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수남기자]
# 우리나라가 지난 2년 연속 무역 1조달러를 달성하는 등 2008년 미국발(發) 세계 금융위기에서 벗어나 빠른 경제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경제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이중 경기침체(더블딥)를 우려하고 있다.
이는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 구조상 유로존 일부 국가의 재정 위기 지속, 미국의 재정 절벽, 최근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중국 성장세 둔화, 이로 인한 신흥 공업국의 성장 지연 등에 따른 것으로 이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를 감안, 국내 기업들은 최근 신년사를 통해 올해 위기경영을 강조하는 등 경기 침체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의 효자 산업인 자동차 산업도 예외가 아니어서 정부가 올해 해당 산업의 소폭 성장을 전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완성차업체들은 대내외 불안 요인을 감안해 경영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난 5일 김필수 교수(대림대 자동차학과)를 만나 올해 자동차 산업의 이모저모를 들었다.
◇김 교수는 지난해 내수에서는 4년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했으나, 세계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수출에서 성장세를 기록한 국내 車산업이 선방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2012년 국내외 차산업을 정리한다면.
▲지난해 국내외 자동차 산업은 큰 변화를 겪었다. 유럽발 재정위기로 인해 유럽 시장을 비롯한 세계 자동차 시장의 위축으로 미래를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안개 속 시장이 계속됐다. 또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는 새로운 시장 개척만이 유일한 생존책임을 인지하고 신시장 개척을 위해 치열한 다툼을 펼친 한해였다.
-이 같은 경쟁 속에서 국내 완성차 5社의 성적표를 평가한다면.
▲그래도 국내 메이커는 내수 시장보다는 수출에 어느 정도 발판을 마련해 국내 경제를 이끄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고 본다. 실제 대내외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차산업은 지난해 내수에서는 2008년 이후 첫 마이너스 성장했으나, 수출은 증가세를 기록하는 등 선방했다.
-지난해 국내 업체 내수 하락세에는 수입차의 약진이 크게 작용한 것 같은데.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수입차는 지난해 8월 사상 처음으로 10% 초반대의 점유율을 기록한 이후 하반기 꾸준히 10%대를 유지했다. 수입차는 2010년 사상 처음으로 판매 10만대를 돌파한데 이어 수입차가 개방된 지 25년만인 지난해에는 사상 최고의 판매대수(12만여대)와 최고의 점유율 10%대를 각각 달성했다.
올해도 수입차 약진은 지속돼 판매 15만대로, 전년대비 10%대의 성장이 예상되는 등 여전히 국산 메이커와의 차이를 줄여 갈 것이다.
◇작년 스웨덴의 볼보는 국내 모두 7종의 2.0 디젤 승용을 출시하면서 자사 판매량 중 디젤차 비중을 90%대 이상으로 늘렸다. 사진은 볼보의 2.0 디젤 승용차 2013년형 S80.
-국내 5社도 시장 수성을 위해 전력투구하는 모습인데.
▲그렇다. 현재 내수 車시장 양상은 공격적인 수입차 확대와 이를 저지하는 국산차의 수성 전략이 맞물리면서 급변하고 있다. 물론 다양한 차종과 가격대 등 각종 마케팅 전략이 혼재하면서 차구매 문화가 크게 변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보고 있다.
올해는 자동차 시장에 더 큰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수입차의 흐름이다. 국산차는 신차가 5대에 불과한 반면, 수입차는 40대 이상이 나올 예정이다. 그 만큼 수입차의 강세는 지속될 것이다. 여기에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한 관세 효과가 커지면서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수입차 공세가 거셀 것이다.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한 곳 가운데 미국과 유럽만 자동차 산업이 강세인데. 그럼 내수에서도 미국차와 유럽차가 경쟁하리라 보나.
▲당분간 독일 BMW, 벤츠, 폭스바겐 등 유럽산 수입차가 강세가 이어질 것이지만 올해부터는 미국산 일본차와 글로벌 개념으로 무장한 미국차가 위세를 떨치면서 점유율을 높일 것으로 판단된다.
이중에서도 연비나 자동차 특성 측면에서 다른 수입차에 비해 열세였던 포드를 주축으로 미국 업체들이 강력해진 품질을 내세워 내수 시장을 공략할 것이다. 이처럼 품질과 다양한 모델, 가격 경쟁력 등으로 무장한 글로벌 메이커들은 내수 점유율을 더욱 높여, 머지않아 내수시장 점유율 15% 달성도 가능하리라 본다.
◇한국GM도 지난해 중반 크루즈 2.0 디젤을 내놨으나, 차가격 대비 연비가 큰 매력이 없어 소비자들이 외면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일본 등은 전통적으로 디젤 세단의 무덤으로 불렸다. 하지만 수입차 시장에서는 지난해 디젤 세단의 판매가 두드러졌는데.
▲고유가와 경기 침체가 맞물리면서 지난해 수입차 판매 대수 중 승용 디젤 차량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일부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는 자사의 전체 판매량 중 디젤 승용이 90%를 넘는 곳도 있고, 지난해까지 수입차 4년 연속 1위를 차지한 BMW의 경우도 70%를 넘는 등 디젤 승용이 강세였다.
이 같은 디젤 승용의 강세는 지속될 것이다. 여기에는 디젤 차량 제작 기술 발달로 고연비의 장점을 소비자가 선호하는 등 고연비의 디젤 승용차가 고유가와 경기침체를 모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면 디젤 차량 제작 기술이 상대적으로 발달한 유럽차의 인기가 이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 메이커들도 디젤 세단을 준비해야 하지 않나.
▲그렇다. 현재 국내에는 현대기아차와 한국GM만이 디젤 세단을 판매하고 있으나 대부분 소형급이거나 중형이더라도 차가격이나 연비에서 큰 장점이 없어 소비자들이 외면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이 2.0 중형차를 가장 선호하는 만큼 국내 업체들도 중형 디젤 승용으로 확대해야 한다. 국내 업체들도 이 같은 트렌드를 인지하고, 쉽지는 않겠지만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김 교수는 올해 국산 신차가 5대 정도인 반면, 수입차는 40여종에 이르러 여전히 수입차 강세를 점쳤다. 수년내 수입차 시장점유율 15% 달성도 가능하다는 게 김 교수 주장이다.
-올해 국내 5社는 여전히 신차가 많지 않다. 상대적으로 마케팅과 서비스를 강화할 것 같은데. 우리 업체의 시장 전략을 분석한다면.
▲내수에서 수입차에 점유율을 뺏기고 있는 국산차는 현대기아차를 중심으로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할 것이다. 또한 다양한 트림과 사후서비스(AS) 등 수입차 대비 강점을 내세우면서 공세를 펼칠 것이다.
나머지 국내 메이커 3社 중 르노삼성은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신형 SM5 플래티넘과 신형 SM3로 예전의 인기를 되찾고자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향후 지속적으로 소비자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모델 추가가 르노삼성의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르노삼성은 올 하반기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캡쳐와 성능과 가격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전기차 SM3 ZE를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GM은 충분히 20%대 시장점유율 역량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9~10%대에 머문 한계를 극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한국GM이 자사 단점이 무엇인지 인지하고 있는 만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쌍용차는 추가 모델 투입이 성장의 열쇠다. 쌍용차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명가로 코란도를 기반으로 움직이고 있으나 역시 추가적인 모델 투입이 성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모기업인 마힌드라의 전폭적인 모델 개발비 투입이 중요할 것이다.
전체적으로 역시 3社의 문제점은 모기업의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 얼마나 한국 시장을 제대로 판단하고 지원하는가가 이들 업체의 성장을 좌우할 것이다.
-올해 세계 신차 시장 규모는 어떻게 보는가.
▲올해 신차 시장은 내수가 155만대, 미국이 1300만대, 유럽이 1200만대, 중국이 1600만대 수준으로 여전이 중국 강세가 예상된다.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은 이들 시장을 중심으로 역량을 결집해 진검 승부를 펼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