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정부세종청사 출범 한달 째. 세종청사 공무원들은 열악한 근무 여건과 생활 환경에 엄동설한 속 때아닌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역균형발전 취지로 정부세종청사 시대가 개막한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안정되기는 커녕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 불편함만 늘어가고 업무의 비효율성만 가중됐기 때문이다.
11일 기획재정부 등 세종청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국토해양부 등을 시작으로 12월 대선 전까지 과천청사에 있던 정부부처들이 과천시대를 마감하고 세종청사로 이전한지 한 달이 지났다.
하지만 열악한 환경 탓에 여전히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우선 행정의 비효율성이 가중됐다. 국무회의, 차관회의, 위기관리대책회의 등 여러 부처가 참석하는 주요 회의들이 계속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데다 국·과장들도 타 부처나 민간과의 업무 때문에 서울행이 빈번하다.
그러다보니 제 때 받아야 할 결재를 놓치거나 단시간에 받을 수 있는 결재를 2~3일에 거쳐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재정부 관계자 A씨는 "장관은 서울청사에, 차관은 서울의 다른 행사 장소에 있어 결재를 못 받은 때가 있었다"며 "과천청사에서는 하루면 끝났던 결재가 여기서는 2~3일씩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에 대비해 세종청사에 전자결재와 화상회의 등을 할 수 있는 영상회의실도 마련했지만 보안 등의 문제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
여기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를 앞둔 공무원들은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였지만 야근은 생각지도 못하고 있다.
시내버스 운행이 오후 8∼9시면 종료되기 때문에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공무원들은 퇴근 문제에 발목이 잡혀 야근도 어렵다. 업무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여기에 잦은 출장과 장시간 출퇴근으로 공무원들은 피로도가 높아질 대로 높아져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다.
서울에서 세종시로 출퇴근 하는 재정부 관계자 B씨는 "새벽 6시쯤 공무원통근버스를 타고 세종시로 출근하면 이미 반은 지쳐있는 상태고 출근하자마자 또 퇴근 걱정을 한다"며 "장시간 출퇴근으로 이미 몸과 마음이 지칠대로 지친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세종시나 인근의 대전, 오송 등에 자리를 잡은 공무원들도 불편하기는 매한가지다.
세종시에 거주하는 한 공무원은 "아침 8시에 서울에서 회의 일정이 잡히면 새벽 5시에 세종시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회의를 마치고 세종시로 돌아오면 하루가 다 지나가 있다"고 말했다.
또 세종청사 주변 환경도 열악하기 그지 없다. 주변에 인프라 시설도 거의 없는 상황일 뿐더러 병원, 약국, 마트 등과 같은 필수 부대시설도 갖춰지지 않았다.
심지어 식당도 별로 없어 청사 내 구내식당을 이용하지 않으면 대전이나 오송 등 인근 도시로 나가서 해결해야 한다. 버스와 택시 등 대중 교통수단 역시 미비하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이곳은 허허벌판에 세종청사 건물 달랑 하나 있는 황량한 상태"라며 "오지나 다름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정부세종청사와 주변 모습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앙행정기관공무원노조는 지난 7일 성명서를 통해 열악한 근무 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공무원노조는 "공무원으로서 애국의 마음으로 세종에서의 생활을 꿈꾸며 내려왔지만, 공무원에게 닥친 상황은 열악하기 그지없다"며 "정부 부처의 이전과 신규 주택 입주 시기의 괴리로 엄동설한에 집 없는 공무원을 양산했다"고 지적했다.
또 "집을 구하지 못한 공무원들은 하루 3시간이 넘는 시간을 출퇴근으로 허비하고 있다"며 "세종시 출범이후 기존과 비교해 대중교통에도 큰 변화가 없어 승용차 없이는 생활할 수 없고 출퇴근마저 힘들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노조는 "정부는 생활여건과 근무여건을 충족시키지 않고 선량한 공무원을 서둘러 세종시로 내몬 것에 대해 정중히 사과하고 책임자를 문책하라"면서 근무 환경 개선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