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정훈기자] 새해 벽두부터 물가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줄다리기를 거듭했던 전기요금이 오는 14일부터 평균 4% 인상되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1년 8월 4.9% 인상을 시작으로 지난해 8월까지 세 차례 전기요금을 올린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또 다시 전기요금을 상향조정하면서 1년5개월여 만에 4차례나 전기요금을 인상 시켰다.
문제는 이번 전기요금 인상이 당장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 벌써부터 우려와 걱정이 중첩되고 있다.
◇도미노 물가상승 초읽기
일단 전기료 인상으로 소비자 물가는 0.04%포인트(p), 생산자 물가는 0.105%p정도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미 지난해 12월 소주의 출고가가 8%가량 오른 데 이어 , 밀가루도 8% 더 비싸졌다. 밀가루를 원료로 하는 제품의 도미노 가격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가뜩이나 팍팍한 살림에 전기요금 인상과 밀가루 값 상승에 따른 식탁물가 비상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연초부터 서민들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10일 지식경제부, 한국전력, 경제 단체 등에 따르면 전날 지경부는 오는 14일부터 전기요금을 평균 4% 인상하는 내용이 담긴 한국전력의 전기공급약관 변경안을 인가했다.
종별로는 주택용 2%, 산업용 4.4%, 일반용 4.6%, 교육용 3.5% 등이다. 심야 전력은 5%로 인상률이 가장 높다.
이에 따라 월평균 전기요금은 도시 가구가 930원 늘어난 4만7500원, 산업체는 27만원 늘어난 638만원 선이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경부 측은 전기요금 인상과 관련 "시간대별 차등요금 확대로 전력 사용 절정기에 모두 75만㎾의 수요 감축 효과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경상경비 절감 요청 등 앞으로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최소화하도록 한전 측에 강도 높은 경영합리화를 요구하겠다"고 덧붙였다.
◇한전 기습인상에 산업계 등 반발
전날 한전과 지경부의 전기요금 기습인상 발표에 산업계는 '중소기업의 원가부담 상승과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가뜩이나 경영 환경이 어려운데 전기요금 인상으로 기업들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한상공회의소를 비롯한 14개 경제단체는 이날 "우리 기업들이 내수와 수출 동반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전기요금마저 추가 인상되면 기업경영이 더 어려워지고 산업경쟁력도 약화될 수 있다"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식경제부, 기획재정부 등에 산업계 전기요금의 대폭 인상을 지양해 달라는 건의문을 제출했다.
이들은 "지난 1년 반 사이 주택용 요금 인상을 최소화(4.8% 인상)하면서 산업용만 20.1%나 올렸다"며 "2000년대 들어 한전의 적자를 이유로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린 폭이 70.7%에 이르고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상의는 "전기는 철강·중공업·반도체 등 기간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생산요소"라며 "전기요금 상승으로 생산원가가 오르면 일반생활용품 등 소비재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분이 소비자에게 전가돼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
전국 도시철도 운영기관 협의회측도 "서민 경제 회피한 대폭적인 전기요금 인상"이라며 한전을 향해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8월 한전의 전기 공급 약관 개정으로 전기요금이 현행 대비 35%이상 급증, 각 기관의 재정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들은 "한전의 적자를 시민과 도시철도운영기관에 전가했다. 이는 도시철도 고객의 안전과 편의를 무시한 처사"라며 "시민부담으로 이어지는 도시철도 이용요금 인상을 초래했다"고 비난했다.
◇시민 우려 쇄도, 정치권 맹비난
때 아닌 전기요금 인상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우려와 걱정이 교차했으며, 정치권은 대통령직 인수위를 향해 공공요금 인상러시에 제동을 걸 것을 촉구했다.
민주당 김정현 부대변인은 "지난 대선 이틀 후에는 수도요금이 인상됐고, 오는 27일부터는 민자고속도로 통행료 인상이 예고되어 있다"며 "공공요금의 기습인상은 당장 서민물가의 추가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박근혜 당선자와 인수위는 말로만 민생을 외치지 말고 공공요금 인상러시에 대해 당장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이디 @sion70201는 트위터에 글을 올려 "15개월 사이 전기료를 4번씩이나 인상하는 나라가 대한민국 말고 어디 있을까"라고 비판했다.
아이디 @hansouck도 "부가세와 전기료는 인상하고, 법인세 인상은 반대한단다. 서민 주머니는 탈탈 털고 재벌 금고는 보호해주겠다는"이라며 "이게 그들이 믿는 조세평등인가" 라고 비난했다.
한 시민은 "이번에 전기료를 올리는 이유가 전력난이 심화돼 수요억제를 위해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며 "이미 가정에선 아끼고 또 아끼고 있지 않나. 그럼 계속되는 강추위에 덜덜 떨고 있으란 말인가"라고 힐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