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경제민주화보다 '위기' 대처가 우선"

입력 : 2012-10-17 오전 9:07:22
[뉴스토마토 양지윤·곽보연 기자] 재계가 경제민주화 바람 차단을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정치권의 논의가 본궤도에 오른 상황에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절박함이 내재된 결과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서울상의 회장단 회의를 열고 "수출과 내수의 동반침체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와 정치권, 경제계가 모두 경제 살리기에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의견을 모았다.
 
대내외 경기침체라는 위기 상황을 부각시킴으로써 정치권의 예봉을 꺾고 성장 중심의 정책기조를 유지시키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지금 대기업에 대한 비판과 함께 정치권에서 경제민주화에 대한 요구가 많이 있지만 정작 경제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없다"면서 "산업현장에서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경제 난국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걱정과 논의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무분별한 반기업 정서의 확산과 이를 기반으로 한 정치권의 규제 강화 논의가 경제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로 받아들여진다.  
 
회장단은 현 국면이 경제위기임을 재차 강조하며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이 도입되면 성장 기반이 약화될 것이라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 했다.
 
가령 재벌개혁의 핵심으로 논의되는 지배구조 개편이 현실화될 경우 기업은 투자와 경쟁력 강화 등 본연의 경영활동 대신 규제를 준수하는데 자금을 투입할 수 밖에 없고, 이는 경제위기를 심화시킴과 동시에 성장의 축을 꺾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때문에 재계는 그간 경제민주화에 대한 우려의 근거로 투자와 일자리 위축을 제시해왔다.
 
회장단은 현 정부의 규제 완화 논리였던 '낙수효과'에 대해서도 주장을 이어갔다. 회장단은 "대기업의 수출이 늘어야 중소기업의 일감과 일자리도 늘어난다"며 "대기업의 역할과 공과에 대해 올바로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회장단은 또 정년연장과 비정규직 보호를 골자로 하는 정치권의 노동관련법 강화 방침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회장단은 "개별기업 사정에 맞춰 자율적으로 임금피크제 등을 활용해 고용을 연장하고,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불합리한 차별 해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정치권은 정년연장 입법을 유보하고 비정규직 관련 고용 유연성을 보장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인의 국정감사 증인채택에 대해서도 "기업인의 국감 출석은 대외활동 제한에 따른 경영차질 뿐만 아니라 국감장에 모습을 나타내는 것만으로도 기업 이미지가 손상이 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꼭 필요한 경우에만 기업인을 소환하도록 합리적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동근 대한상의 부회장은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불황기에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면 우리경제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며 "기업인들의 의견을 한데 모아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의 도입시기와 폭이 조정될 수 있도록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전 여야 후보 초청토론회 자리를 마련해 재계의 우려를 직접 전달함은 물론 각 정당과 대선 캠프에도 재계 입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의견을 적극 개진해 나가겠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날 회장단 회의에는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김억조 현대차(005380) 부회장, 김반석 LG화학(051910) 부회장,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 등 주요그룹사 최고경영진 13명이 참석했다.
 
◇대한·서울상공회의소가 17일 오전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서울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를 개최했다. 손경식 대한·서울상공회의소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대한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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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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