대한 사전검사는 이뤄지고 있지 않고 있다.
 
4일 지식경제부와 한국수력원자력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100kW급 원전인 신고리 1호기와 영광 5호기가 고장으로 가동을 중지하면서, 올 들어 원전 가동 중단횟수는 12건으로 늘어났다.
 
일반적으로 국내 하루 예비전력량은 500만kW 이상으로 유지되지만 이번 원전 가동중지로 2일 하루에만 예비전력량의 5분의 2가 줄었다.
 
한수원은 원자로 출력을 제어하는 제어계통 고장으로 가동을 중지한 신고리 1호기와 증기발생기 급수펌프 고장으로 가동을 중지한 영광 5호기 모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고·고장 등급 중 '0' 등급에 해당되는 것이기 때문에 안전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국제 원자력 사고·고장 등급(INES)에 따르면 1~3등급에 해당하는 사건은 '고장', 4등급 이상은 '사고'며 안전에 중요하지 않은 사건은 '등급이하·0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이번 2건의 원전 고장은 모두 IAEA의 사고·고장등급 중 0등급에 해당돼 안전에는 별 다른 영향이 없다"며 "방사능 외부 누출도 없었다"고 말했다.
 
◇국제 원자력 사고·고장 등급(INES) 분류표 (자료출처:한국수력원자력)
 
그러나 전문가들은 원전 가동중지 문제가 계속 발생하는 것은 '부품관리 체계'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부분의 원전 가동중지가 부속부품 고장으로 인한 것이지만, 사전검사는 일부 핵심부품에 한해서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발생했던 원전사고 12건 중 부품 고장으로 가동을 멈춘 횟수는 지난 7월 영광 6호기와 지난 8월 신월성 1호기, 지난 2일 신고리 1호기 등 모두 7건에 달했다.
 
한수원은 부품 수만개가 들어가는 원전 특성상 고장을 사전에 막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원전에 부품 200만~300만개가 들어간다"며 "부품이 많아 작은 문제만 생겨도 멈춰서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원전 부속부품에 대한 사전검사 강화와 부품 신뢰도 향상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찬오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원전 가동중지의 대부분의 원인은 부속부품 고장으로 인한 것"이라며 "한수원측에서 부속부품에 대한 이력관리와 부품 신뢰도 향상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전 가동중지 문제를 줄이기 위해선 지나치게 높은 가동률도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근 전력난으로 높은 가동률을 유지하면서, 예방정비 시간이 짧아지고 원전의 스트레스가 높아져 고장 발생 위험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한수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원전 가동률은 프랑스 등 대표적 원전 운영 국가들의 가동률(60~75%)보다 높은 90% 수준으로 나타났다.
 
70~78일간 예방정비를 받던 고리원전 3호기와 영광원전 1호기가 각각 31일과 28일간만 예방정비를 받는 등 전력수급 문제로 최근 원전예방정비기간도 크게 줄어든 상태다.
 
김제남 의원실 이헌석 정책특보는 "원전을 전력공급 중심으로만 생각하고 운영한다면 위험하다"며 "안전 관련 인력을 충원하고 정비기간을 늘리는 등 의 대책을 통해 안전한 원전 운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현재 같이 발전소를 풀가동하는 수준에서는 원전의 빈번한 고장을 막을 수 없다"며 "근본적으로 발전설비 용량을 늘려 설비용량이 충분한 상황에서 주기적으로 교대해가며 예방정비를 충실히 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전담 부처인 지경부는 올 연말까지 '6차 전력기본수급계획(2013~2027)'을 수립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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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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