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헌철기자] 크리스마스(12월25일)를 이틀 앞둔 23일 오후 서울 강남역 베스킨라빈스 매장. 북적이는 고객들사이로 아이스크림 케익을 구입하는 고객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특히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사각형의 9조각 케익인 '해피·러블리큐브'을 많이 구입했다. 해피 큐브는 9가지 맛 9조각, 러블리는 6가지 맛 9조각의 이색 아이스크림 케익이다.
고객 신모(29.여.서울 서초 양재)씨는 "다양한 맛을 깔끔하게 맛 볼 수 있게 제작돼 조카들이 많이 좋아하는 편이라 올 크리스마스 선물로 하나 구입했다"고 말했다.
비알코리아(BR KOREA)의 베스킨라빈스는 올해 선보인 '해피·러블리큐브'가 연간 150만개 이상 판매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같은 기대는 지난해말 국내에서 처음 선보여 공전에 히트를 친 8조각(원형)형 아이스크림 케익인 '왓츄원'의 영향 때문이다.
왓츄원은 출시 이후 1년간 150만개 이상이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베이커리 업계에서 케익이 연간 70만개 이상 팔리면 '대성공'으로 인정하는데 왓츄원은 이보다 2배 이상 팔린 그야말로 초베스트셀러다.
베스킨라빈스는 더욱 먹기 좋고 깔끔하면서도 디자인을 차별화한 '해피·러블리큐브'가 기존의 초베스트셀러인 왓츄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베스킨라빈스의 이같은 성공 뒤에는 영하 20도 이하에서 3년여간 수만번의 실험을 주도했던 SPC그룹 이노베이션 연구원(Innovation LAB)의 선임 연구원 현정섭 과장
(사진)이 있다.
아이스크림 케익은 영하 20도 이하에서 제단하고 절단하면 절단기(칼)가 뒤틀리거나 부러질 수 있어 한번 자르기도 힘들기 때문에 9조각은 업계에서 기적과 노력의 결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현 과장은 우리 나이로 37세다.
젊다면 젊은 나이지만 한국호텔전문학교를 졸업해 2005년 서울국제빵과자전 유럽빵 기술상, 서울국제빵과자전 데코레이션 케익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경력만큼은 그 누구 못지 않게 화려하다. 특히 29살이던 지난 2004년 당시에는 국내 최연소로 제과 기능장에 합격하기도 했다.
스승들의 면모는 더욱 화려하다.
20살 우연히 찾아간 제과제빵학교에서 만난 첫 스승이 현재 한국호텔전문학교 이사장이며 우리나라 남자 최초로 제과와 조리기능장을 동시에 정복했던 오병호 이사장이다.
오병호 이사장은 2002년, 2004년, 2010년 세계대회 국가대표와 한국식문화진흥협회 부회장, 한국조리기능인협회 상임이사 등 현재까지도 외식분야에서 활발히 활동중이다.
또 현 과장은 국내 제과명장 1호인 박찬회 (주)박찬회 화과자 대표에게 사사 받기도 했다.
현 과장이 비알코리아에 입사한 것은 7년전인 2005년이다. 이후 그는 그동안의 역량을 모두 쏟아부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그리고 3년전부터 실험에 실험을 거듭해 탄생한 왓츄원이 지난해 150만개 돌파라는 기록의 제품을 만들어 낸 것이다.
현 과장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올해 또 다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사각형의 9조각 케익이 그것이다.
현 과장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날 밤, 아이와 함께 체스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체스판처럼 네모난 큐브 모양 아이스크림 케익을 만들면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더라고요"
우연찮은 기회에 불쑥 찾아온 아이디어와는 다르게 큐브 모양 아이스크림 케익의 개발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네모난 큐브 모양의 아이스크림 케익을 만들기 위해서는 특별한 기술 개발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영하 20도의 아이스크림 케익을 네모 반듯하게 자르는 일은 쉽지 않았어요. 저희는 다양한 특수소재를 테스트 한 끝에 아이스크림을 네모난 조각모양으로 균일하게 자를 수 있는 특수 소재 칼날을 개발하게 됐어요"
큐브 모양 아이스크림 케익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아이스크림이 가장 깔끔하게 잘리는 온도를 연구한 끝에 영하 23도에서 아이스크림 각이 무너지지 않고 예쁘게 커팅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이를 제품 생산과정에 적용시켰다.
"아이스크림 커팅 칼날과 적정 온도를 발견한 기쁨도 잠시였어요. 큐브 모양으로 일정하게 잘려진 아이스크림을 9조각의 아이스크림 케익으로 모아야 한다는 미션이 다시 주어졌거든요"
아이스크림 케익은 빵 케익과 달리 미끄러지기 쉬운 특성으로 인해 낱개의 조각을 하나로 모으는데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현 과장과 팀원들의 고민은 다시 깊어졌다.
연구 개발팀은 이를 해결 하기 위해 미끄럼 방지 전용 장비를 개발하고 시험하는데 수많은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 결과 아이스크림 케익 판과 같은 형태의 특수 제작 틀(지그)을 통해 아이스크림 케익의 조합이 보다 쉬워지도록 만들었다. 더불어 첨단 장비 사용과 함께 수작업의 아이스크림 조합 과정을 통해 더욱 완벽한 큐브 모양 아이스크림 케익을 완성해낸 것이다.
"저희는 더 예쁘고 먹음직스러운 아이스크림 케익을 만들기 위해 잘 보이지 않는 단면의 디자인까지 신경을 썼어요. 엄마는 외계인, 슈팅스타 등 2~3가지 맛이 섞인 아이스크림의 경우 아이스크림 케익용 특수 회전 노즐을 개발해 케익의 단면 디자인을 업그레이드 했어요"
그 결과 네 단면의 옆모습까지 아름다운 완벽한 아이스크림 케익이 완성됐다. 현 과장의 작은 아이디어로 시작된 아이스크림 케익 개발이 총 1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수천번의 테스트와 기술개발을 거쳐 소비자들 앞에 선보이게 된 것이다.
"제품 개발과정이 어려웠지만 그만큼 해피·러블리큐브'를 완성한 후 느낄 수 있는 보람이 컸다"며 "많은 고객들이 보기에도 좋고 맛도 있는 특별한 아이스크림 케익과 평생 기억에 남을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것"이 아이스크림 케익의 사나이 현 과장이 고객들에게 바라는 작은 크리스마스 소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