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삼성화재 작년 2배 수준 희망퇴직..'구조조정' 본격화

총무업무 여직원 200명 외부 제휴업체 보낼 듯
자산운용수익률 급락이 주요 원인

입력 : 2012-11-01 오후 4:16:28
[뉴스토마토 이지영기자] 삼성화재가 약 300명에 가까운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작년 말의 두배 수준이다. 최근 자체 경영진단(경영컨설팅)을 마친 삼성자산운용도 인력 줄이기에 들어갔다.
 
지난달 29일부터 외부 컨설팅 업체를 통해 경영컨설팅에 착수한 삼성생명도 컨설팅이 마무리되면 상당수 직원의 퇴직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에 따라 금융업계에서는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인력구조 개편 바람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1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지난주부터 근속연수 12년 이상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직급은 대리급 이상의 직원이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화재는 이번 희망퇴직을 통해 약 300명에 이르는 인원을 감축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자에게는 18개월치 월급을 위로금으로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화재는 또 10년 총무업무를 맡고 있는 여직원들을 상대로 인력 감축 작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전체 400명 가운데 200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외부 제휴업체에 보낸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이 업체에 2년 기간의 비정규직으로 근무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화재 한 관계자는 "제휴업체로 이동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여직원에 대해서는 지방으로 발령내거나 희망퇴직 대상자로 올릴 것이라는 회사의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안팎에서는 형식은 희망퇴직이지만 사실상 인력 구조조정에 가깝다는 시각이 많다.
 
삼성화재는 통상 희망퇴직 신청자를 받기 이전 회사에서 결정한 기준에 따라 1차적으로 인원을 선별한다. 인사담당 부서와 해당 부서장의 협의에 의해 최종 퇴직인원을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측 예상보다 신청자가 적을 경우 이 같은 과정을 거친 후 사내 공지를 통해 추가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감축 인원을 맞춘다는 것이다.
 
삼성화재의 또 다른 관계자는 "회사에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는 소문이 돌면 과장급 이상 임직원들 사이에선 칼바람이 분다"며 "퇴직자 명단에 올라온 임직원들에게는 부서 그룹장이나 팀장, 인사 담장자 등과의 끊임없는 면담을 통해 희망퇴직을 신청하도록 심리적인 압박을 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아직까지 뚜렷한 방침이 정해 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삼성화재는 지난해에도 이맘 때쯤 근속연수 20년 이상인 부장급, 18년 이상인 차장급, 15년 이상인 과장급, 12년 이상인 사원 등 15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당시 부장급을 기준으로 2억원 중후반대의 위로금을 지급했고, 차장·과장·사원급은 직급별로 3000만~5000만원 가량의 위로금이 차등 지급될 것으로 알려졌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삼성화재는 그동안 경영상 필요에 따라 희망퇴직을 실시했지만 올해는 그 규모가 이전보다 훨씬 큰 것 같다"며 "그만큼 회사가 느끼는 위기 의식이 큰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삼성자산운용도 최근 차제적으로 진행한 경영진단을 마무리되면 일부 직원들이 회사를 그만 둘 것으로 보인다. 회사 관계자는 "경영진단 결과 예상보다 회사 상황이 좋지 않다는 지적이 많아 분위기가 좋지 않다"면서 "이미 일부 임직원들이 퇴직했고 이달 말까지 추가로 구조조정을 진행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근 경영컨설팅에 들어간 삼성생명은 아직까지 인력 감축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컨설팅 결과에 따라 어느 정도 직원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삼성생명이 지난 2003년 전사적인 경영컨설팅을 받은 후 전체 인력의 10%가 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경영컨설팅을 통해 사업구조와 보험상품의 경쟁력, 자산 운용의 효율성, 해외진출 현황 등을 집중 점검한다는 방침이지만 일각에서는 임직원들에 대한 대규모 물갈이 인사를 단행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공교롭게도 그룹이 계열사에 대한 경영컨설팅과 경영진단을 벌인 이후 해당 계열사의 임직원들에 대한 인사가 이뤄지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삼성 금융계열사들이 잇따라 인력 줄이기에 나선 것은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회사의 수익성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는데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수익 창출의 원동력인 자산운용수익률이 크게 떨어진 데 따른 불가피한 조치로 분석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예상외로 저금리 기조가 길어지면서 보험사는 물론 은행 자산운용사 등이 모두 자산운용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삼성 금융계열사 뿐 아니라 다른 금융회사들에서도 연말까지 인력 감축이 잇따를 것이란 전망이 많다"고 전했다.
 
한편 삼성 관계자는 “계열사의 희망퇴직은 감축규모를 정해놓고 하는 것은 아니다”며 “경제상황과 회사 수익을 봐가며 인적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자율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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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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