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나래기자]
현대건설(000720)이 2개월 넘게 국세청의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으면서 그 배경을 놓고 각종 루머가 쏟아지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30일부터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과 4국이 함께 현대건설 세무조사에 착수하면서 102명의 대규모 요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 세무조사는 지난 2007년 이후 약 5년 만이다. 이는 30대 기업에 대해 5년마다 의무적으로 세무조사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기 세무조사로 풀이될 수 있다. 현대건설 회계팀에서도 이에 대해 "2008년부터 2010년에 대한 정기감사"라고 공식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조사4국이 1,2,3국과 달리 특별조사를 전담하는 조직인데다가 일명 정권의 지시에 따라 '하명사건'을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대선 정국에서 MB의 최측근인 김중겸 전 사장 재직시 조성된 비자금 수사를 통해 정권과 완전히 단절하려는 미래권력의 의지 아니냐는 추측에서부터 MB와 사이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정몽구 회장에 대한 MB의 마지막 압박이 아니냐는 루머까지 나돌고 있는 지경이다.
게다가 현대건설이 최근 '4대강 사업' 입찰 담합으로 과징금 조치를 받은 만큼 이번 세무조사와 연관성이 없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 수사도 본격화되면서 분위기는 가라 앉았다. 지난달 8일 4대강 복원 범국민대책위원회와 4대강조사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등이 현대건설 김중겸 전 사장과 김창희씨 등 전 임원진 12명을 서울중앙지검에 배임·조세포탈·주식회사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4대강 범대위 등이 고발한 혐의는 달리 표현하자면 `비자금 조성 혐의`다. 더구나 서울중앙지검은 다른 4대강 수사사건을 형사부에 배당한 것과 달리 이례적으로 이번 사건은 특수3부(부장검사 박순철)에 사건을 배당하면서 관련 루머들은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특히 임기를 2년여 앞두고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김중겸 한국전력공사 사장의 사의표명 시점도 절묘하다.
MB정부 들어 현대건설 출신 인사들의 공기업 사장 낙하산 논란에 휩싸였고 전기요금 인상안 등으로 지식경제부와 갈등을 빚으면서도 꿋꿋하게 버티던 김 사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한 것도 이번 세무조사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추측하고 있다.
김 사장의 존재를 거북해하던 정부가 세무조사를 통해 김 사장 재임시의 문제점을 들추면서 김 사장을 압박, 결국 김 사장이 손을 들었다는 주장이다.
이번 세무조사가 연말 대선을 앞둔 시점이라 정권교체 전 '털어버리기'라는 관측도 있다. 5년마다 의무적으로 시행되는 정기 세무조사로 본다면 이번 세무조사를 통해 다음 정권에서의 세무조사를 피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반면 "정기적인 세무조사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번 조사는 통상 해오던 대기업 세무조사일 뿐 확대해석해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
당사자인 현대건설은 이같은 루머들에 대해 더욱 곤혹스럽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번 세무조사 기간이 김중겸 사장 재직기간과 겹쳐 여러 추측이 유추된 듯 하나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며 "이번 조사는 5년 만에 받는 정기 세무조사일 뿐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