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연주·교육 '두 토끼' 잡는 피아니스트 김소연

입력 : 2012-12-28 오전 10:19:53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한국 출신 젊은 음악가는 많다. 그러나 클래식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연주자와 교육자의 길을 동시에 걷는 피아니스트는 드물다.
 
피아니스트 김소연(30)이 특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독일의 명문 음악학교인 하노버국립음대 최고연주자과정에 재학 중인 김소연은 최근 공개채용 과정을 통해 피아노전공과 강사로 임용됐다. 피아노 전공과에서 가르치는 일을 맡게 것은 그 학교 출신 한국 학생 중 김씨가 처음이다.
 
김소연은 "프랑스, 영국, 독일 등지에서 오랫동안 공부하고 연주한 경험이 이번 임용에 발판이 됐다"고 말했다. 연주와 교육 영역 모두에서 음악적 자질을 두루 인정받은 셈이다.
 
그동안 성실히 쌓아온 경력이 피아니스트 김소연의 역량을 증명한다. 김씨는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 외에도 영국 예후디 메뉴인 음악원, 프랑스 파리고등사범음악원, 영국 런던왕립음악원 등 유럽의 명문 음대를 두루 거쳤다. 독일 바이로이트 클리비어 페스티벌과 베를린 필하모니, 런던 포트레이트 갤러리에서 초청을 받는 등 연주회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유학생활 동안 "본인이 좋아하는 음악을 주위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하고 적극적으로 권하는 유럽인의 문화가 부럽고 인상깊었다"는 김씨는 그동안 유럽 여러나라에서 습득한 예술적 감수성을 토대로 학생들을 성심성의껏 가르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한 유럽 연주 활동과 별개로 내년 1월에는 금난새가 지휘하는 인천시향과 협연하며 국내 관객에게도 눈도장을 찍을 예정이다. 다음은 김소연과의 일문일답.
 
- 최근 공개채용을 통해 하노버 국립음대 피아노전공과 강사(베른트 괴츠케 교수 어시스턴트)로 임용됐다. 동교 한국 출신 학생 중 최초인데 소감은?
 
▲ 우수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된 것에 대해 매우 기쁘고 영광으로 생각한다. 선생으로서 제대로 이끌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 4개국(한국, 영국, 프랑스, 독일)에서 공부한 지식을 다음 세대에게 넘겨 주는 것에 대해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 가르치는 경험은 학생뿐만 아니라 나 자신을 성숙한 음악인으로 이끌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이고르 레비, 미하일 리피츠 등과 함께 임용됐다. 각각의 연주자와 비교해 자신을 평가한다면?
 
▲ 두 친구는 비슷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둘 다 아주 어릴 때, 예전 소비에트 연방(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에서 독일로 이민을 왔고 국제콩쿠르 입상 경력이 있다. 같은 반에 있는 알렉세이 골라치와 함께 유럽에서 떠오르는 스타들이다.
 
이고르는 아마도 전 세계의 모든 젊은 피아니스트 중 가장 큰 레퍼토리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고르의 스타일은 매우 진지하고, 깊이있게 다듬어져 있다. 이미 독일의 최고언론으로부터 세기의 피아니스트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미하일은 부조니국제콩쿨 1위 수상자이며 데카 레이블과 모차르트 씨디를 발매하였고, 솔로이스트로 콘서트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또한 노르웨이출신의 떠오르는 젊은 바이올리니스트 빌데 프랑의 듀오 파트너로 유명하다. 예술성이 아주 풍부하며, 영혼이 매우 자유롭고, 개성이 강한 연주자다.
 
둘과 비교할 때, 나는 좀 더 국제적인 학파의 성향을 띈다. 여러 나라에서 공부하며 다양한 학파를 섭렵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다른 점이라면 그들은 러시아계 독일인이고 나는 아시아권 여성이란 것이다. 그리고 내 레퍼토리는 그들과 포커스가 조금 다르다. 정교함이 요구되는 프랑스 작곡가의 곡을 레퍼토리로 삼고 있다. 이밖에 그들과 구별되는, 나만의 굉장히 자연스러운 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점들보다는 비슷한 점들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여러 해 동안 같은 반에서 테크닉과 전반적인 연주법들을 공부해왔기 때문이다.
 
- 연주자로서의 목표, 교육자로서 목표는 무엇인지?
 
▲ 작곡가가 의도하려는 것에 가장 가깝게 다가가려는 것, 작곡가와 작품 및 관객 사이에서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것, 전통을 이어나가는 것, 실력과 교양을 두루 갖춰 완성도 높은 아티스트가 되는 것, 모든 스타일에 정통한 사람이 되는 것이 내 목표다. 연주자와 교육자로서의 목표가 대동소이하다.
 
- 유럽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국내 관객들은 낯설게 느낄 수 있다. 유럽 내 인지도는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 영국이나 프랑스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파리에서 열린 독주회에서도 호평을 받긴 했지만, 독일 내에서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독일의 어느 팬이 자신의 블로그에 '떠오르는 스타'라고 하면서 나에 대해 올려놓기도 했다. 2012년에 크고 작은 연주회를 40여 차례 하면서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중이며, 조금씩 자리매김하고 있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 최근 연주 중에 눈에 띄는 것은 지난 9월 베를린 필하모니에서 열린 초청독주회다. 어떻게 초청받게 됐나?
 
▲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기회였다. 내 연주를 듣고 어느 피아니스트가 "난 너의 팬이 됐는데, 너 정도면 베를린 필하모니에서 반드시 독주회를 해야 한다"며 "널 세워주겠다"고 하길래 처음에는 믿기 힘들어서 그럴 필요 없다고 단번에 거절했다. 그 후에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결국 그 팬이 독주회를 주최해 주시는 분에게 추천을 해주면서 독주회를 열게 됐다. 감사하게도 주최 측도 내 가치를 매우 높게 평가했고, 올바른 성격의 소유자라며 기쁜 맘으로 흔쾌히 독주회를 열어 주셨다.
 
- 내년 4월에도 베를린필하모니에서 베를린 클래식 플레이어즈 오케스트라와 모차르트를 협연한다고 들었다.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 연주할 곡이 모두 고전 레퍼토리다. 연주 당일 날, 모짜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KV 415 와 KV 271 이외에도 베토벤의 피아노 작품들을 연주한다. 연주할 곡들끼리 서로 영감을 준다고 생각하며 준비하고 있다.
 
-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 쉴 때는 주로 무엇을 하는지?
 
▲ 아침에 일어나면 일단 이메일 체크를 하고 하루 일과를 정한 다음에 아침을 먹고 연습을 한다. 아마 대부분의 피아니스트가 나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연습이 끝나고 나면 음악을 틀어놓고 요리를 하거나 청소 등 집안 일을 한다. 쉴 때는 음악을 듣거나 책을 본다. 걷는 것을 좋아해서 혼자서 하노버 시내를 산보하기도 하고, 동네의 여러 꽃 가게에도 들른다. 고풍스런 앤틱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서 맘에 드는 것을 보면 사진을 찍기도 한다. 그리고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요즘은 바빠서 보고 싶은 영화를 못 보고 있다.
 
- 내년 1월 마에스트로 금난새, 인천시향과 함께 한국관객을 만난다. 연주곡은?
 
▲ 1월 22일 마에스트로 금난새 선생님과 함께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 작곡되었을 당시, 연주하기 불가능한 곡이라서 연주될 수 없다고들 했던 곡이다. 하지만 피아노 협주곡들 중 가장 인기있는 곡이 되었으며 피아노 연주자들에게도 가장 사랑받는 곡 중 하나다. 1악장은 '몰토 마에스토소(매우 장엄하게)'로 연주되어야 한다. 정말 장엄한 곡이지만 또한 서정적인 면도 있다. 이 협주곡은 러시안 민속 음악을 영감을 받아 탄생되었는데, '낭만 비르투오소 음악의 축제'라고 할 만한 곡이다.
 
- 이밖에 향후 계획을 들려달라.
 
▲ 연주자로서 독일 작곡가들의 작품으로 시리즈 연주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리고 내년부터 브람스의 변주곡 전곡, 슈만의 세개의 소나타를 중심으로 기획독주회를 계획 중이다.
 
예술가, 피아니스트이면서 교육자로 산다는 것은 평생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불행히도 공부는 마치 우주와 같다. 절대로 끝이 없고, 시간 제한이 없고 경계가 없다. 계속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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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볏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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