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추락하는 엔화, 지나치면 오히려 '독'

엔화가치 2년6개월來'최저'..9주째 약세행진

입력 : 2013-01-11 오후 4:04:47
[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일본의 경기부양 기대감에 엔화값이 2년 반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엔화가 추가적으로 더 하락할 수 있다면서도 무리한 양적완화는 오히려 일본을 더 큰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부양 기대에 엔화가치 2년 6개월來 '최저'
 
11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오후 3시20분 현재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89.08엔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 2010년 6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달러에 대한 엔화가치가 그 만큼 떨어졌다는 얘기다. 엔화 약세는 지난 9주 동안 지속되고 있으며 이 같은 추세는 지난 1989년 이후 처음이다. 
 
 
엔화값 급락은 아베 정권의 강력한 경기부양 기대감에 기인한다. 일본 내각부는 이날 디플레이션 극복을 위해 마련한 10조3000억엔(약 122조원)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승인했다.
 
내각부는 성명에서 "부양안을 통해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을 2%포인트 올리고 60만명의 고용창출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일본 경상수지 적자가 2224억엔을 기록해 예상치인 171억엔 적자를 훨씬 상회한 점도 일본은행(BOJ)의 추가완화 기대를 키우는 요인이다. 
 
BOJ는 오는 21일부터 이틀간 올해 첫 통화정책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요미우리 신문은 BOJ가 물가상승률 목표를 1%에서 2%로 수정하고 자산매입규모를 추가로 증액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아베총리의 강력한 경기부양 의지를 감안할 때 엔화 약세가 올해 내내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빌 위더롤 컴벌랜드 어드바이저 수석 글로벌이코노미스트는 "아베 총리가 BOJ에게 정치적 압력을 넣어가며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다"며 "BOJ의 추가 완화로 달러대비 엔화환율은 올해 90~100엔대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무리한 양적완화는 오히려 위기 초래 '우려' 
 
하지만 아베 총리의 무리한 금융완화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경제체질 개선 없이는 엔화 약세 효과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마키노 준이치 SMBC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도 "국내외 경기 균형이 바뀌지 않으면 실제 수출입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며 "엔화 약세로 물가가 상승하고 디플레이션이 해소되더라도 국내 수요 부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가 역시 엔화 약세에 힘입어 수출주 주도로 랠리를 기록하고 있지만 결국 수출기업의 경쟁력 없이는 랠리의 지속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엔화 약세는 수입물가에 대한 부담으로 이어져 비용면에서 기업과 개인의 부담을 키우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케이신문은 재무성의 관료의 말을 인용해 "만일 일본 기업 제품의 경쟁력이 떨어져 경상수지 적자가 고착화되는 것이라면 오히려 해외에서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는 등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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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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