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결전의 날이 밝았다. 19일 오전 6시를 기해 전국 1만3542곳 투표소에서 제18대 대통령 선출을 위한 투표가 일제히 시작됐다. 역대 대선에서 가장 박빙으로 전개됐던 숨 막힐 것 같던 승부가 오후 6시를 기해 그 끝을 보게 된다.
남은 것은 유권자의 몫이다. 소중한 한 표 한 표가 더해져 향후 5년간 이 나라를 이끌어갈 대통령이 가려진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담보해 줄 대통령을 바로 내 손으로 뽑는다. 이명박도, 이건희도, 시골의 가난한 촌부의 자식도 다 같이 한표를 행사한다. 이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역사는 피와 눈물로 얼룩져야만 했다.
때론 군홧발에 조아리면서도 얻어내야만 했던 고귀한 숨결이 한 표에 묻어져 있다. 교민 김효원씨는 인도 뱅갈로에서 뭄바이까지 무려 2000km를 이동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그에게 투표는 당당한 권리였으며, 의무였고, 미래였다. 지난 5년에 대한 그만의 평가였으며, 내일을 여는 희망이었다.
한파에 몸을 움츠리고 있는 거울 속에 비친 우리의 부끄러움이 고개를 들어야 한다. 명박산성에 막혔던 울분이, 전셋값을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통보에 이불 속에서 흘려야만 했던 눈물이, 88만원 줄 곳을 찾지 못해 도서관을 전전해야만 했던 절망이 희망을 만드는 한 표여야만 한다. 지역의 장벽도, 이념의 전선도 아닌 오직 절망을 대해야만 했던 우리의 희망이어야만 한다.
그놈이 그놈이라고 한다. 숱한 시간 너무도 많이 속고, 기대를 꺾어야만 했기에 나오는 자조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그마저 없으면 최악이 아닌 차악을 가려야만 한다. 그래야 더 이상 저들이 선거 때만 우리 앞에 나타나 고개를 숙이는 저 오만함을 꺾을 수 있다. 말로만 민생이 아닌 진정한 민생 정책을 펼칠 수가 있다. 이 모든 게 한 표에 달려 있다. 술자리에서 투덜대는 한숨은 현실을 바꿀 수 없다.
5년을 기다려왔다. 또 앞으로 5년이 남았다. 투표 없이 다가올 5년을 욕해선 안 된다. 스스로 포기한 권리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우리 몫이다. 정치를 바로 서게 하는 것이 바로 투표다. 단절이 아닌 소통을, 장벽이 아닌 광장을, 정쟁이 아닌 정책을 기대하며 새벽어둠 속에 투표장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