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한승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정수장학회 정면돌파가 악재로 덮친 가운데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의혹 제기는 노 전 대통령의 육성발언이 공개되면서 역풍을 맞고 있는 새누리당이 친일 논란이라는 자충수까지 뒀다.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부일장학회를 설립한 고 김지태 회장을 친일파로 공격하면서 도리어 박 후보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일행적과 남로당 활동이 더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이 사태를 이성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을 상실하고 몇몇 박 후보 측근의 입에 의해 파국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정현 새누리당 공보단장은 지난 22일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일장학회의 소유주인 김씨의 인연을 연관지어 김씨의 친일행적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아울러 "노 전 대통령은 중고등학교 시절 부일장학금을 수혜했고, 변호사 시절 김씨와 관련된 100억원대가 넘는 천문학적인 소송에 참여한 인연이 있었다"며 관심을 돌리려 애썼다.
하지만 이같은 이 단장의 발언은 곧장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 단장은 민주당에게 김씨와 무슨 관계냐고 묻기 전에 박 후보가 왜 유독 아버지의 잘못된 행위에 대한 법원 판결문에 대해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고 있는지 그것부터 답하기 바란다"고 반박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국회 원내상황점검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의 친일 행적을 언급하며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를 제자리로 돌리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김씨는 동양척식회사에서 지난 1927년부터 1932년까지 근무했다는 것이고, 박 전 대통령은 만주군관학교에 불합격되자 '천황폐하께 충성을 맹세한다'는 혈서를 써서 입학해 독립군에게 총을 쏘고 그 우수함을 인정받아 일본 사관학교에 진학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진짜 골수 친일파'가 동양척식회사에 다녔다는 김씨를 친일파로 몰면서 민주당과 연관시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네티즌들은 박 전 대통령의 친일행적에서 더 나아가 해방 이후 공산당(남로당) 활동에 앞장서던 행적까지 비판하기 시작했다.
결국 새누리당으로서는 '혹 떼려다가 혹 붙인 격'이 되어버린 셈이다.
김지태씨 유족은 "(김씨가 동양척식회사에 들어간 것은) 성적이 좋아서 그 회사에 배정된 것으로 친일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으려고 하는데 법적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김씨는) 독립운동가인 신익희 선생과 아주 가깝게 지냈다"며 "친일파였다면 신 선생이 가까이 했겠는가"라고 반박했다.
정수장학회 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인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지난 22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강당에서 "김지태씨는 친일파가 아니었다"며 "지난 2005년 국가정보원 과거사위원회에서도 김씨가 친일파였는지를 조사했지만 한번도 문제가 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공대위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박 후보가 밝힌 정수장학회 관련 입장은 역사를 기만하고 국민을 유린했다"며 "국민 대통합의 최근 행보와 모순된 입장을 내놓고 스스로 모든 것이 정치적 쇼임을 입증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안에 대해 기본적 사실관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통령 후보의 자격이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더욱이 거짓말로 고인의 명예마저 훼손한 망언에 대해서는 유족들 앞에 엎드려 사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유족 측은 오는 25일 정수장학회와 박근혜 캠프간 끝장토론을 열자고 제안해 이에 대한 수락여부와 그 결과에 따라 새누리당에 타격이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어설픈 친일파 공격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일행적만 부각시키며 새누리당의 입장만 궁색해지고 있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