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가계부채 대책 실적 부진..주택담보대출 '소극적'

하우스푸어 대책 실적 '미미'..신용대출은 '활발'
은행권,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몸 사려
"한국인, 집에 대한 애착 강해..지원제도 이용 꺼려"

입력 : 2012-11-09 오후 5:37:41
[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최근 은행들이 가계부채 지원 프로그램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교적 위험성이 큰 주택담보대출보다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적고 덜 위험한 개인신용대출 지원에 더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지난달 31일 출시한 하우스프어 지원대책인 '트러스트 앤 리스백(신탁 후 임대)' 제도는 아직까지 실적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러스트 앤 리스백은 집의 소유권을 은행에 넘기고 3~5년간 대출이자 대신 월세를 납부하는 방식으로 당초 1300명 정도가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임대료가 4.15%로 주택담보대출의 이자와 비슷해 실질적으로 하우스푸어의 현금흐름을 개선하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분할상환 대출자를 대상으로 원금을 깎아주는 형식이기 때문에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집을 신탁으로 맡기고 산다는 것에 대해 고민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우리은행보다는 실적 면에서 조금 더 나은 편이었다.
 
지난달 19일 시작한 신한은행의 '주택 힐링 프로그램'은 주택담보대출자를 대상으로 1년간 2%의 이자만 받고 나머지는 감면해주는 제도로 지난 8일 기준으로 모두 45건, 69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신용대출에 대한 프리워크아웃을 포함하는 전체 가계부채 힐링 프로그램의 실적이 1252건 지원금액이 220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많은 수준은 아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실적 부진에 대한 지적에 "당초 대상자가 좀 적어서 그렇지 적은 수준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현재 심사중인 것도 40여건에 달한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2008년 은행권 중 처음으로 프리워크아웃 제도를 도입했지만 이 역시 주로 개인신용대출자를 대상으로 만기를 연장하고 이자를 감면해주는 정도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기존의 프리워크아웃을 개선하고 확대할 예정"이라면서도 "구체적인 방향은 아직 설정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의 하우스푸어 대책 실적이 기대 이하인 것은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은행들이 몸을 사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금융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은 모두 282조원으로 이 중 47조5000억원 정도의 대출이 담보인정비율(LTV) 한도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A은행 관계자는 "현재 A은행만 해도 주택담보대출의 규모가 45조원으로 대상자가 너무 많으면 은행도 힘들다"며 "적정한 선을 보고 제도를 설계해야지 마구 풀어줄 수는 없다"고 털어놨다.
 
이 밖에도 아직까지는 부채를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대출자가 많은 것도 제도가 활성화 되지 않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본격적으로 가계부채 문제가 터지지 않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내 주택을 지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며 "최근 출시된 제도들이 자신에게 유리하지 않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은행 관계자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주택에 대한 애착심이 굉장히 강하다"며 "쉽게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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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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