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대외적으로 우리나라는 외환위기를 빠르게 극복했다는 찬사를 받고 있지만, 위기 극복과정이 낳은 부산물은 비난받을 수준이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이 훑고 지나간 지난 15년간 중산층은 큰 폭으로 줄어들고,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빈부격차는 더욱 심각해졌다.
21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997년 전체가구의 74.1%였던 중산층은 2011년 67.7%로 쪼그라들었다. 중산층으로 구분되는 한 달 가처분 소득이 88만~263만원인 가구가 그만큼 줄었다는 의미다.
중산층이 줄어들면서 모래시계 형태의 사회양극화는 심화됐다. 같은 기간 고소득층이 17.8%에서 19.9%로, 저소득층은 8.12%에서 12.4%로 각각 늘었다.
소득 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지니계수는 1997년 0.264에서 2011년 0.313으로 높아졌다.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소득 분배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뜻이다.
'서민을 따뜻하게 중산층을 두텁게'를 경제정책 목표로 내세운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역설적으로 이런 현상은 더 심화됐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소득 1분위 가구와 소득 5분위 가구의 자산격차는 2006년 4.5배에서 2011년 5.7배까지 벌어졌다.
2006~2011년 사이 저소득 가구인 1분위 가계의 가계당 순자산(자산총액-부채총액)은 2006년 1억1571만원에서 2011년 9401만원으로 2170만원이 줄어들었지만, 고소득 가구인 5분위 가구의 순자산은 2006년 5억1913만원에서 2011년 5억3258만원으로 1345만원 증가했다.
덕분에 5년이 지난 지금 다음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들은 다시 '중산층 재건'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중산층 비중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했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최저임금을 평균임금의 50% 수준으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이 역시 5년후에야 검증이 가능하다.
이론적으로 경제가 성장하면 중산층이 두터워져야한다. 그러나 IMF구제금융시절보다 경제의 덩치는 커졌지만, 중산층은 더 앏아졌고, 양극화는 더 심해졌다.
향후 저성장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고, 대선후보들도 성장에 대한 비전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양극화해소 공약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득분배 구조는 보통 지니계수와 5분위 소득배율 등으로 판단하는데 예전보다 확실히 악화됐다"면서 "현재 한국경제는 외환위기 때보다 국가경제의 덩치는 커졌지만, 소득분배구조는 질이 나빠졌으며 양극화 현상 역시 심각해졌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