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세대갈등은 고령화쇼크 뇌관

입력 : 2012-12-24 오후 4:04:52
[뉴스토마토 강진규기자] 제 18대 대통령 선거가 젊은층의 표심이 아닌 50~60대 이상 고령자들에 의해 향배가 갈렸다는 분석이 잇따르면서 고령화로 골이 깊어진 세대갈등이 폭발하고 있다.
 
젊은 세대들은 고령자들이 보편적 복지가 아닌 선별적 복지를 내세운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 이상, 그들의 주장처럼 노인복지 혜택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로 나타나고 있고, 노령연금 등 기타 노인복지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세대간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동안 사회를 이끌어온 기성세대들과 그들 밑에서 효(孝)사상과 순종을 미덕으로 배워왔던 한국 사회의 젋은이들 사이에 견해차는 늘 존재했고, 불만과 불신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번 대선과 함께 터진 세대 갈등의 표면화는 그 심각함이 다르다.
 
선거 결과가 고령층의 몰표에 의해 결정됐다는 소식에 인터넷포털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는 이들을 질타하는 젊은층의 폭언이 난무하고 있고, 이와 반대로 젊은층의 비이성적인 태도에 발끈한 고령층의 원색적 비난도 이와 다르지 않다.
 
양측의 감정적 대립을 대하는 다수의 네티즌들은 세대와 이념을 떠나 안타까움과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갈등의 골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향후 50년, 100년뒤 대한민국이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을지, 그 속에 사는 모든 세대가 어떤 모습으로 어우러지며 행복을 누릴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합리적 이성'이다. 먼저 감정을 자제하고 어떤 점에 견해차가 발생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이번 논란의 표면적 이슈가 된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는 65세 이상 고령자에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복지혜택을 준 것으로 그 성격은 보편적 복지 형태를 띠고 있다.
 
지하철 재정이 매년 수천억씩 적자를 보이는 가운데 무임수송에 따른 적자액만 작년 1437억원이었고, 올 상반기에만 800억원이 넘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당초 지하철 무임수송이 도입됐던 1980년에는 70세 이상 노인에게 50% 할인요금을 적용했었고, 82년에는 65세 이상 50% 할인으로 확대돼 지금에 이르렀다.
 
지하철 재정 현황을 감안할 때 노인 무임승차를 축소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없지는 않다.
 
실제 주변에 혜택을 받고 계신 어르신들중에서도 이같은 보편적 복지 혜택에 미안한 마음을 가진 사람도 없지 않다.
 
일각에서는 적용 대상 연령을 높이거나, 소득에 따라 대상자를 선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렇다고 당장 폐지하는 게 맞는가? 이 혜택을 받고 있는 고령자의 투표는 철부지 선택이었는가? 개표 결과와 분석처럼 50~60대 고령자들이 박근혜 당선인에게 몰표를 줬다고 해서 탓할 수는 없다. 자신의 판단에 의해 일꾼을 뽑는 것, 그것이 민주주의다.
 
앞으로의 100년을 내다본다면 이번 '무임승차' 논란이 세대 갈등을 극복하고 신뢰를 쌓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최대한 이성적인 판단을 할 때다.
 
박근혜 차기 정부도 대통합을 기치로 내건 만큼 반대편의 의견이라도 폭넓게 품어 신뢰의 첫발을 내딛을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전 세계에 유례 없이 빠르다. 그에 비해 복지제도가 취약한 것도 사실이다. 복지는 그것이 '보편적'이든 '선별적'이든 늘리는 것이 초고령사회를 대비해 바람직하다.
 
이번 같은 논란으로 복지를 후퇴시키는 것은 '진보'도 '보수'도 아니다. 단지 '퇴보'일 뿐이다.
 
고령화로 인한 세대간 '갈등'은 이제 시작이고, 향후 '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바로 지금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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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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