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발표한 금융개혁 정책에 금융소비자 보호기금
마련안이 포함되면서 관련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안 후보 측은 최근 융소비자보호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금융기관이 파산했을 때 위법한 영업행위로 발생한 금융소비자의 손실을 보상해주는 금융소비자 보호기금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보호기금의 재원은 모든 권역의 금융기관이 분담금을 납부해 마련하고, 현행 예금보험제도에 의해 보호되는 상품을 제외한 모든 실적형 금융상품이 보호 대상이 된다.
영국과 홍콩 등 많은 나라들이 이미 금융소비자 보호기금을 폭넓게 운용하고 있다.
영국은 부적절한 투자조언, 설명의무 위반 등으로 거래상대방이 금전적 피해를 입은 경우까지 지원한다. 홍콩도 증권회사의 청산, 파산, 지급불능 뿐 아니라 임직원의 배임, 유용, 사기 및 불법행위 등으로 인한 손실도 보호해준다.
반면 현재 우리나라는 은행이 파산할 경우에 대비한 예금보험제도, 증권회사 파산에 대비한 투자자예탁금별도예치제도와 예금보험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파산하지 않은 금융회사의 위법행위로 인한 투자자 손실은 보호되지 않는다.
따라서 피해를 입은 금융소비자라면 개별적으로 금융회사를 상대로 피해액을 구제받기 위해 소송해야 한다. 하지만 개인의 경우 정보력이나 비용면에서 소송이 어려워 문제가 많다.
때문에 보호기금 설립의 당위성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피해 구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금융소비자의 모럴해저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우선 법규 위반 경험이 많은 금융회사라 하더라도,소비자가 보호기금을 믿고 재무적 건전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회사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금융시장에서 고위험, 고수익의 투기적인 상품이 증가할 수 있다.
피해 보상 과정에서도 문제가 된다.
예컨대 금융 정보가 부족함에도 상품을 구매해 피해를 본 금융소비자의 경우, 이를 금융회사의 불완전판매로 단정지을 수 있는가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소비자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지만 입증이 어려운 경우 어디까지 보상하느냐의 문제도 있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피해 금융소비자의 적용 범위와 피해의 범위가 사회적으로 합의돼야 한다.
포퓰리즘에 입각해 금융소비자 권익을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서둘렀다가는 또 다른 피해를 양산할 수 있다.
금융소비자 보호기금 신설이 화두가 된 현 시점에서 기금 설립시 발생할 수 있는 효과와 부작용을 모두 고려해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 결정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