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 후 첫 해외순방지로 동남아시아를 택했다. 특히, 미얀마, 캄보디아 방문은 미국 대통령으론 처음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오는 17~20일 미얀마를 비롯해 태국, 캄보디아를 방문한다고 밝혔다. 오바마는17일 태국 방콕을 방문한 뒤 잉락 친나왓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평가하고 동맹 강화 방안을 논의한다.
이어 미얀마 양곤에서 테인 세인 대통령과 미얀마 민주 연맹을 이끄는 아웅산 수치를 만나 민주화 및 정치, 경제, 군사 등 폭 넓은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18일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 동남아국가연합(ASEAN) 회원국 정상들과 만날 예정이다
◇첫 순방지 '미얀마'..'차이나 플러스 원' 후보지
해외 주요 언론들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처음으로 미얀마를 방문하는 것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언론은 미얀마의 민주개혁에 대한 미국의 지지 표명의 일환으로써 이뤄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동남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오바마가 미얀마 외교에 공을 들이는 이유로 풍부한 자원, 중국의 영향력에 대한 견제,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꼽았다.
미얀마는 인구 약 5700만 명으로 국토는 일본의 1.8배에 달하며 티크와 천연가스, 루비, 사파이어 등 천연자원이 풍부해 아시아의 마지막 신개척 시장으로 부각되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인도와 중국 사이에 위치한 미얀마는 약 1930km에 이르는 해안선이 뱅골만과 안다만해를 접하고 있어 항구가 발달할 수 있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다.
특히, 베트남과 캄보디아, 태국의 주요도시를 잇는 '남부경제회랑'과 인도차이나 반도의 중부를 횡단하는 '동서경제회랑' 동남아의 대규모 물류 구축 사업이 완료되면 중국과 인도, 동남아를 묶는 ‘물류의 요충지’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차이나리스크를 피하고 싶은 기업에게도 미얀마는 중국 시장을 보완 대체하는 '차이나 플러스 원'후보지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그 동안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왔던 중국은 과도한 투자집중으로 이에 따른 위험 쏠림도 심화된데다 임금 상승 부담도 커지고 있다.
반면, 미얀마는 근로자의 임금이 월 35달러 (4만원)로 태국의 6분의 1, 중국의 10분의 1 수준이다.
◇美, 동남아서 지배력 확대하는 中견제할 것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1988년 미얀마의 군사 쿠데타 이후 최근까지 인권 탄압 등을 이유로 강한 경제 제재를 실시해왔다.
반면, 중국은 외교의 기본방침 중 하나인 '내정 불간섭'을 이유로 미얀마와 밀접한 관계를 구축하면서 인프라건설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사회로부터 철저하게 고립됐던 미얀마 군사정권을 옹호하면서 정치적, 군사적 영향력뿐 아니라 막대한 경제적 이권을 챙겨온 것이다.
그 결과 미얀마를 비롯한 ASEAN지역의 주요 교역국 가운데 중국 비중은 2000년부터 2009년까지 4.4%에서 11.7%로 급격히 확대됐다.
미국의 비중은 같은 기간 16.7%에서 9.7%로 급감했으며 일본 역시 16.1%에서 10.4%로 줄어들었다.
특히,오바마 행정부는 이 지역에서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의 부상이 미국의 안전과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3차 TV토론에서 중국이 군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중국 남동쪽 해를 염두해두고 항해의 자유를 강조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중국은 미국의 이 같은 행보가 반가울 리 없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미국이 세계은행을 통해 미얀마에 8000만 달러의 개발자금을 지원해주는 등 관계를 강화하고 있어 중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