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4% 전망은 당시 국내외 여건으로 봐서는 그렇게 될 것 같다는 것이었다"
올해 4% 성장 목표를 3분기가 끝날 때까지도 놓지 않았던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기에 앞선 지난 18일 뱉은 궁색한 해명이다.
정부의 입장에서 전망보다는 목표를 내세웠다고 하지만, 사실상 올해 2% 성장도 어렵다는 국내외 기관들의 쏟아지는 훈수를 외면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이에 따라 27일 발표한 '201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9월 전망한 4%에서 2.1%로 절반수준까지 끌어내렸다.
'상저하고'(上低下高)로 올해 경제가 하반기로 갈수록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장담했던 정부가 2분기 이후 '상저중저하고'(上低中低下高)의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며 수정된 경제분석을 내놨다, 연말에는 결국 '상저중저하저'(上低中低下低)의 L자형 경기침체를 시인한 셈이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작년에 올해 전망을 할 때에는 유럽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았었다"면서 "하반기에는 (유럽 재정위기가) 해결될 것이라는 전망을 했었다"고 털어놨다.
정부는 내년 성장전망도 당초 4% 내외의 성장률보다 1%포인트나 낮은 3%로 전망했다.
사실상 지금까지 전망보다 목표에 가까운 성장률 전망치를 내놨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솔직해진 편이다.
최상목 국장은 "민간에서 전망하는 것이 여러 가지로 엇갈리지만 3% 정도면 민간에서 전망하는 것의 중간수준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에 발표되고 있는 국내외 기관들의 내년도 한국의 성장전망은 3%선에서 형성되고 있다.
가장 최근에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년성장률 전망치를 3.1%로 전망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1%, 한국은행은 3.2%,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달말 3.0%로 전망하면서 정부 전망치를 미리 예견한 듯 눈높이를 맞춘 상황이다.
이밖에 LG경제연구원이 3.4%로 내년성장률을 가장 낙관적으로 보고는 있지만, 한국경제연구원은 2.9%, 한국금융연구원은 2.8%로 2%대로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노무라(2.5%), UBS(2.9%), 메릴린치(2.8%), 도이체방크(2.6%), BNP파리바(2.9%) 등 세계 주요 투자은행(IB)들은 더 어둡게도 전망하고 있다.
가장 큰 걱정은 내년에 '그나마' 3% 성장이라도 가능할 것인가다.
정부는 3% 성장을 기대하면서도 그 아래로 더 떨어질 수 있는 하방위험이 더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재정절벽문제가 조기에 해결되고, 유로존 문제도 빠른 시일 내에 해결이 가시화될 경우 세계경제의 회복과 함께 우리 경제는 빠르게 회복될 수 있지만, 그러한 대외변수들의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 국장은 "지금 겪고 있는 위기는 한 지역이나 특정 분야에 국한된 위기가 아니라 재정과 금융 등 시스템의 위기로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면서 "이것을 극복하는데는 시일이 많이 걸리고, 저성장 장기화가 예상되며, 정치적 지정학적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상방위험보다는 하방위험이 더 커질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라고 말했다.
이재준 KDI 연구위원도 "유로존이 불확실하지만 지금보다 악화되지만 않고, 미국 재정절벽이 현실화되지만 않는다면 경기회복이 가능하다"면서도 "재정절벽이 현실화 된다면 또 다시 몇 년 동안 침체가 지속될 것이고, 정말 '잃어버린 10년'이 현실화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위기 해결을 위한 대처방법이 마땅히 없다는 점도 문제다. 위기의 원인이 대외변수에서 주로 기인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정책적인 여력이 많지 않다.
결과적으로 대외변수를 최악의 상황으로 가정한 상황에서 투자를 확대하는 등 국내경기를 살릴 수 있는 과감한 재정투입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와 새누리당에서 적자국채 발행까지 언급하고 있는 것도 균형재정을 바탕으로 한 기존 이명박 정부의 재정정책으로는 위기 극복이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내년 초 10조원~20조원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박형중 메리츠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내년 3%대 성장 전망도 기저효과에 따른 것"이라며 "의미 있는 회복을 하려면 가계부실을 털어내고 공격적인 경기부양이 필요한데 지금 그런 형편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