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캠프, 박근혜만 보이고 가끔 이정현 보이고..

입력 : 2012-10-24 오후 5:13:54
[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 캠프가 사실상 식물캠프로 전락하고 있다.
 
의사결정이 박 후보 독단적으로 이루어지면서 후보와 캠프 보좌진들 간의 토론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고, 그러다보니 캠프 보좌진들도 박 후보의 의중이 무엇인가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형국이다.
 
그런 와중에 박 후보의 오랜 최측근인 이정현 새누리당 공보단장이 홀로 눈에 띄고 있다. 하지만 이 공보단장은 박 후보에 대한 충성심만 가득할 뿐 그의 발언이 실제로 박 후보와 새누리당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당 내외부에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박 후보는 특히 정수장학회가 '강압이 아닌 헌납'이었다는 기자회견을 계기로 독단적인 의사결정과 불통 이미지가 고착화 되고 있다.
 
이번 기자회견의 진행과정만 봐도 중요한 사안을 당내 공식 조직과 협의하지 않고 혼자 결정하는 '박근혜 스타일'이 또 다시 적용됐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후보는 지난 21일 정수장학회 관련 기자회견에 앞서 공식 회의없이 몇 명의 최측근 도움으로 회견문이 작성됐다,
 
박 후보는 지난달 24일 과거사 관련 사과 기자회견 당시에도 일부 측근과 함께 회견문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내에선 "대선 후보로서 혼자서 의사 결정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과거사 사과 발언 당시 대법원 판결에 대한 잘못된 발언에 대해 홍일표 대변인이 급하게 수습했지만, 박 후보는 홍 대변인의 적절한 조치를 뒤집어 버려 사퇴에 이르게됐다.
 
홍 전 대변인의 사퇴는 긴급 현안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보좌진들의 자율성이 설 자리를 잃어버리는 계기가 되어 버렸다.
 
또 선대위에 외부 인사를 임명하는 과정에서도 한광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를 영입할 때 안대희 정치쇄신특위위원장 등은 "한 번이라도 논의를 거쳤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당내 관계자들은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해서 박 후보의 발언이나 행태를 수정할 수 없다. 결국 박 후보 눈치만 보는 셈이다.
  
새누리당에서는 박 후보만 보인다는 말이 나올정도다. 이 과정에서 박 후보 최측근들은 '박근혜 힘 실어주기'에 나섰다. 이 역시 오래된 최측근인 이정현 공보단장이 홀로 눈에 띈다.
 
'박근혜의 입'이라 불리는 이 단장은 24일 "박 후보는 당시 10살때 일을 대통령 선거의 전부처럼 야당이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이 단장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 최근 불거진 정수장학회 논란과 관련해 "장학회 문제만 갖고 5년내내 뒷조사 등을 해서 결론을 낸 것"이라면서 "지금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놔두고 '강압이다', '강요다' 이런 걸 가지고 이렇게 대통령 선거의 다른 항목들을 다 제쳐두고 이 문제에 대해서 이렇게 매달려 있는 게 맞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후보에 대한 불통 지적에 대해서는 "그저 야당이 박 후보를 흠집내고 흑색선전하기 위해서 했었던 얘기들을 그대로 씌우고 있다"며 "자기 의견을 안 들으면 불통이라고 얘기를 한다고 하는 것이 맞느냐"고 항변했다.
 
하지만 이 단장의 논리구조는 '궤변'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실제로 박 후보에게 별 도움이 안된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또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 입장 기자회견 이후부터 이날까지 중앙선대위 회의에서는 고(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의혹에 대한 공세가 쏟아졌으나 박 후보의 소통 문제나 정수장학회와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
 
그럼에도 새누리당 내에서 정수장학회 논란에 대한 박 후보의 의사결정구조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선 승리 뿐만 아니라 대선 이후를 감안해서라도 박 후보의 폐쇄적 소통구조를 확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비박계인 이재오 의원은 "정수장학회가 5·16쿠데타의 산물인데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면서 얻어진 정수장학회가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면 지난번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어떤 국민이 믿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상돈 정치쇄신특별위원도 "(박 후보가) 의사결정 구조를 바꿔서 당의 공식기구, 선대위 공식기구와 소통 내지는 많은 토론을 해야만 대선까지 갈 수 있다"고 밝혔다.
 
친이계인 조해진 의원도 박 후보의 불통 논란이 재차 불거진 데 대해 "그런 게 있다면 빨리 고쳐야 한다"며 "당에 경륜과 식견을 가진 사람이 많기 때문에 그들과 중요 사안을 협의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야권으로서는 호기로 잡고 집중 공격에 나서고 있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박 후보는)과거 권위주의적 리더십이 너무 몸에 베여있다"며 "미래의 여성성을 보여주는 리더십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평가했다.
 
김부겸 민주통합당 선대위원장은 "박 후보가 강력한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 누구도 건의하거나 수정하는 게 불가능한 것 아니냐"며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가치나 세계에서 한발 더 나와야 국민이 미래에 기대하지 않겠나"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의 기류는 복잡하다. 박 후보의 발언에 눈치보는 쪽,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쪽, 야권에 역공을 가하며 박 후보의 정면돌파에 동조하는 쪽으로 나뉘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박 후보만 보이고, 가끔 이정현 공보단장이 보이고, 나머지는 눈치만 살피는 형국이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윤성수 기자
윤성수기자의 다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