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철강, 혹독한 '겨울나기'..생존 달렸다!

포스코, 대대적인 계열사 정리..현대重, 유례없는 희망퇴직

입력 : 2012-10-31 오후 4:58:36
[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생존 게임이 시작됐다. 겨울나기 결과에 따라 생존여부 자체가 갈릴 수 있다. 대내외 경기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기본 체력이 고갈된 상태에서 맞이하는 혹한이기에 더욱 매섭다.
 
희망도 그다지 크지 않다. 내년 업황도 올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게 시장의 주된 전망이다. 때문에 몸집이라도 줄여야 살 수 있다는 절박감이 엄습했다. 사상 유례 없는 구조조정과 감산 등 극단의 처방을 내놓고 있는 국내 대표적 기간산업인 조선과 철강의 현주소다.
 
지상명령은 이미 떨어졌다. 버텨야 산다.
 
◇철강, 몸집 '줄이고' 임금 '깎고' 생산 '감축'
 
불황의 늪에 빠진 건설, 조선, 자동차 업계의 수요가 줄자 중간재를 생산하는 철강업계는 그 어려움이 가중됐다. 설상가상으로 원자재 가격까지 상승세지만 제품가격에 철광석 등 원료 인상분을 반영하기도 힘들다. 국내 업계의 설비 증강과 중국의 값싼 물량공세가 이어지면서 공급과잉까지 겹쳤다. 일찍이 볼 수 없던 고난의 행군이다.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자랑하는 포스코(005490)라고 예외가 아니다. 정준양 회장은 전사적으로 비상경영의 마음가짐을 주문했다. 정 회장은 최근 포스코패밀리 운영회의에서 "삼성 임원들은 평일 오전 6시30분에 출근하고, 동부제철은 임금 30%를 삭감하기로 했다"면서 고통 분담과 업무 강도 향상을 주문했다. 
 
정 회장의 발언은 포스코가 현재 4단계의 비상경영 시나리오로 임하고 있다는 점과 일맥상통한다. 적자를 포함한 최악의 비상상황을 한 단계 앞둔 지라 위기가 목전에 왔다고 인식한 것이다.  포스코의 비상경영 체제는 최상의 상황(S1)부터 최악의 단계(S5)까지 총 5단계로 구성돼 있다.
 
특히 올 초부터는 핵심사업 역량 강화와 중복사업 조정 등을 통해 몸집을 줄여가고 있다. 70개가 넘는 계열사를 50여개로 축소하겠다는 것인데, 10월 현재까지 6개 이상의 자회사를 줄였다. 최근에는 계열사인 대우인터내셔널과 포스코건설 소유의 유통계열사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국내 4위 철강업체인 동부제철(016380)은 10월부터 오는 3월까지 6개월 동안 임직원 1700여명의 임금을 30% 삭감하기로 했다. 2009년 당진에 1조5000억원을 투입해 전기로 공장을 건설했지만 경기침체와 공급과잉에 따라 지난해 2169억원, 올 상반기엔 76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동국제강(001230)은 지난 6월 포항의 1후판공장을 폐쇄했다. 현대제철(004020) 역시 전기로 열연강판 생산을 2만~3만톤 줄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업계의 설비증강 탓에 자체적으로 공급과잉 상황인데다 세계적인 경기불황에 따라 중국의 철강재가 국내시장으로 밀려 들어오면서 감산을 통해 물량을 조절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내몰렸다.
 
◇세계 1위 조선도 피해갈 수 없는 불황의 '늪'
 
조선업계 역시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국내 조선업은 세계 선박 발주량의 36%를 차지해 지난해에 이어 세계 1위 자리를 지켰지만 시장 자체가 쪼그라든데다, 금융위기 이후 수주했던 물량들이 올해 실적에 반영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 세계의 선박 발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절반 가까이(42%) 줄었다. 유럽 선주들의 발이 묶이면서 실적을 뒷받침했던 컨테이너선을 포함한 상선의 발주가 줄어든 탓이다. 대형업체들은 해양플랜트 시장으로 달려갔지만 자금 여력이 없는 중소업체들은 거의 고사직전이다. 삼호조선은 지난 2월 파산신청을 했고, 신아SB는 워크아웃 상태다.
 
최근에는 현대중공업(009540)이 창사 40년만에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밝혀 업계에 충격을 던져줬다. 회사 측에서는 퇴직제도 중의 하나로 도입했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3분기 593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5%나 줄어든 성적표다. 경기침체에 따른 고가 수주 물량의 감소 탓이 컸다. 회사 측은 그간 직원들의 평균근속연수가 업계 최고라는 점을 내세웠다. 역으로 보면 직원들 상당수가 근속년수가 높은 관리자층이란 얘기인데, 가뜩이나 수주 감소로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높은 수준의 인건비라도 줄여보겠다는 시도로 보인다.
 
STX(011810) 역시 지난 6월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 계약을 체결하고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특히 31일엔 STX에너지의 지분을 일본 오릭스사에 매각해 3600억원 규모의 현금을 마련했다. 또 STX메탈과 중공업의 합병을 결정하는 등 경기침체를 대비해 그룹의 모양새를 다듬고 곳간에 현금을 확보하려 안간힘이다.
 
삼성중공업(010140)도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현재까지 올해 목표치의 70% 수진인 약 85억달러를 수주해  최악의 상태는 피했다. 하지만 2007년 태안 기름유출 사고와 관련해 노인식 사장이 국회에 불려가는 등 이면에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최근에는 사고 피해 주민이 본사 앞에서 책임 있는 보상을 촉구하며 자해를 시도해 비판여론에 시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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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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