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이명박 정부 들어 공무원과 민간기업 종사자들의 삶이 더 빈곤해졌다. 임금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 마디로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들어 졌다'는 얘기다.
재벌 부모를 두지 않은 사람을 제외하면 벌이가 있음에도 인생 전반에 부채의 그늘마저 짙게 깔렸다. 개천에서 용나는 시대는 지나갔다는 말도 이제는 새롭지 않다는 분위기다.
19일 고용노동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5인 이상 민간기업의 평균 임금 상승률은 3.7%, 공무원 평균 임금상승률 1.9%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6%로 집계됐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부터 2007년의 경우 민간과 공무원의 평균 임금상승률은 각각 6.6%, 3.2%였으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9%를 보였다.
참여정부 시절에 비해 임금은 줄고 물가는 상승하면서 국민들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이 더 커진 셈이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대학생들부터 삶의 무게를 체감하고 있다. 한 해 등록금이 1000만원을 웃도는 상황에서 형편이 넉넉치 않은 대학생들은 학자금 대출을 받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빚을 갚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장학재단에서 학자금을 대출한 인원은 73만명을 넘었다. 대출 금액은 2조7000억원에 달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 박홍근 민주통합당 의원이 장학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현 정부 5년 동안 학자금대출로 인한 신용불량(유의)자 수가 3.7배 증가했다.
'빚 갚을 돈이 없으니 채무를 줄여 달라'며 개인회생을 신청한 건수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 말까지 전국 법원이 접수한 개인회생 신청은 7만4686건으로 나타났다.
개인회생 신청이 급증한 것은 과다 채무 탓이다. 은행이 개인의 채무상환 능력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대출을 진행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한국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가 역대 최고치인 1000조원에 근접했다. 한은에 따르면 가계부채는 2002년 439조원에서 MB 집권 직전인 2007년 말 665조원으로 늘었다. 올해 6월말 기준으로는 922조원에 달했다.
가구당 평균 가계부채 5265만원을 기준으로 이자율 5%를 계산하면, 연간 이자부담액이 250만원이 되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내수화성화를 이유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카드를 꺼냈다. 빚을 더 얻어도 좋으니 집을 구매하라는 얘기다.
국토해양부는 현 정부 출범 이후 4년간 전국의 수도권 집값이 4.9% 오르며 안정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과거 참여정부 4년(2003∼2006년)간 수도권 집값이 31.9% 뛴 데 비해 상승률이 크게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수도권 전셋값은 매매 상승률의 5배 수준인 25.2% 올랐다. 참여정부 4년간 수도권 전셋값 상승률 2.9%에 비해 무려 8.7배나 더 올랐다.
이 과정에서 가계가 빚을 내 집을 사고, 생활비는 다른 빚으로 감당하는 악순환이 시작됐다. 가계부채나 다름없는 자영업자 대출잔액도 2011년 말 102조8000억원에 달했다.
한은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429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가계대출 규모인 1106조원의 39%에 달한다.
자영업자의 가구당 부채 규모는 9500만원으로 임금근로자(4600만원)의 2배를 넘었다. 연체율은 1.1%를 기록하며 임금근로자(0.6%)의 2배 수준에 달했다.
이 같은 생활상을 반영한 신조어들도 생겼다. 열심히 일해도 저축하기 빠듯한 '워킹푸어', 저금리를 바탕으로 집을 마련했으나 금리인상·주택가격 하락으로 인해 손해를 보고 있는 '하우스푸어', 아이 키우느라 노후가 어려워지는 '베이비푸어' 등이 그 예다.
한국조세연구원은 "노무현 정부 시절 소득세제를 활용해 소득 재분배 기능을 강화하려던 기조가 이명박 정부의 감세 정책에 따라 다소 정체했다"고 지적했다.
노동연구원도 "지난 4년간 실질임금은 평균 0.5% 감소해 이전 정부 평균인 3.7%뿐 아니라 그 이전 시기보다 현저하게 낮아졌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