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은행간 외형확대 경쟁으로 영업 쏠림 현상이 커지면 외부 충격이 발생했을 때 유동성 위기가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자금운용 및 조달 측면 모두에서 은행들의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경우 은행권 전체의 시스템적 리스크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신현길 한국은행 금융규제팀 과장과 김자혜 조사역은 8일 '유동성불일치 지표(LMI)를 활용한 국내은행의 유동성리스크 평가' 보고서에서 LMI를 산출하고 이를 토대로 국내은행의 유동성 상황을 점검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LMI는 은행의 자산과 부채 간의 유동성불일치 정도를 종합적으로 측정하는 지표로 부채(자본을 포함한 자금조달)의 유동성지수에서 자산(자금운용)의 유동성지수를 뺀 값을 말한다.
부채(자금조달)의 안정성이 낮을수록, 또는 자산의 현금화 가능성이 낮을수록 LMI는 커진다. 즉 자산과 부채 사이의 유동성불일치가 확대될수록 은행의 유동성리스크가 증가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LMI는 가계대출 쏠림현상과 시장성수신 의존도 증가로 2000년대 초반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하다가 금융위기 때 최고수준을 기록한 후 점차 낮아지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예대율 규제 시행과 BaselⅢ의 유동성커버율(LCR) 규제 도입 예정 등으로 국내은행의 시장성수신 축소 및 고유동성자산 매입 확대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정부의 가계부채억제 대책에 따라 대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어 당분간 국내은행들의 유동성불일치가 크게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예측됐다.
다만 특수은행의 LMI는 2005년 이후 시중은행 LMI보다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고 금융위기 이후에도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특수은행들이 자금조달의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잔존만기 1년 이내 은행채와 기업예금을 크게 확대한 탓이다.
또 은행들이 예대율 규제 시행과 LCR 규제 도입에 대비하기 위해 유사한 영업행태를 취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들의 자금운용 및 조달 구조들이 서로 유사해지면 은행의 시스템적 리스크가 확대돼 외부 충격 발생 시 유동성 위기가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이 증가할 수 있다.
신현길 과장은 "부채와 자산의 양에 대한 규제 뿐 아니라 구성의 변화를 유도하는 질적 측면의 유동성규제가 필요하다"며 "은행들도 중장기적 안목에서 위기 대응력을 제고하고 보다 다양화된 자산운용, 자금조달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