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동부·STX "사운 걸었다"..삼척 화력발전소 수주戰 '후끈'

미래 캐시카우 확보 차원..동양, 가전·레미콘 사업 정리
포스코에너지·삼성물산도 가세..치열한 각축전

입력 : 2013-01-03 오후 4:02:54
[뉴스토마토 염현석기자] 강원도 삼척시가 '환골탈태'를 꿈꾸고 있다. 과거 주 사업이었던 채광업에서 벗어나 에너지 도시로의 탈바꿈을 시도중이다.
 
삼척시의 에너지 도시 전환 방점은 과거부터 주력이었던 '석탄'이다. 삼척시는 이를 감안해 원료 조달이 용이할 뿐 아니라 정부의 '6차 전력수급 기본계획(2013년~2027년)'에 따른 석탄화력발전소 확충 등을 통해 국내 최대 화력발전도시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최근 삼척시에서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동양(동양파워), 동부(동부발전삼척), 포스코(포스코에너지), 삼성(삼성물산), STX(STX에너지) 등 대기업들이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수주전에 뛰어 들었다.
 
이들 기업들은 각각 200만~400만㎾급 화력발전소 건설을 제안했다. 투자금액만도 8조~11조원에 달한다.
 
◇대기업 "성장 동력 확보하라"..수주전 '치열'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SK E&S, GS-EPS, 포스코에너지 등 민간발전 3사의 매출액은 각각 9044억원, 3947억원, 1조588억원이었다.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은 SK E&S 4836억원, GS-EPS 427억원, 포스코에너지 760억원으로 집계됐다. 3사의 영업이익률도 각각 53.5%, 10.8%, 7.2%였다.
 
이들 기업의 지난해 상반기 영업이익률도 각각 64.9%, 17.5%, 13.1%를 기록했다. 삼성전자(005930)의 2012년 상반기 영업이익률이 13.5%임을 감안하면 민간 발전소의 이득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다고 업계는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같은 불황에 10%가 넘는 마진을 큰 위험 없이 확보할 수 있는 사업을 찾기란 쉽지 않다"며 "민자발전 진출로 미래 캐시카우를 확보하기 위한 기업 간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고 말했다.
 
◇유동성 부족 기업 "사운을 걸렸다"
 
삼척시 민간 화력발전소 수주에 참여한 5곳의 기업 중 동양과 동부, STX 3곳은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다.
 
이중 동양(001520)그룹은 그룹의 알짜 회사를 매각하면서까지 삼척 화력발전소 수주에 '올인'했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최근 "회사 외형에 집착하지 않겠다. '제2의 창업'이라는 각오로 구조조정에 임하라"며 그룹 내 캐시카우였던 가전과 레미콘 사업을 정리키로 했다.
 
◇삼척 화력발전소 조감도(지료제공=동양)
  
동양그룹은 가전과 레미콘 사업부문을 매각하고, 올 상반기까지 모두 2조원의 자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는 투자비용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안정적 수익이 보장되는 화력발전소를 수주할 경우 금융권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받을 수 있어 발전소 건설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동양그룹의 계산이다.
 
STX(011810)그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룹 내 뚜렷한 캐시카우가 없는 상황에서 민간 발전소는 말 그대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여기에 은행들도 대규모 자금을 장기간 빌려주고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안전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지속적인 현금 창출이 가능한 민간 발전소는 매력적인 투자처다. 시중 은행들이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는 이들 기업에 돈을 대주는데 적극적인 배경이다.
 
대표적 민자발전사인 포스코파워는 매년 15%가 넘는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 마진율(EBITDA)을 기록하고 있다.
 
◇삼척 화력발전소 수주전 어디까지 왔나
 
삼척 화력발전소 최종 사업자는 ▲사업계획서(75점) ▲주민동의서(15점) ▲지방자치단체·지방시의회 동의(10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기업으로 결정된다.
 
삼성과 STX는 삼척시 지방의회의 동의를 얻지 못해 지자체 동의에서 0점을 받아 동양과 동부, 포스코와 비교하면 한 발 뒤쳐져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준비한 만큼 사업계획서 등에선 큰 점수 차이가 나기 어렵다"며 "지자체 동의 0점을 받은 기업은 사실상 탈락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시의회의 이 같은 결정에 난색을 표현한 곳은 STX다. STX는 지난 12월26일 동해시에 복합화력 발전소를 착공해 사업역량이 충분하고 지난해 1월 삼척시와 양애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수주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STX에너지는 이에 따라 토지 매입 등 준비를 착실하게 하고 있고, 인근 동해시에서 이미 같은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사업 경험에서도 다른 업체들보다 앞선다는 평가다.
  
◇대만 호핑발전소와 일본 쓰루가 발전소(왼쪽부터)
 
하지만 동양과 동부의 반격도 만만치가 않다. 동양그룹은 계열 동양시멘트 본사가 삼척에 있어 삼척시 기반 기업으로 인지도가 높다. 동부그룹도 김준기 회장의 고향이 삼척으로 지역 내 민심을 잡고 있다.
 
삼척시의 한 주민은 "오랫동안 뿌리를 내려오고 애정이 깊은 연고 기업을 밀어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아무래도 연고가 있는 기업이 지역에 혜택을 더 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동양그룹은 입찰에 참여한 동양파워가 동양시멘트의 삼척 폐광산 부지에 화력발전소를 건설한다는 계획인 만큼 부지를 100% 확보했다. 여기에 주민 동의율도 96%로 최고 수준이다.
 
폐광산을 이용하는 만큼 추가적인 환경파괴가 없고 화력발전소에 활용된 유연탄의 탄재는 시멘트 원료로 활용할 수 있어 친환경 발전소를 만들 수 있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동부발전삼척은 화력발전사업을 추진해 본 경험이 최대 장점으로 현재 사업부지의 95% 가량을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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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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