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반독점법' 무기 삼아 삼성전자 저격..배경은?

EU "삼성전자, 표준특허 무기로 유럽시장 질서 위협"
유럽식 보호무역주의 부활인가, 노키아 살리기인가

입력 : 2012-12-21 오후 4:40:13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삼성전자(005930)의 반독점법 위반 여부에 대한 강한 수사 의지를 재천명하면서 배경에 시선이 주목된다.
 
앞서 삼성전자가 유럽에서 진행 중인 표준특허 관련한 판매금지 요구를 모두 철회한 상황에서 EU집행위가 여전히 삼성을 표적으로 삼는 것에 대해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삼성SDI,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주요 부품업체들이 EU에 가격담합을 명분으로 줄줄이 ‘벌금 폭탄’을 맞은 이후 곧바로 취해진 이번 조치에 대해 일각에서는 미국에 이어 유럽도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 20일(현지시간) 호아킨 알무니아 EU집행위 경쟁위원장은 "EU는 삼성전자에 대해 반독점 이의성명을 채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사실상 반독점 수사와 관련한 일종의 '중간발표' 성격으로, 수사와 관련한 모종의 결론을 내렸다기보다는 삼성의 반독점법 위반행위와 관련해 더 조사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뜻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삼성전자는 표준특허를 무기로 유럽 각지에서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왔다. 하지만 지난 18일 표준필수특허를 사용해 유럽 법원들에 제출한 애플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모두 취하하기로 결정했다. 삼성 측은 '공정한 시장경쟁을 만들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점점 수위를 높여오는 EU의 수사를 무마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는 게 업계 전반의 분석이었다.
 
EU 또한 이날 삼성의 소송 취하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환영의 뜻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알무니아 위원장은 EU가 삼성 측이 스마트폰 표준특허권을 유럽시장에서 남용했는지를 계속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알무니아 위원장은 "삼성전자가 그동안 유럽 법원에 애플 제품에 대한 판매금지를 요구하며 시장 질서를 위협해온 것에 대해 EU집행위는 매우 불만족스럽게 평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EU가 현재 집중적으로 수사 중인 사안은 지난해부터 삼성이 애플에 제기했던 표준특허 관련 로열티 청구의 적절성 여부다. 특히 삼성은 인텔이 인수한 인피니언의 스마트폰 칩이 삼성의 표준특허가 적용되는 부품이며, 애플이 이를 사용하는 것은 특허 침해라는 주장을 펼쳐왔다.
 
이에 애플은 "인피니언이 인텔로 인수된 뒤로 삼성이 보유한 특허의 효력도 사라졌기 때문에 삼성에게 직접 사용료를 지불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지만, 네덜란드 헤이그법원은 3월15일 애플이 지난해 1월까지 인피니언으로부터 구입한 베이스밴드 칩과 관련 삼성의 표준특허가 소진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EU집행위는 유럽 내 법원들과는 판이하게 성격이 다르다. EU집행위는 EU의 정책 발의와 결정·집행 등을 행사하는 기구로 모든 안건은 이사회에서 결정하며, 이사회 안건 입안시 유럽 전체에 이익이 돼야 한다는 원칙에 충실하다.
 
국내 법조계의 한 전문가는 “특허문제나 카르텔 문제 등 시장질서와 관련한 문제에 있어 EU집행위는 사실상 행정부와 비슷한 성격을 나타낸다”며 “자국 산업 보호에 앞장서는 것으로 유명한 미국 상무부와 비슷한 기능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이번 조사의 대상이 된 삼성전자와 애플은 EU의 대표 통신기업 노키아와 경쟁 관계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휴대폰 시장 점유율 부동의 1위였던 노키아는 올해 스마트폰 세계시장 점유율(5%)로 지난해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감소하며 삼성전자에게 1위를 내줬다.
 
이는 관련업계에서 EU 집행위의 이번 조사가 애플을 명분 삼아 EU의 대표기업인 노키아를 보호할 목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유럽연합(EU) 본부(사진=PRES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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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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