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에 왠 LTE?..방향 못 잡는 '갤럭시 카메라'

입력 : 2012-11-06 오후 5:09:03
[뉴스토마토 김하늬·황민규기자] '갤럭시 카메라'가 방향성을 못찾고 헤메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특명으로 만들어진 만큼 시장에서의 성공은 삼성전자에 주어진 절대적 과제다. 부담이 커지면서 출시는 기약 없이 늦춰지고 있다.
 
삼성전자(005930)는 일단 갤럭시 카메라에 LTE(롱텀에볼루션) 서비스를 탑재키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카메라와 LTE 결합은 제조사 누구도 생각지 못한 사상 최초의 모험적 도전이다.
 
그런데 정작 주요 이동통신사들은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6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017670), KT(030200) 등 통신사들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카메라 출시와 관련해 LTE 서비스 지원 여부, 마케팅 전략 등을 놓고 치밀한 손익계산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는 연내 SKT, KT의 태블릿PC 요금제를 통해 갤럭시 카메라를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내부 관계자들은 갤럭시 카메라가 기존에 출시된 삼성전자의 태블릿PC, 스마트폰 등과 패키지 형태로 통합된 요금제로 출시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갤럭시 카메라는 지난 5월 이건희 회장이 카메라 부문 세계 1등을 주문한 지 3개월여 만에 내놓은 삼성의 전략 미러리스 카메라로, 공개되기 이전부터 이른바 '이건희 카메라'로 명명되면서 시장의 관심을 모았다.
 
갤럭시 카메라가 예상보다 시장 출시가 계속 늦춰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지난 9월 독일 IFA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갤럭시 카메라는 10월 시중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3G, 4G를 지원하는 제품인 만큼 통신사들과 협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예상보다 출시가 다소 늦춰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통신사의 설명은 다르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통화 기능이 없는 카메라 제품에 3G, 4G, 와이파이 등의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기술적으로 전혀 복잡할 게 없다는 설명이다. 또 공개 당시 이미 와이파이가 적용되며 삼성전자의 강점인 스마트폰 플랫폼에 주안점이 맞춰지기도 했다. .
 
오히려 갤럭시 카메라의 출시가 늦어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는 통신사 내부에서 LTE 지원의 실효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지배적 분석이다. 일부 관계자들은 갤럭시 카메라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재고 처리'에 더 큰 부담감을 드러내기까지 했다.
 
특히 KT의 경우 갤럭시 카메라의 출시 여부 자체를 두고 고심에 빠졌다. 카메라의 경우 일단 제품에 대한 개인 기호가 크게 반영되는데다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인지도가 뚜렷하기 때문에 통신사가 직접 마케팅에 나설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08년에도 KT가 올림푸스와 협력해 휴대폰 단말기와 디지털카메라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패키지 상품을 출시해 공동 마케팅을 벌인 바 있지만 결과는 참패 수준이었다"며 "이후 KT는 카메라 제품에 대한 일종의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SK텔레콤도 카메라 단말기에 적용되는 LTE 서비스에 대한 부담감, 또 통신사가 카메라 제품을 판매하는 사례는 사실상 사상 최초라는 점 등 때문에 마케팅 전략에 대해 고민이 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단말기 공급자인 삼성전자와의 관계 때문에 이런 속사정을 드러내놓지만 못한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요금제에 대한 논란도 크다. 삼성 측은 태블릿PC, 스마트폰, 스마트카메라 등을 하나로 묶는 패키지 형태로 통합된 요금을 기대하고 있다. 반면 통신사 측은 현재 요금제 체계 내의 태블릿PC 요금제 쪽으로 무게를 싣고 있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매달 고가의 LTE 데이터 요금제를 지불하면서까지 갤럭시 카메라를 사용할 것인지 여부다. 통신사는 이에 대해 매우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굳이 카메라에 매달 2~3만원씩 LTE요금제를 내면서까지 쓰지는 않을 것"이라며 "실제로 현재 LTE 태블릿 요금제를 이용하는 고객도 매우 미미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다른 이통사 관계자는 "LTE를 제공하는 카메라는 결국 대리점에서 판매해야 하는데 요금할인을 받기 위해서는 2년의 약정 등을 맺게 되는 시스템이 될 것"이라며 "카메라는 매일 쓰는 게 아닌 만큼 선불 LTE요금제를 도입해 쓴 만큼만 지불하는 편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카메라 업계 전문가들은 '스마트 카메라'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LTE 지원 카메라'에 대해서는 '무리수'라고 입을 모은다. 통상 카메라 제품과 스마트폰에 대한 소비 수요는 확연한 차이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메라는 수요 자체에 '전문성'에 대한 니즈(Needs)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캐논, 니콘 등 전문기업이 지닌 광학기술과 렌즈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강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최근 니콘, 캐논 등이 가세하면서 미러리스 카메라 업계 트렌드가 DSLR(디지털일안반사식)에 준하는 고성능을 선호하는 분위기로 변하고 있다는 점도 통신 기능을 강점으로 하는 갤럭시 카메라의 성공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올 들어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은 콤팩트 카메라와 DSLR에 대한 수요가 합쳐진 새로운 통합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카메라업계 강자인 니콘은 DSLR급 사양을 자랑하는 미러리스 카메라 라인업을 바탕으로 시장 진출 1년 만에 점유율 두 자릿수로 점프했다.
 
이제 갓 미러리스 시장에 발을 내디딘 캐논, 후지필름 등도 이 같은 시장 트렌드를 감안해 1년 만에 15% 점유율 진입을 자신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삼성전자가 구축한 미러리스 ‘텃밭’도 점차 위태로운 양상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삼성전자가 카메라 사업에서 활용할 만한 무기는 통신기술과 스마트 역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갤럭시 카메라는 최선의 선택"이라며 "하지만 현실적으로 광학 기술력에선 캐논, 니콘과 비교가 어렵고 전자를 기반으로 하는 카메라로는 소니를 이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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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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