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공화국⑤)권력·지도층 '비리'가 만든 양극화·박탈감 '심각'

"있는 사람이 더해"..대통령측근·재벌 잇속 챙기기 '한심'

입력 : 2012-11-27 오전 10:36:20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여의도 한복판에서 발생한 흉기난동, 의정부역 흉기난동, 울산 슈퍼마켓 칼부림 사건. 최근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는 '묻지마 범죄'다.
 
묻지마 범죄는 아무 이유 없이 행해지는 것으로 알려진 경우가 많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는 사회에서 소외되고 낙오된 사람들의 자포자기형 분노 범죄다. 자신의 경제적 조건이 하락하고 절망적인 상황에 이르자 불특정 다수를 향해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다.
 
불우한 가정환경, 경제적 어려움, 고용 불안, 잦은 실업, 사회적 차별 등 불안정한 사회의 구조적 영향 속에 패자부활조차 불가능한 환경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뉴스토마토는 묻지마 범죄를 무조건 범죄로 여기기보다는 이를 양산하게 하는 사회적·경제적 근본적 원인을 파헤치고, 사회적으로 넘쳐나는 '화'를 유연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최근 어딜가나 '경제민주화' 타령이다. 계열사를 늘리는 것도 모자라 빵집·담배·떡볶이·세탁소에 이르끼까지 골목상권을 무차별하게 침투하고 있는 대기업 때문이다.
 
경제적 어려움이 지속되는 가운데 양극화까지 심화되면서 대다수 서민들과 힘없는 중소 자영업자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친기업 정책을 펴며 결과적으로 대기업에게 우호적 경영환경을 제공해 준 이명박 정부에도 비판이 쇄도하고 있는 이유다.
  
◇쇄신 외치던 정치권서 비리 '연발'.."누굴 믿어야 하나"
  
특히 '임기 중 측근 비리는 없다'고 여러번 공언했던 이명박 대통령은 결국 고개를 숙였다.
 
대선 당시 MB의 경제 분야 공약을 담당했던 장수만 전 방위사업청장을 시작으로 최영 강원랜드(035250) 사장,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의 비리가 줄줄이 드러났다.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새누리당 전의원까지 금품로비·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이번에도 권력을 누리던 자들의 비리가 어김없이 터져 나왔다.
 
정권이 바뀔 때면 권력층과 사회 지도층은 너도나도 비리 척결을 외쳤다.
 
국민들은 대통령 선거때 마다 '이번에는 좀 더 나아겠지'라는 희망으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다. 그러나 그런 국민들을 배신이라도 하듯 권력형 비리는 어김없이 터졌다. 비리가 속속 터져 나오지만 당사자들은 뉘우치기보다 은폐와 축소에 급급하다. 
 
서울 천호동에 사는 이 모(54세) 씨는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가 되면 여느 때처럼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 비리가 터진다"며 "5년 전이고 10년 전이고 달라진 것이 없어 염세를 느낀다"고 털어놨다.
 
천안함 사건과 민간인 사찰 수사, 검사 스폰서 등의 수사에는 공통점이 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조사 결과를 발표했음에도 국민들은 석연치 않아 한다는 점이다. 정보 공개가 제한돼 있을 뿐 아니라 관계자들의 말바꾸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사회 지도층의 대형 비리사건이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자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지도층에게 요구되는 높은 도덕적 책무를 뜻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먼 이야기라는 비판도 만연해 있는 실정이다.
 
◇'있는 사람이 더해'..정부, 경기부양 이유로 친대기업 정책
 
'부자는 3대를 못간다'는 옛 말도 무색해졌다. 삼성과 한화(000880)·CJ(001040)·LS(006260) 등 상속형 엘리트로 일컬어지는 재벌 3세들로의 경영권 교체가 속속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승계를 바라보는 국민들 사이에서는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으면 인생의 출발점이 다르다'는 푸념이 절로 나온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저들처럼 될 수 없다는 좌절감도 상당하다.
 
정부의 정책마저 중소·중견기업이 아닌 대기업에 호의적으로 쏠리면서 서민들의 반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는 대기업이 잘되면 중소기업이 자연히 잘된다는 '낙수효과'를 기대하며 고환율 정책을 유지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출 증가와 감세 등으로 대기업들이 막대한 이윤을 챙겼다. 
 
정부의 대기업 수출 위주의 정책으로 대기업들이 막대한 이윤을 챙겼음에도 계열사 확장과 내부거래 확대 등에만 전념할 뿐, 실제로 동반성장과 사회적 책임에는 등한시해 왔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 2008년 정부가 실시한 법인세 감세로 발생한 혜택 대부분이 단기적으로는 대기업에 혜택을 집중시켜 대·중소기업 간 격차는 더 벌어졌다. 반면, 높은 환율로 인해 물가가 상승하면서 서민들의 살림은 더 쪼그라들었다.
 
올해는 소득세 최고세율을 현행 35%에서 33%로, 법인세 최고세율은 22%에서 20%로 낮추며 '부자 감세'라고 불리는 감세 정책을 도입하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약자만 피해.."양극화·박탈감 심화'
 
이 같은 권력자와 부자들에게 관대한 정부 정책은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실제 권력을 이용해 많은 돈을 쉽게 버는 사람들로 인해 대부분 직장인들은 금전적·심리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2532명을 대상으로 조사할 결과 10명 중 9명이 박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금전적 박탈감은 '‘있는 사람이 돈을 벌기 더 유리할 때'(53.7%) 가장 많이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남들보다 쉽게 돈을 버는 부류는 '정치인'이 32.5%로 1위를 차지했다. 정치인에 대한 비존경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경제적인 면에서 정부가 기업이나 부자를 우대하는 정책을 펴면서 외관상으로는 경제위기에 선방했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부익부 빈익빈의 정도는 심해졌고 근로자의 삶은 더 고달퍼졌다.
 
실제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펴낸 '경제사회 지표변화로 본 대한민국'에 따르면 최근 4개 정권 중 이명박 정부에서 근로자의 삶이 가장 팍팍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률은 낮은데 임금은 적게 증가한 반면 조세부담률은 가장 높기 때문이다.
 
현 정부 시절의 명목임금 상승률은 연평균 3.0%로, 김영삼(11%)·김대중(7.0%) ·노무현(6.8%) 정부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반면 국민들의 부담은 더 늘었다. 현 정부의 조세부담률은 19.8%로 김대중(18.3%)·노무현(19.5%) 정권에 비해 높았다.
 
대학 강사인 최 모(38세) 씨는 "요즘 대학생들은 예전 대학생들에 비해 정치에 관심이 덜한데 이는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라기보다, 결국 세상은 힘 있는 사람 위주로 돌아간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라며 "가르치는 입장에서 뭐라 할 말이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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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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