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내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3'에서 85인치 울트라HD TV를 선보이기로 했다고 13일 밝혔다. LG전자가 올해 같은 전시회에서 84인치 TV를 공개한지 불과 1년 만에 '세계 최대' 타이틀의 주인공이 바뀌게 된 것이다. 그것도 단 1인치 차이다.
LG전자는 삼성이 9월 독일에서 열린 'IFA 2012'에서 컨텐츠의 부족을 이유로 LG의 UD TV를 폄훼해놓고 같은 초고화질의 제품으로 승부를 건 것은 자기모순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7월 900리터 양문형 냉장고를 출시하며 올 초 870리터 제품을 선보인 LG전자를 따돌렸다. 그러나 불과 한달 뒤 10리터를 키운 910리터 냉장고가 LG 브랜드로 출시되면서 크기를 둘러싼 양사의 신경전은 LG전자의 승리로 마무리 되는 듯 했다.
그런데 또 다시 삼성전자가 울트라HD TV로 LG전자를 추월하면서 양사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업계에서는 울트라HD TV 역시 냉장고 크기경쟁과 유사하게 자존심 싸움으로 번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맞불이 맞불을 불러오며 기싸움이 한층 치열해졌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연내에 선보인다고 공언했으나 양사 모두 수율 등 기술적 난제로 인해 연내 출시가 불투명해졌다. LG전자가 지난 8월 일찌감치 울트라HD TV를 내놓은 것도 바로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울트라HD TV 시장이 열리기엔 아직 이른 감이 있다고 보고, OLED TV에 집중해왔다. 그런 와중에 LG전자가 울트라HD TV를 내놓으며 분위기를 이끌어가자 주도권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일본 등 경쟁국의 TV 제조사들이 UD TV에 관심을 보이는 점도 삼성전자로선 무시 못할 대목이다.
일본 소니와 도시바는 'IFA 2012'에서 각각 84인치 '브라비아' 울트라HD TV를 올해와 내년에 출시하겠다고 밝히는 등 사활을 UD TV에 걸었다. 업계 1위인 삼성전자가 애써 무시했지만 시장의 흐름은 거세졌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초고화질 TV에 대해 성장성이 약하다고 본 삼성전자조차 세계 최대 크기의 제품을 선보이기로 한 것은 그만큼 TV 업계의 관심이 높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면서 "삼성이 결국 1인치 더 큰 제품을 내놓는 것은 LG전자와 본격적 경쟁에 돌입하겠다는 신호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제조사들이 울트라HD TV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2000만원을 훌쩍 넘는 비싼 가격임에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어서다. 제조사 가운데 가장 먼저 시장에 뛰어든 LG전자는 한달에 평균 50여대 정도를 판매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LG전자는 이 여세를 몰아 베트남과 중국, 말레이시아 등에서 현지의 초우량고객(VVIP)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강화하며 시장 선점에 나선 상황이다. 연내 홍콩과 필리핀 등 아시아 2개국에 추가로 출시하는 등 올해 말까지 전세계 40여개국에서 제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85인치 울트라HD TV 출시와 관련해 "시기가 확정되지 않았다"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아마존닷컴, 까르푸 등 대형 유통매장과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판매에 대한 협의를 하고 있는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