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 중남미시장 눈독..왜?

6억인구 중남미 지역, 최근 10년간 5% 경제성장률..신흥시장 급부상

입력 : 2012-12-14 오후 4:49:54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중남미 시장으로 눈을 돌려라."
 
최근 내수 부진과 선진시장의 경기침체로 고민에 빠진 국내 가전업계가 중남미로 보폭을 넓히며 시장 확대에 나섰다.
 
6억명의 인구가 밀집한 중남미 지역은 최근 10년 간 평균 경제성장률이 5%대를 기록하며 제2의 신흥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중남미 대표 국가인 브라질에서 오는 2014년과 2016년 각각 월드컵과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등 세계적 스포츠 이벤트가 열린다는 점도 호재다.
 
브라질은 이를 발판으로 오는 2020년까지 세계 5대 경제권에 진입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드러내는 등 향후에도 성장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이러한 중남미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며, 현지화 전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 "현지화로 1위 지킨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올해 '스마트 웨이브(SMART-Wave)' 붐을 슬로건으로 중남미 시장을 공략했다. 스마트 웨이브란 '스포츠(Sports)ㆍ음악(Music)ㆍ예술(Art)'을 적극 활용할 뿐만 아니라 최근 상승 기류를 타고 있는 한류(K-wave)까지 접목한 마케팅 활동을 뜻한다.
 
현지화 전략도 한층 강화했다. HP와 에이서가 선점한 중남미 PC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자체 생산을 통해 모든 라인업을 제공하는 방법을 택했다.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고, 현지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중산층 소비자를 겨냥한 'RF511' 등 화려한 컬러와 고성능 노트북 출시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올해 시리즈7 크로노스, 시리즈5 울트라 등 중고가 노트북을 내놓으면서 프리미엄 시장에서 경쟁력이 강화되는 추세로 이는 PC 시장의 점유율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삼성전자 PC 점유율은 올 1분기 14.0%로 HP(17.2%)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에 16.3%를 기록하며 13.0%인 HP를 추월했다. 올 3분기에도 17.3%를 기록하며 2위인 HP(12.0%)와의 격차를 벌리는 등 1위 자리 굳히기에 들어갔다.
 
뿐만 아니다. 삼성전자가 강점을 지닌 스마트폰과 평판TV 부문에서도 압도적인 1위 자리를 고수한 가운데,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A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점유율은 1분기 32.7%, 2분기 32.5%, 3분기 36.1%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중남미 시장에서 판매된 스마트폰 10대 가운데 3대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라는 얘기다.
 
특히 2위인 애플이 1분기 18.7%, 2분기 12.5%, 3분기 11.%로 매 분기 점유율이 감소하는 것과는 대비되는 것도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분기만 하더라도 7.6%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애플(13.8%)에 뒤져있었으나 불과 2만년 만에 이를 뒤집은 것이다.
 
평판 TV 역시 승승장구하고 있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평균 중남미 평판 시장 점유율(금액 기준)은 31.4%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위인 LG전자(26.4%)와 합산할 경우 한국 기업들의 점유율이 57.8%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LG전자 "프리미엄 가전시장 선점한다!"
  
LG전자(066570)도 중남미 시장의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다. 유럽 등 선진시장이 재정위기와 세계 경기침체 등으로 주춤하고 있는 데 반해 중남미 지역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중남미 지역에서 거둔 매출액은 7조3948억원으로 유럽(7조2141억원)을 앞질렀다.
 
유럽지역은 2010년만 하더라도 9조7169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중남미(7조3033억원) 지역보다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경기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급격하게 시장이 위축되는 모습이다.
 
이에 LG전자는 '가전명가'의 지위를 앞세워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중남미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LG전자는 지난달 브라질에서 울트라HD TV를 내놓으며 중남미 프리미엄 TV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시장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브라질은 지난 3분기에 남미 평판 TV 시장의 70%를 독식할 정도로 큰 시장이다.
 
LG전자가 울트라HD TV의 첫 출시 국가로 브라질을 택한 것은 현지 프리미엄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아울러 같은 달 중남미 최대 이동통신사 아메리카모빌의 자회사인 칠레의 클라로를 통해 LTE 모뎀 '크립톤' 판매에 들어갔다. 내년 1분기에는 브라질과 멕시코, 칠레 등 중남미 국가에서도 LTE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LTE 시장의 주도권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LG전자는 미국 캐리어가 장악한 시스템 에어컨 시장에서 현지 사정에 맞는 고효율·친환경 제품을 선보이는 한편, 가전 네트워트를 적극 활용하는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칠레에서 700만달러 규모의 산타로사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성과를 낸 것을 비롯해 브라질에서는 시스템 에어컨이 4년 연속 매년 100% 이상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중남미 시장 진출 10년 만에 가시적인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대우일렉, 현지 특화상품으로 점유율 상승
  
대우일렉트로닉스 역시 신흥시장 선점이 중요하다는 판단 하에 중남미 지역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멕시코 법인을 중심으로 신규 유통망을 발굴하고, 현지 특화 제품을 출시하는 전략으로 중남미 톱3 브랜드로 도약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대우일렉트로닉스는 현지인의 생활특성과 요구를 발빠르게 파악해 맞춤형 제품으로 점유율 확대를 꾀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첫 선을 보인 '쉐프멕시카노' 복합 오븐은 중남미 시장에 특화한 제품으로 멕시칸 스테이크, 아스텍 스프 등 10여 가지의 현지 요리를 자동메뉴로 조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출시 이후 멕시코 히트 상품으로 자리매김하며 대우일렉트로닉스가 멕시코 전자렌지 시장에서 점유율 2위(24%)를 차지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페루에서는 지난해 연말 전통 문양인 '나스카'를 적용한 세탁기를 출시하며 올해 매출이 지난해 보다 60%나 급증했다. 이에 따라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올 상반기에 나스카 문양을 적용한 냉장고, 전자렌지 등도 선보이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중남미 지역은 유럽 전체와 맞먹을 정도로 매출 규모가 큰 시장"이라면서 "각 업체들은 현지화된 제품과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일렉트로닉스가 현지 특화 제품으로 출시한 나스카 문양의 세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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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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