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8을 출시하며 구글, 애플과의 IT시장 패권을 둔 진검승부에 돌입했다.
MS의 야심작인 윈도8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일반PC 등에서도 호환해 사용할 수 있는 차세대 운영체제다. MS는 이번 윈도8 출시를 계기로 애플과 구글이 치열한 헤게모니 경쟁을 벌이고 있는 모바일 OS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또 태블릿PC 시장에서는 구글, 애플, 삼성전자가 구축한 3강 구도에 MS가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스마트폰 분야에서는 애플과 삼성전자가 세계시장을 양분한 가운데 MS는 구글, 삼성전자와 함께 나란히 '반애플 전선'의 동맹을 결성할 태세다.
복잡 다단한 상황 속에 전문가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이번 ‘공룡전쟁’ 과정에서 사실상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분석을 제기했다.
가장 직접적으로는 부품 공급의 다변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등 부품 생산량 증대 효과가 가시화됐다. 또 윈도8을 탑재한 아티브PC 출시로 인한 매출 상승을 비롯해 정적이나 다름없는 애플의 지배력이 낮아지며 얻게 되는 시장 구도 변화 등이 꼽혔다.
윈도8의 출시는 구글과 애플이 MS의 귀환을 긴장감 어린 눈초리로 지켜보고 있는 것과 달리 삼성 입장에서는 반길만한 호재거리다. 특히 삼성전자가 윈도8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은 지난 9월 IFA를 통해 윈도8 OS를 탑재한 아티브PC를 공개한 것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양사 간의 전략적 제휴가 긴밀히 이뤄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MS는 삼성의 무서운 물량공세 능력이, 삼성으로서는 구글의 대안이 필요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필요에 의한 전략적 제휴는 때로는 혈맹으로까지 발전하는 게 시장의 이치라는 얘기다.
◇지난 24일 삼성전자가 공개한 '아티브 스마트PC'
업계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윈도8을 탑재한 제품을 시중에 선보인 삼성전자는 ‘OS 여부에 상관없이 제조력을 통해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나타냈다. 실제로 삼성은 애플의 iOS를 제외하고는 구글, MS 등 대부분의 OS 개발업체들과 제휴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윈도8이 삼성전자에 안겨주는 이득은 아티브PC뿐만이 아니다. 세트업체이면서 동시에 세계 최대의 부품업체인 삼성전자는 이번 윈도8 출시에 힘입어 막대한 매출 상승이 기대되고 있다.
임돌이 신영증권 IT팀장은 "반도체 분야에서는 태블릿PC로 분류되는 스마트패드 시장에서 잠식효과(Cannibalization) 때문에 발생하는 기존 시장 잠식 분을 제외하고 윈도8 출시에 의한 순수 신규 수요 확대 효과가 내년 2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는 반대로 크롬(Chrome)으로 이미 PC 시장에서 쓴 맛을 봤던 구글이 새로운 '크롬 OS'로 재기에 성공한다고 해도 삼성에게 그리 나쁜 시나리오는 아니다. 구글의 새 크롬북과 크롬박스 모두 삼성전자가 맡아 제작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윈도8 출시는 삼성전자가 애플과 함께 양분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확실한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iOS의 지배력이 약해질 경우 MS와 구글의 OS를 모두 사용하는 삼성이 스마트폰, 태블릿PC 시장에서 보다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대형 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업계 전반에 걸쳐 애플의 지배력이 무너지고 본격적인 춘추전국시대에 돌입한다면 4개 업체 중 가장 큰 마케팅 및 유통 네트워크를 보유한 삼성전자의 강점이 본격적으로 대두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한편 윈도8에 대해 주요 외신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호평 일색이다. 특히 MS 운영체제 의존도가 높은 국내에서는 그 파급력이 더 클 것이라는 전망에 벌써부터 무게감이 실렸다.
영국의 IT 전문지인 테크레이다는 "MS가 윈도8을 출시하면서 애플과 구글보다 랩탑과 태블릿PC의 융합 흐름에서 앞서 가게 됐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될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시장이 무르익는 것을 보다가 결정타를 날리는 것은 MS의 특기다. 1990년대 후반, MS는 넷스케이프가 웹 브라우저 시장에서 지배력을 구축하는 과정을 관망하다가 IE를 출시하며 시장을 단 번에 움켜쥔 바 있다.
MS 관계자는 "당장 안드로이드가 주도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윈도8의 파급력을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PC와의 연동 기능을 통해 태블릿 시장에서는 윈도8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며 "윈도8로 모바일 기기 OS 기반을 다지고 차기 버전을 통해 스마트폰 및 태블릿 OS 시장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