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건물 난방온도를 규제했더니 너도나도 개인 난방제품을 구비했다고 합니다. 뭐라고 할 수도 없고.."
예년보다 일찍 '동장군'이 기승을 부린 올 겨울. 정부는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사태)를 막기 위해 과태료까지 물리며 건물 난방온도를 규제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그러나 규제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피해 추위를 이겨내려는 사람들이 많아 정부가 고민에 빠졌다.
14일 지식경제부와 민간 사무실·대형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올 겨울 예년보다 한파와 폭설이 빨리 찾아온 데다 실내 온도 제한도 지난해보다 약 2주 빨라지면서 사무실에 미니 히터, 전기방석 등 개인 난방용품 수요가 급증했다.
정부가 겨울철 에너지 사용 제한 정책을 시행한 후 내복입기나 담요·핫팩 만으로는 추위에 버티기 힘들다며 직장인들이 고안해 낸 방법들이다.
정부는 지난 3일부터 내년 2월22일까지 대기업과 백화점·대형마트의 난방온도는 20도, 공공기관 건물은 18도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계도 기간을 거쳐 내년 1월7일부터는 위반 시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총리실 주관으로 이행 여부를 수시 점검할 계획이다.
특히, 공공기관에서는 임산부·장애인 등을 제외하고 근무시간 중에는 개인 전열기 사용까지 전면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기업에는 적용되지 않아 민간기업 직원들은 체감온도를 높이기 위해 각종 아이디어 제품을 동원하고 있다.
USB 온열 마우스패드와 보온방석 등은 발열판이 들어 있어서 USB연결포트를 컴퓨터에 연결한 후 쿠션 안에 손을 넣어 마우스를 사용하면 온기를 느낄 수 있다.
이 밖에 크기가 작아 사무실 책상 주변에 놓고 사용할 수 있는 선풍기형 온열기, 미니히터, 전기방석, 전기 스토브 등도 인기다.
자동차 관련 기업에 근무하는 민모(31세)씨는 "차가운 기온 때문에 머리는 띵하고 이것저것 껴입어서 몸은 둔해 능률과 활동성 모두 최악"이라며 "전력난이 심한 건 알지만 일단 살고 봐야겠다는 생각에 개인 전열제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1인용 온열기기 판매량은 지난해에 비해 대폭 증가했다.
지난달 온라인몰 11번가의 개인용 보온제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증가했다. 소셜커머스 사이트 티몬도 1인용 온열기기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2배 이상 늘었다.
롯데마트도 미니 히터기·온풍기 매출이 지난해보다 81.8% 급증했으며,
이마트(139480)에선 난방용품 매출이 63% 증가했다.
이 같은 온열제품 판매 증가에 정부는 우려를 보내고 있다. 블랙아웃이 발생할까 매일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전력당국으로서는 현재 전력 1㎾가 절실한 상황.
올 겨울 이른 한파와 폭설로 인해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예비전력이 400만㎾ 이하로 떨어졌다. 올해만 벌써 전력 비상단계인 '관심' 단계가 다섯 번이나 발령되기도 했다.
전력당국 관계자는 "지난 여름에 이어 올해까지 국민들이 전력 아끼기에 동참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며 "개인 온열제품을 구비할 때 되도록 전력소모가 적고 효율이 좋은 것들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USB로 연결해서 사용하는 온열제품은 에너지 소비가 많지는 않다. 그러나 스토브 형식이나 선풍기처럼 생긴 제품의 경우 900W 정도의 전력이 소모된다. 온열 선풍기 두 개를 가동하면 에어컨 한 대를 가동하는 것과 맞먹는 셈이다.
지식경제부 에너지절약정책과 관계자는 "사실 민간 기업체에서 개인 온열제품을 사용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이를 정부가 어떻게 할 수는 없다"며 "캠페인 등을 통해 최대한 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