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STX그룹이 버티기 모드에 돌입했다. 재무구조개선 노력을 통해 단기적으로 STX그룹의 숨통은 트일지 모르지만 주력인 STX조선해양의 내년 전망이 그리 밝지 않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발 금융위기에 유럽 재정위기 등 1~2년 사이로 불황 연타를 맞으면서 조선·해운업계 전체가 침체되는 상황에서 STX 역시 이를 피해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STX는 지난 5월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고 지분매각, 합병 등을 통해 총 2조5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게 재무구조개선작업에 한창인 STX가 다시금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지난 8일 열린 전경련 회의에서 강덕수 회장이 STX OSV에 대해 입을 열었기 때문이다. 강 회장은 'STX OSV 매각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달 중으로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매각 협상이 계속 지연되면서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던 STX OSV 매각문제가 곧 결론이 날 전망이며, STX 측은 이를 통해 약 8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하는 등 재무구조개선작업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TX는 최근 STX에너지의 지분 50.1%로 경영권도 지키면서 3600억원을 확보했다. STX중공업과
STX메탈(071970)의 합병 작업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이로써 STX가 현재까지 확보하게 될 자금은 약 1조4000억원 정도다.
하지만 STX그룹의 이같은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룹의 주요 매출을 담당하고 있는 조선업의 시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세계적인 불황으로 유럽의 선주들의 발이 묶여, 상선시장은 침체기로 돌아선지 오래다. 일반상선 분야에 경쟁력을 보이고 있는 STX조선으로서는 어려운 시기인 것이다.
STX조선해양의 영업이익률은 올해 1분기부터 다시 떨어지기 시작해,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2%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욱이 내년에는 이 보다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형 3사의 수주 내역 중 에너지 관련 해양구조물을 비롯한 해양플랜트의 비중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STX 역시 플랜트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지만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인지라 STX조선해양으로서는 쉽지 않다. 해양플랜트는 한번 설치되면 20~30년간 한곳에 정박해 까다로운 작업환경에 놓이게 되는 생산설비인 관계로 주요 오일 메이저들은 높은 품질과 내구성이 뛰어난 믿을만한 업체를 찾는 경향이 강하다. 수주실적이 쌓인 빅3를 중심으로 해양플랜트 발주가 이뤄지고 있는 이유다.
신규진입업체가 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무기가 가격밖에 없는 점을 감안하면, 수주를 위한 트랙레코드(실적)를 쌓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STX 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부유식원유저장설비와 드릴십 등 3건의 해양플랜트를 수주했다. 전문가들은 시장에 초기 진입하는 STX조선 같은 경우 건조경험을 쌓기 위한 실적이기 때문에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빅3업체가 플랜트 시장과 일반 조선시장의 매출 비중을 7 : 3 정도로 가져가고 있다면, STX는 지금 그 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아직 실적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는 해양플랜트에 눈독들이기 보다는 탱커와 LNG선 등에 집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