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 검사' 사태 '법조계 분열' 조짐 우려

'인터넷 설전·인신 공격'도..대결구도 심화로 갈등 깊어

입력 : 2012-11-27 오후 4:43:11
▲지난 26일 조성환 바른기회 연구소 소장이 '성추문 파문' J검사 사건과 관련해 대검찰청 앞에서 1인시위를 했다.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가 시행된지 올해로 4년째지만 여전히 우리사회에는 이 제도에 대한 불확실성, 특혜라는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더구나 최근 발생한 서울동부지검 검사 성추문 사건의 주인공이 로스쿨 1기 검사로 밝혀지면서 로스쿨 출신의 즉시 검사임용제도에 대한 논란의 불씨에 기름을 부은 양상이다.
 
변호사단체 선거를 준비하는 후보들은 이미 '사치 존치(혹은 예비시험)론'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로스쿨 검사 즉시임용제도'를 반대하는 성명서도 잇따라 발표했다.
 
사법연수원 익명게시판과 로스쿨 게시판에는 오래 전부터 서로를 '연변(연수원 출신 변호사)'과 '로퀴(로스쿨 바퀴벌레)'라고 칭하며 서로를 비방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사법연수원-로스쿨 갈등 '최고조'
 
변호사시험 합격률 논의, 포화상태인 법률시장 취업률, 로클럭(law clerk·법원 재판연구원) 선발 당시부터 쟁점이었던 연수원·로스쿨 간의 갈등이 이번엔 최고조에 이르렀다.
 
사법연수원 게시판에는 로스쿨 출신 검사의 '성추문 파문' 기사를 링크한 게시물에 '댓글 알바 합시다'라는 제목이 적혀 있다.
 
또 로스쿨생의 인터넷 카페에 '능력만으로 보면 로스쿨 검사가 사법연수생보다 훨씬 낫지 않나요?'라고 적힌 글을 읽은 연수생들이 '법조계는 법관, 검사, 고용변호사, 개업변호사, 그리고 로퀴라는 다섯개 직역이 있다. 변호조무사를 해도 로퀴, 검찰에 가도 로퀴. 그냥 로퀴일 뿐'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또 '로스쿨은 폐지돼야 한다. 쉽게 얻은 지위는 쉽게 느껴질 것이고, 어설프게 안 지식은 정말 위험하다'며 로스쿨 출신 법조인인 전 검사의 자질을 지적하는 글도 올라왔다.
 
앞서 청년변호사협회(협회장 나승철)는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은 이제 겨우 로스쿨을 졸업해 검사로서의 법률적 소양과 책임감이 부족한 자를 곧바로 검사로 임용할 수 있도록 한 현행 로스쿨 검사 선발 시스템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성명을 냈다.
 
전 검사 사건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기는 로스쿨생도 마찬가지다.
 
서울지역의 유력 로스쿨에 다니는 A씨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로스쿨하고 연관시키는 분들의 속이 뻔히 보인다. 그들 논리를 재적용시키면 사법 출신들이 재계, 정치권 및 기득권에 유착되서 사회적인 논란과 낭비를 일으킨 건수도 상당히 많고 윤리적으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반박했다.
 
◇로스쿨생들, 검사임용 '불이익' 걱정
 
올해 검사 임용시험에 지원한 서울권 로스쿨 2기인 B씨는 "이번 논란 때문에 혹시나 불이익이 있을까봐 걱정된다. 전 검사 일은 있어서는  안될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지역에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는 "여러 논의 끝에 로스쿨 제도를 채택한 것으로 아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서 할 말이 없다. 검사로서 자괴감이 든다"며 "그렇더라도 서로를 비방하는 건 옳지 않다. 단지 개인의 일로 치부될 일도 아니다. 검찰 스스로, 검사를 희망하는 이들에게 '검사의 직무'에 관해 곱씹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법연수원과 로스쿨 간의 공방은 끝나지 않은 지루한 싸움일까.
 
로스쿨 제도 도입과 함께 사법연수원 선발 인원은 매년 순차적으로 감축된다. 법무부는 내년도 사법시험 최종 합격자 인원을 300명만 뽑을 예정이라고 앞서 밝혔다.
 
이 가운데 올해 갓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41기 변호사들을 비롯한 연수생들, 3~4년차 변호사들은 '사법시험' 존치를 강하게 주장하며 입법 의견서까지 낸 상태다.
 
연간 1500만원에 달하는사립대 로스쿨 1년간 학비도 도마위에 올랐다.
 
사법시험의 폐지는 서민들이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며 현 정부가 추진하는 '공정 사회' 시책의 취지에 반하는데다, 로스쿨 제도가 전면적으로 시행되고 사법시험이 폐지되면 서민들이 변호사·검사·판사 되기가 무척 어려워진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성추문 파문'을 일으킨 전 검사가 문제가 불거진 직후 여성 피의자와 5000만원 가량의 돈으로 합의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로스쿨 출신 돈 검사'라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
 
경력 10년차 미만 변호사들로 구성된 청년변협은 전 검사 사건에 대해 비판의 강도를 더했다.
 
◇청년변협 '사시존치 궐기대회' 열기도 
 
최근 청년변협은 '사시존치 궐기대회'를 열고 "가난한 집안의 수재들도 법조인이 될 수 있도록 사법시험이 존치되어야 한다"고 사시 존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선 '로스쿨 제도'가 기존의 어떤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논의하게 됐고, 최종 채택했는지에 대한 성찰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권 시립대 로스쿨 1기 졸업생인 B씨(중형로펌 취업)는 "기존 대학의 학비에 비해 로스쿨 학비가 부담는 것은 사실이지만 각 로스쿨에서 성적순으로 50% 전후의 장학금 혜택을 주고 있다"며 "학비가 전액 면제되는 특별 전형제도도 있다"고 설명했다.
 
사법연수원을 졸업한 경력 12년차 서울지역의 B변호사는 "사법시험 제도 또한 많은 자금 없이는 불가능하다. 고액의 학원비, 지나친 고시열풍도 감안해야 한다"고 못받았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사법시험 존치 주장에 대해 공감하는 측면이 없지 않지만 여러 논의 끝에 우리사회는 이미 로스쿨 제도를 채택했다"면서 "그동안의 지나친 고시열풍, 수년간 고시에 전념하는 풍토, 고액의 학원비 등은 오래전부터 문제돼 왔다. 정착 초기인 제도를 둘러싸고 서로를 비방하기 보다는, 성공적으로 로스쿨 제도가 정착되도록 함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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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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