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금융은 필요할 때 자금을 융통해 경제주체들이 원활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금융제도나 정책적 오류·부실, 금융회사의 횡포, 고객의 무지와 실수 등으로 금융소비자들이 금전적·정신적 피해와 손실,부당한 대우를 당할 때가 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금융소비자들이 이런 손실과 피해를 입지 않고 소비자로서 정당한 자기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사례를 통해 보는 '금융소비자권리찾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염전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지난 2007년 일을 하던 중 미끄러지는 바람에 깊이가 약 30㎝인 염전수로에 넘었졌다.
우선 자택으로 옮겨진 A씨는 119구급대를 통해 종합병원으로 후송됐지만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사망했다.
종합병원 의사는 사망원인에 대해 '직접사인:질식, 중간선행사인:기도내 흡인, 선행사인:간질'이라고 기록했다.
A씨가 지난 2006년 3월 동 병원에서 전신수축 간대성 간질발작 등으로 진단받은 이후 사고 직전까지 매월 내원해 간질로 투약치료를 받았기 때문이다.
A씨의 아내는 A씨가 지난 2002년 가입한 종신보험에 있는 1억원의 재해사망특약에 대해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보험사는 재해사고가 아니라며 일반사망보험금 6000만원만 지급하고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A씨의 아내는 "염전수로에 넘어져 물을 과다흡입해 기도가 막혀 사망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보험사는 "간질발작으로 인해 의식이 소실된 것이 직접 사인이며 물을 흡입한 것은 경미한 외부요인으로 보여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보험사와 이견을 좁히지 못한 A씨는 결국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다.
분쟁조정위원회는 "의료경험칙상 간질로 인해 질식, 호흡장해, 삼킴장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라 "의사의 사망원인 진단에도 직접사인 질식, 중간선행사인 기도내 물 흡인, 선행사인 간질로 기재돼 있어 A씨는 염전수로에 빠져 '기도내 물 흡인'으로 질식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보험사가 '물 흡인'을 경미한 외부요인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피보험자가 간질로 인한 의식소실로 사망한 것이 아닌 이상 '물 흡인'을 경미한 외부요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이다.
위원회는 "당해 보험약관의 재해분류표 중 '익수, 질식 및 이물에 의한 불의의 사고'를 재해로 규정하면서 질병에 의한 호흡장해 및 삼킴장해를 제외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간질을 직접원인으로 호흡장해나 삼킴장해가 발생하지 않아 제외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보험사는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며 "재해사망보험금 1억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