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연말 대권에 도전한 후보들 사이에서도 성장공약을 제시하지 못하는 등 몸사리기가 만연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유력한 대권주자인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후보, 안철수 무소속 후보 모두 경제민주화와 복지확대 등의 표밭을 자극할 수 있는 공약 외에 경제의 큰 그림을 그리는 공약은 아직까지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글로벌 위기의 여파로 올해 2%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경제성장률을 앞으로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지, 중장기적인 경제회복 계획은 무엇인지에 대한 계획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
지난 2007년 대선의 경우 정동영 후보가 연평균 6% 성장과 세계 10대 선진국 진입의 목표를 제시했고, 이명박 후보는 '747' 공약을 통해 7% 성장과 국민소득 4만불, 세계 7대 경제대국 진입을 약속했다.
또 문국현 후보는 8% 고성장을, 이인제 후보도 7% 성장목표를 제시했고, 권영길 후보도 5%성장을 전제로 서민소득 7%증가라는 경제공약을 내밀었다.
19일 현재 박근혜 후보가 '창조경제론'을, 문재인 후보가 '공정경제론'을, 안철수 후보가 '혁신경제론'을 각각 핵심 경제정책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그 내용은 딱히 손에 잡히는 게 없다는 평가다.
창조경제론은 정보기술과 첨단과학을 기존 산업 전반에 융합하겠다는 추상적인 내용이며,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의 성장을 돕는 공정거래질서를 확립하겠다는 '공정경제론'도 성장에 대한 계획으로 보기는 어렵다.
'혁신경제론'도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은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사다리를 제공하겠다는 것으로 저성장의 늪을 빠져나오기 위한 구체적인 해법은 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 민간연구기관 연구위원은 "당분간 저성장의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대선 후보라면 이런 경제국면을 타개할 수 있는 밑그림이라도 내놔야 할텐데 전혀 그런 것이 보이지 않는다"고 후보들의 공약을 촌평했다.
경제성장 목표가 결과론적으로 '뜬구름잡기'식이 된 과거 선례도 후보들의 성장목표 제시를 두렵게 하는 이유로 꼽힌다.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당시 후보는 7% 신성장 목표를 제시했지만, 5년 뒤 세계경제성장률에 훨씬 못미치는 연평균 4.4% 성장에 그쳤다.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제시한 7% 성장목표 역시 올해 정부목표성장치 3.3%를 억지로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연평균 3.14%로 반토막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성장률 목표는 어디까지나 목표에 불과하지만, 결과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기 때문에 쉽게 공언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며 "특히 당분간 저성장을 전망하는 기관들이 많은 상황에서 후보들이 턱없이 높은 숫자를 제시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후보들이 제시한 복지공약 수준을 감안하면 저성장에 머물러 있을 수 만은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국민들의 삶이 어려운 원인은 근본적으로 저성장에 있다"면서 "이런 저성장 기조를 탈피해 보다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