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쓰나미)롯데, 거미줄 '순환출자구조' 어쩌나

(특별기획)④경영권승계 완료됐지만, '순환출자금지' 복병
골목상권 침범 논란도 큰 부담

입력 : 2012-10-17 오후 4:39:03
[뉴스토마토 조필현기자] '순환출자 금지'는 대선을 앞두고 급부상한 '경제민주화'의 핫이슈다.
 
야당인 민주통합당은 순환출자 금지 등을 주요 골자로 담은 재벌개혁안을 내놓았고 여당 새누리당도 신규 순환출자 금지를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롯데그룹은 정치권에서 점차 구체화되고 있는 '순환출자 금지'에 따른 지배구조 변화에 어느 그룹보다도 더 긴장하는 모습이다. 롯데그룹이 대선이후 '경제민주화'라는 거센 흐름에서 재벌개혁의 최대 표적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롯데그룹은 10대 그룹 중 가장 복잡한 순환출자방식을 갖고 있다. 총 19개의 순환출자고리로 이어져 있다.
 
롯데그룹으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지만, 워낙 복잡하게 얽혀있는 환상형 순환출가 쉽사리 바뀔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그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경영권 승계 마무리했지만..거미줄 '순환출자' 어쩌나
 
경제개혁연구소는 롯데그룹의 거미줄과 같이 얽혀 있는 순환출자 기업수가 200개는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같은 복잡한 순환출자 방식 때문에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은 10대그룹 총수 가운데 가장 적은 지분으로 그룹을 좌지우지하는 기형적인 경영형태를 보이고 있다. 신 총괄회장이 보유한 지분율은 전체의 0.05%에 그친다.
 
0.05%라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해 놓고도 순환출자구조 해소 과정에서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를 흔들어야 하는 복병을 만났다.
 
순환출자 고리의 핵심은 롯데쇼핑이다. '롯데쇼핑→롯데카드→롯데칠성음료→롯데쇼핑, 롯데쇼핑→롯데미도파→롯데제과→롯데쇼핑' 등으로 이어지는 환상형 출자 고리다.
 
롯데쇼핑은 롯데카드의 지분 92.54%를 보유하고 있고, 다시 롯데카드는 롯데칠성음료 지분 1.91%(보통주1.59%, 우선주0.32%)를, 롯데칠성음료는 롯데쇼핑의 지분 4.26%를 가지며 환상형으로 연결돼 있다.
 
 
출처: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롯데쇼핑은 또 롯데미도파 지분 79.01%를, 롯데미도파는 롯데제과의 지분 2.96%를, 롯데제과는 롯데쇼핑의 지분 8.52%를 보유하고 있다.
 
순환 출자의 핵심 고리인 롯데쇼핑의 최대 주주는 신동빈 회장으로 14.59%의 지분을 갖고 있다.
 
롯데그룹이 79개 계열사가 얽힌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조 단위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재벌닷컴은 롯데그룹이 순환출자 연결고리 19개 가운데 최소 6개사의 연결지분을 해소하는 데 2조4570억원, 롯데쇼핑을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3조108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계산했다.
 
단순 계산으로도 롯데제과가 롯데쇼핑 지분 8.52%를 매각하는데만 약 6880억원, 롯데칠성음료가 롯데쇼핑 지분 4.26%를 매각하는 데만 약 3440억원 가량이 소요될 전망이다.(7월24일 롯데쇼핑 종가 기준)
 
◇순환출자 해소 ‘복병’ 또 있다
 
신동빈 회장이 그룹 계열사의 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해 조단위 비용을 들여야하는 것 말고도 복병은 또 있다.
 
형 신동주 부회장이 최대 주주인 일본롯데홀딩스가 1대 주주로 있는 호텔롯데의 역할이다.(롯데홀딩스의 회장은 신격호 명예회장)
 
호텔롯데는 일본롯데홀딩스(19.2%)를 비롯한 일본 투자회사들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데, 현재 한국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지분 상당 부분을 보유해 그룹 전체를 아우르며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롯데건설, 롯데상사, 롯데물산, 롯데손해보험, 롯데캐피탈, 롯데알미늄 지분을 각각 38.34%, 34.64%, 31.07%, 27.72%, 26.60%,12.99%씩 보유한 최대주주다.
 
호텔롯데는 또 그룹 주력 계열사 호남석유화학의 지분도 13.64%를 보유한 2대주주이며, 순환출자 고리 핵심인 롯데쇼핑의 지분도 9.58%를 보유해 신동빈, 신동주에 이어 3대 주주다.
 
호텔롯데는 이밖에도 롯데제과(3.21%), 롯데칠성음료(보통주5.92%, 우선주 4.83%), 롯데삼강(8.60%), 롯데리아(18.77%), 롯데정보통신(2.9%), 대홍기획(12.76%), 롯데자산개발(7.19%), 롯데카드(1.24%) 등 그룹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상당 부분 소유하고 있다.
 
롯데물산(56.99%), 부산롯데호텔(46.62%)도 신동주 부회장이 1대주주인 일본롯데홀딩스가 최대 주주다.
 
신동주 부회장은 롯데역사(8.73%), 롯데제과(3.48%), 롯데칠성음료(2.83%), 롯데삼강(1.93%), 롯데캐피탈(0.53%), 롯데카드(0.24%) 등 개인 자격으로도 롯데그룹 계열사의 주식 상당 부분 갖고 있다.
 
신동주 부회장은 또 한국 롯데그룹 순환출자 구조의 핵심인 롯데쇼핑 지분도 신동빈 회장보다 겨우 0.01%p 적은 14.58%를 갖는 2대 주주다.
 
특히 신동주 회장이 최대주주인 호텔롯데는 환상형이 아닌 대부분 수직형으로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순환출자 해소 후에도 그룹내 지배권을 행사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반면 환상형 출자 구조의 핵심 고리인 롯데쇼핑을 통해 롯데그룹 전반에 대한 지배권을 갖고 있는 신동빈 회장은 순환출자를 해소 때 그룹 지배권이 흔들릴 수 밖에 없다.
 
김동양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롯데그룹이 순환출자를 해소해야 한다면 지분 구조가 워낙 복잡해 굉장히 곤란한 상황이 될 것"이라며 "일본 사업은 큰 아들이, 한국 사업은 둘째 아들이 맡는 것으로 경영권 승계가 정리됐다고 하지만 사실상 지분 구조상으로는 정리가 안됐다"고 말했다.
 
롯데는 과거에 지주사 전환 체제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주사 전환은 검토한 바 없다"며 "정치권에서 순환출자를 금지한다고 해서 쉽게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주회사 체제로 가려면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필요해 간단히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골목상권 침범논란, 중심에 서다!
 
올초 국내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가 유통업계의 핫이슈로 부상했다.
 
재계순위 5위 롯데그룹도 최근 롯데슈퍼가 보여준 골목상권 침해행태가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롯데슈퍼는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대도시 지역 SSM점포 수를 전방위적으로 늘려가고 있어 표적이 되고 있다. 
 
롯데는 대중소기업 상생법 때문에 더 이상 점포수를 늘릴 수 없게 되자 아예 프랜차이즈 점포를 늘리는 방법으로 전환해 2009년 이후 61개의 가맹점을 추가 확보했다. 이런 행태는 홈플러스 등 다른 업체와 과당 경쟁을 촉발시켜 골목상권 몰락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골목상권의 알짜 아이템인 담배소매업까지 손을 뻗이면서 비난의 목소리는 더 높아지고 있다.
 
롯데그룹의 계열사 ‘코리아세븐’이 편의점 가맹점주들이 지정받아야 할 담배소매인 지정을 회사이름(법인)으로 800개나 받아왔고, 신동빈 회장 등 회사대표의 개인 자격으로도 91건이나 지정을 받아 담배사업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가 이익을 쫓아 뻔히 보이는 꼼수를 쓰는 바람에 유통업계 전체가 도매금으로 비판받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같은 롯데그룹의 골목상권 침입은 독특한 기업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롯데는 다른 경쟁기업은 물론이고 그룹 내 유통사업부문 간에도 한치 양보 없는 경쟁을 통해 경영성과로 평가받는 성과주의 원칙을 내걸고 있다.
 
매출 100조를 달성하는 기업이 슈퍼마켓 몇 개 늘리고 꼼수로 휴일영업을 회피하려고 매달리는 모습에서 그룹 수뇌부의 역량과 경영철학이 짐작되는 상황이다.
 
특히 유통기업은 국민과 소비자를 직접 대하는 특성상 더더욱 여론을 살피고 약자를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지만, 최근 롯데가 보여준 행태는 이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는 지적이다.
 
◇금산분리강화, 10여개 금융계열사는 어떻게?
 
롯데는 산업자본이 보험, 증권, 카드 등 제2금융권 계열사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금산분리 확대 법안 발의에도 좌불안석이다.
 
이 법안이 현실화된다면 경영권 등 지배구조 전체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여야 정치권은 경제민주화 맥락에서 MB정부 이전 수준으로 금산분리를 강화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 공시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금융계열사는 10개다. 지난해 롯데의 금융계열사는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롯데캐피탈 등 3개에 불과했지만, 1년 사이 7개의 금융계열사를 추가로 편입시켰다.
 
추가된 금융계열사를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발견되는데 (주)마이비, (주)이비카드, (주)인천스마트카드, (주)한페이시스, 경기스마트카드(주), 부산하나로카드(주), 충남스마트카드(유) 등이 모두 각 지역의 선불교통카드 사업을 담당하던 회사라는 점이다.
 
만약 금산분리가 강화되면 롯데의 2금융권 의결권 제한이 현실화 돼 그룹 지배력 약화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는 '금산분리강화' 방안은 금융 계열사 지분에 대한 의결권 제한, 중간 금융지주회사 도입에 따른 비용 발생 등의 리스크가 발생한다는 측면에서 금융계열 자회사를 다수 보유한 롯데에게는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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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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