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비판 바쁘던 새누리, '안철수 정신' 앞세워

입력 : 2012-11-26 오후 6:02:55
[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18대 대선을 앞두고 안철수 무소속 후보를 비판하기 바빴던 새누리당이 26일 정치쇄신안을 고리로 '안철수 정신'을 내세워 안 후보 지지층 끌어안기에 나섰다.
 
안 후보의 후보직 사퇴를 계기로 박근혜-문재인 양자 구도로 재편된 가운데, 새누리당은 "(안 후보 지지자들의) 열망과 바람을 알고 있어 정치쇄신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안철수 정신'을 운운하고 나섰다.
 
그동안 안 후보에 대해 원색적인 비판을 아끼지 않던 새누리당이 본격적으로 '안철수 띄우기'에 들어간 것은 그의 지지층 가운데 이탈표를 흡수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특위 전체회의에서 "(안 후보가) 기존 정당정치를 불신하던 적지 않은 사람의 지지를 받은 만큼 기존 정당은 그런 지지자의 염원을 담아 쇄신하고 개혁해 새롭게 하는 것이 도리"라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은 이런 국민들의 새정치 기대에 부응해 많은 쇄신책을 준비해 발표했다"며 "특히 쇄신은 실천이 담보돼야 한다고 봐 신중을 거듭해 실천 가능한 약속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측근 및 친인척측근비리 척결, 민주적 국정운영 방안 등을 발표했다. 이런 방안들은 기본적으로 무소속 후보가 주장하던 새정치와 같은 방향일 것"이라며 "세부적인 차이가 있으면 이를 반영하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형환 중앙선대위 대변인도 이날 현안 브리핑을 통해 "안 후보 지지자들은 대부분 정치쇄신과 새정치를 바라는 유권자"라며 "새누리당은 이들의 열망과 바람을 알고 있다. 그래서 정치쇄신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선언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쇄신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도록 하겠다"며 "참고로 안 후보가 내놓은 정치쇄신안과 새누리당의 정치쇄신안이 거의 비슷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불과 몇 일 전만 해도 안 후보를 향한 공세에 화력을 집중했다.
 
김무성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지난 22일 중앙선대위 회의를 통해 "안철수의 새정치라는 것은 결국 권력을 이용한 정계개편 음모라는 것이 드러났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원진 전략기획본부장은 이어 "안철수 후보는 불법, 탈법, 탈세 등 비리 백화점이다. 부동산 관련 위장전입과 다운계약서 등만 20건이 발견됐다"며 "특히 재산형성 과정에서 안랩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및 주식 부풀리기 등의 의혹이 많다"고 주장했다.
 
또 "안 후보와 부인 김미경 교수의 카이스트 및 서울대 특혜 임용 등 안 후보에 대한 검증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국정감사 이후에도 당내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에 나설 방침을 밝혔다. 
 
안형환 대변인은 지난 15일 라디오에 출연해 "안철수 후보 측이 상당히 피해의식이 많았던 것 같다"며 단일화 협상 결렬의 책임을 '안 후보의 피해의식'으로 몰아갔다.
 
새누리당은 또 지난 10월 안 후보의 각종 의혹인 '위장전입', '과거 군복무 태도', '교수 임명 특혜', '안 후보의 부인 교수 채용과정' 등을 제기하며 파상공세에 나섰다.
 
특히, 안 후보의 다운계약서와 재벌정책의 이중성, 전세살이 논란, 군 입대 과정 등을 꼬집으며 "무응답 전략으로 검증을 회피해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부동산 투기 후 과실만 따먹고 사라지는 '먹튀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아울러 지난해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꼬꼬면'의 반짝 인기에 빗대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를 우회 비판하기도 했다.
 
김성주 공동선대위원장은 "안 후보가 순수한 양심을 가졌다면 구태스럽고 혼탁한 정당과 권력 나눠먹기로 국민이 실망하고 자신도 오염되는 안타까운 일이 없기를 바란다"며 "안 후보가 학자적 양심, 진심을 지키고 싶다면 정치공부를 더 하고 5년후에 나와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심재철 최고위원 역시 "안 후보는 혼자 절반쯤 타버린 불쏘시개가 되고 있는데 본인만 지금 모르는 것 같다"며 "상대방을 쇄신대상으로 지목하면서 같이 쇄신을 논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국민을 눈뜬 장님으로 만드는 최악의 선거가 진행되고 있다"고 비꼬았다.
 
이에 안 후보 캠프 측은 "이제 그만하라"고 경고까지 했다. 유민영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새누리당의 야권 단일후보 결정과 관련한 개입이 노골적이고 악의적이다. '안철수 죽이기'의 결정판을 보여주고 있다"며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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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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